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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3일(월) ㅣ
[대구는 골목길 도시다2] <2>간판 자국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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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5 04:5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화가들 화실, 때론 연예인 숙소…학사골목 마지막 흔적 '한미여관'
 
 
 
정소아과 2개 간판 자국(대구 종로)
 
 
폐업하거나 이전한 가게의 간판 자국이 줄지어 있다. 뜨는 골목이 있으면 지는 골목이 있기 마련이다. 골목은 그런 생태계다.(대구 종로)
대구 근대골목을 전국적으로 알린 수훈 갑 공간은 진골목이다. 2010년 12월 KBS TV 예능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미션을 수행하러 진골목에 왔을 때 특히 그랬다. 이 방송에서도 그랬고 꾸준히 독자와 시청자, 네티즌의 눈길을 모아 온 진골목 대표 명소는 바로 ‘정소아과’다. 1937년 지어진 2층 양옥 건물에 1947년 들어선 정소아과는 2009년 문을 닫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닮은 듯 다른 둥글둥글한 글씨체로 '정소아과의원'이라고 적힌 세로형 간판 2개가 진골목을 지키고 있다. 대문 옆에는 한자명 여섯 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작은 돌 간판도 있다. 대구 구도심의 대표적인 간판 자국이다.

◆중앙사우나를 아시나요…중매 시장 호황기 도심 곳곳 결혼정보업체

대구 포정동과 향촌동 경상감영공원 옆 중앙상가에는 대구 최고의 목욕탕으로 꼽힌 ‘중앙사우나’ 간판 자국이 있다. 건물 남쪽 벽면에는 커다란 세로형 간판 자국이, 건물 북동쪽 벽면에는 그보다는 크기가 작은 가로형 간판 자국이 있다. 이 일대는 과거 전국 대도시 3대 주점가로 통했다. 주점, 식당, 나이트클럽. 숙박업소와 함께 유흥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설이 대형 사우나(목욕탕)다. 중앙사우나 간판 자국은 이곳 포정동과 향촌동의 전성기를 이야기해주는 상징이다. 물론 현재 이 일대에서는 ‘향촌하와이사우나’와 ‘대보사우나’가 명맥을 잇고 있기는 하다.

이렇게 구도심의 간판 자국은 그곳 골목에서 과거에 어떤 업종이 전성기를 누렸는지 잘 보여준다. 포정동과 향촌동을 포함해 동쪽으로 중앙로 건너 교동까지 대구의 구도심에는 크고 작은 결혼정보업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결혼중매업체가 참 많았다. 전국을 무대로 하는 대형 결혼정보업체가 1990년대쯤부터 시장을 장악했고, 결혼 중매 시장도 시대 변화에 따라 쇠퇴하면서 대구의 수많은 군소 결혼정보업체가 자취를 감췄고, 이제 겨우 몇 곳이 남아 있다. '평화결혼’ 간판 자국은 그 흔적 중 하나다.

◆북성로는 다방 골목이었다…아쉬움 가득 종로 옛 식당가

공구골목으로 반세기 넘는 역사를 자랑해 온 대구 북성로에는 다방이 참 많았다. 물론 지금도 적지 않은 다방이 몰려 있는 곳이 북성로를 포함해 인근 서성로와 수창동 일대다. 카페 전성시대가 무색한 곳이다. 요즘도 그렇지만 북성로 공구가게와 공업사 사장님들은 손님이 오면 다방커피를 시켜 대접했다. 이 일대를 걸으면 다방 간판 자국은 몇 건물 건너 한두 개씩 꼭 보인다. 같은 건물에서 다방 간판 자국과 당구장 간판 자국이 종종 함께 발견되기도 한다. 당구장도 사라져 요즘 보기 힘들어진 업종이다.

◆종로 오래된 가게들 폐업·이전, 간판 자국만

대구 종로로 돌아가보자.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들어선 2011년 8월 전후로 바로 옆 골목 종로에는 동성로를 방불케 하는 젊은 층 타깃의 식당과 주점이 많이 들어섰다. 그런 현상의 이면에는 주변 오래된 가게들의 폐업 및 이전이 있었다. 정소아과에서 미도다방 가는 길 중간에서 동서 양쪽 방향으로 펼쳐지는 대구 중구 중앙대로 77길은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이전했지만 옛 간판은 달려 있는, 즉 간판 자국이 줄지어 있는 골목이다. ‘꿀꿀이식당’ ‘해평식당’(바로 인근에 이전해 있다) ‘옛날진성식당’ ‘종로식당’ ‘하나식당’ 등 식당들의 간판 자국과 ‘종로마트’와 ‘중앙당인쇄소’ 간판 자국, 그리고 ‘미도다방’이 현재 위치로 옮기기 전 한 건물 2층에 있었을 때의 흔적 등을 볼 수 있다.

◆대구 찾은 예인들 머문 봉산동 여관 골목…낭만 문구사 기남상사

대구 봉산동 학사골목(찌짐골목)에는 주점과 식당은 물론 여관도 몇 곳 있었다. 현재 남아 있는 간판 자국은 ‘한미여관’이다. 한미여관 말고도 신신장, 조일여관, 강남장, 미성여관, 안도여관, 목화장, 명성여관 등이 1960년대 전후로 골목에 들어섰다가 또 사라졌다. 이들 숙박업소는 대구에 공연을 하러 온 연예인들이 숙소로 잡았고, 대구를 방문한 화가들이 머물며 화실처럼 쓰기도 했다.

예술 얘기가 나왔으니 시(詩) 같은 문구가 담긴 간판 자국 하나를 소개한다. 대구 서문로 기남상사 본사 건너편에 있는 기남상사가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는 옛 전시장 건물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든 종이에의 초대’. 요즘은 찾기 힘든 문구 제품 전시장을 운영했다는 사실까지 더해 보면 꽤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기남상사는 1956년 8월 대구 포정동에서 창업한 대구 토종 문구업체다.

글 사진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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