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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중국 ‘한한령’아니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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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04:5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사드 배치 결정 후 ‘반한 감정’ 커져

한국 드라마·배우 진출 일방적 규제

‘푸른 바다의 전설’ 심의 떨어져 난감

‘사임당’ 100% 사전 제작하고도 묵혀

유인나 中 드라마 촬영 중 하차 통보

김우빈·수지는 팬미팅 이틀 전 취소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한국 드라마들이 줄줄이 물을 먹고 현지에서 잘나가던 한류 스타들의 앞길도 막혀버렸다. 한류의 중국 내 확산을 제한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실체를 드러내면서부터다. 이미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고조되기 시작한 중국 내 반한 감정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이후 극으로 치닫고 있다. 심의 절차와 기준을 강화하며 사실상 한국 드라마의 자국 내 유통을 막아서는 중국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현지를 공략하려던 한국 드라마의 활로가 막혀버린 상태다. 중국 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한류 스타들도 속속 출연 중이던 작품에서 하차하거나 광고모델 재계약에 실패하는 등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콘텐츠와 스타들에 대한 중국 대중의 정서가 급격히 바뀐 건 아니다. 심지어 한국 콘텐츠와 스타를 활용하려는 현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수요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완강한 규제를 피할 길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고조되는 한한령에 한국 드라마 한숨

중국 정부는 한한령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방송 당국이 각 방송사에 한국 드라마 방송이나 한류 스타 기용을 규제하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내로 유입되는 해외 드라마 중 한국 드라마의 공통적 특징에 해당하는 내용을 주로 내세워 심의기준을 강화했고, 지난 1월부터 TV 방송에만 적용되던 해외 드라마 사전심의제를 온라인까지 확대했다.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등 동영상 사이트에 판매돼 현지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의 선례도 더 이상 이어가기 쉽지 않게 된 상황이다. 

중국 내 심의 통과를 막연히 기다리다가는 국내 방영 시기까지 놓쳐 ‘공중에 뜬 드라마’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방영을 마치고 심의 통과를 기다려 중국을 공략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영될 경우 불법 경로가 발달된 중국 시장에 미리 유통돼 정식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 업계의 입장에선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그렇게도 문제가 되던 ‘쪽대본 시스템’까지 사전제작 형태로 바꾸는 등 모험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했다. 쪽대본을 날리고 시간에 쫓겨 밤샘을 밥 먹듯 하며 작업했던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가 중국 시장이 뚫리면서 단번에 고쳐졌다. 이른바 ‘저투자 고효율’ 마인드를 버리고 ‘제대로 투자해 더 많이 벌자’는 식으로 생각을 바꾼 셈이다.

타 해외시장 대비 성공했을 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태양의 후예’ 이후 이에 부응한 결과를 거둔 예는 아쉽게도 없다. 오히려 사전제작이 이뤄지는데도 재미와 완성도를 기대치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욕심만 가득하고 실속 없는 ‘거품 낀 사전제작 드라마’가 나오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 겨냥 드라마 줄줄이 고배

올 상반기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화제가 된 KBS2 TV ‘태양의 후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사전제작 드라마 붐의 시작을 알렸다. 스타작가에 한류 스타, 막대한 제작비까지 투입해 공들여 만든 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KBS가 내놓은 또 한 편의 사전제작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중국 심의 통과를 기다리다 겨울에 촬영을 마친 드라마를 여름에 방영해 극의 몰입도를 현저히 떨어지게 만드는 실수를 저질렀다. 한물간 멜로 코드를 내세우는 등 다른 문제점도 많았다. 김우빈과 수지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했는데도 혹평 속에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도 중국 동시 방송을 노리고 사전제작됐다. 오직 중국 시장 하나만 바라보고 중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심의 과정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오히려 국내 시청자들에겐 반감을 샀다. 국내 정서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과 설정 등으로 외면받았고 시청률도 한 자릿수에 머무르다 후반부에 이르러 간신히 10%를 넘어섰다. ‘함부로 애틋하게’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관계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건 사실이다. 다만, ‘한국 드라마가 중국 시장을 위주로 제작돼 국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게 정상이냐’라는 논란을 불러온 것도 부정할 수 없다.

tvN ‘안투라지’도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이 드라마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홍콩,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호주 등지에서 거의 동시에 방송된다며 야심 차게 홍보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만 1주일 지연 편성됐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3일 지연 편성, 중국에서는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 중국 공략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거둬들인 쾌거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막상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 1%를 넘나드는 수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으며 당연히 중국 내에서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해외 곳곳에서 동시 방송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CJ 계열 자회사 해외 채널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수준이라 중국 외에는 ‘큰돈’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나마 중국 판매가 이뤄진 드라마는 사정이 낫다. 현재 SBS에서 방영 중인 ‘푸른바다의 전설’은 제2의 ‘별에서 온 그대’를 노리다 중국 측 심의에서 탈락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100% 사전제작 형태는 아니지만 중국 시장을 바라보며 무려 22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이다. 국내 흥행에서 재미를 보고 있으며 타 국가에 수출이 이뤄져 ‘손해를 보진 않았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가장 기대하던 시장 공략이 무산된 만큼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손실액이 만만치 않다. 현재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tvN ‘도깨비’도 중국 공략에는 실패했다. ‘푸른바다의 전설’과 마찬가지로 중국 동시 방영은 이뤄지지 않았고, 현지에 해적판이 떠돌아 사실상 현지 진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영애 주연작 ‘사임당’은 100% 사전제작을 마치고 중국 심의 통과를 기다리다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10월 한중 동시 방영을 노리다 일정이 연기됐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 중국 방영을 포기하고 한국에서만 뒤늦게 전파를 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형태로 제작되고 있는 JTBC ‘맨투맨’ 역시 중국 동시 방송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그나마 KBS2 TV ‘화랑’이 중국을 뚫고 현지 방영권을 따낸 상태다. 방송 초반 반응이 좋아 얼어붙은 현지 시장을 녹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한류 스타 입지도 흔들려

콘텐츠뿐만이 아니라 한류 스타들의 중국 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 활동하던 한국 배우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출연 중이던 중국 드라마에서 하차하거나 광고모델 계약 연장이 불발되는 사례가 속속 눈에 띄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인나다. 중국 후난 위성TV의 ‘상애천사처년 2: 달빛 아래의 교환’에 캐스팅돼 절반 이상의 분량을 찍었지만 뜬금없이 하차 통보를 받고 짐을 싸야만 했다.

송혜교와 김수현이 광고 모델로 나선 중국의 화장품 회사에서도 모델 교체를 검토 중이다.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 엑소의 중국 현지 공연까지 갑작스레 연기되는 등 한한령의 실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두 주연배우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미팅 역시 행사 이틀 전 돌연 취소됐다. 지금 중국과 동시 방송이 이뤄지고 있는 드라마도 이미 9월 이전에 심의를 통과한 작품들이며 그 이후로 한국 드라마가 현지 심의를 통과한 사례는 없다. 여러모로 한국을 향한 중국 시장의 문이 닫히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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