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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3일(금) ㅣ
[매일춘추] 오메 쑥덕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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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2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나의 외가는 경남 의령군 의령 읍내의 한 모퉁이에 자리한 작은 집이었다. 대구를 벗어나 멀리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그런 외가로 가는 길을 퍽이나 기다렸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 식구들은 차멀미가 심했으나 외갓집 가는 것만은 무척 좋아하였다. 외가는 마음의 고향처럼 아늑하기만 했다. 완행버스였을 것이다. 가다가 쉬는 일도 많았고, 산길을 돌고 돌며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어느 집 마당 앞에서 손님을 내리고 태워주던 일도 있었으니까. 그리운 외가는 엄마의 고향이지만 우리들의 고향이기도 했던 것이다.

외할머니는 봄이 되면 의령 들판에서 뜯은 쑥으로 떡을 하여 우리 집으로 갖고 오셨다. 우리보다 차멀미가 더 심하여 차를 아예 못 타시고 대구까지 걸어서 오셨다. 아마도 사오일은 걸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보따리의 쑥떡이 우리 집에 도착 될 즈음엔 가지고 온 반이 없어졌다. 대구 딸네 집까지 걸어오시다가 할머니 식사로 한 줄을 드실 때도 있고, 툇마루나 대청마루, 방 한 켠에서 하룻밤을 자면 인사로 한 줄을 또 그렇게 덜어 내어 주셨다. 그 먼 길을 걸어오시는 동안, 어깨에 두른 끈은 떡 무게로 끊어지지나 않았는지. 외할머니의 어깨는 얼마나 아팠을지. 고무신을 신고서 지팡이를 내딛으며 걸어오셨을 외할머니의 모습이 새삼 아련하게 떠오른다. 비가 오면 더 늦게 대구에 도착 되었고, 봄이라도 기온이 올라가면 떡이 쉬어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져온 귀한 쑥떡이었다. 몇 번은 조금 쉰내가 나는 쑥떡도 먹은 적이 있었다.

세월은 너무나 많이 흘러갔고, 외할머니와 엄마는 이미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난 해마다 사월이면 쑥떡을 해 먹는다. 외할머니가 가져다준 그 쑥떡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쑥떡을 먹으며 엄마와 외할머니를 생각해 보곤 했다. 엄마는 외할머니를 “오매”라고 불렀다. 의령 사투리인지 모르지만 엄마가 불러준 “오매”는 분명 외할머니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어쩌면 희미해진 사랑을 다시금 재확인해 보려는 시간의 의미로 쑥떡을 콩고물에 치대어 먹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할머니께서 쑥떡을 메고 오신 그 먼 길을 언제 한 번 찾아서 따라 걸어가 보고 싶어진다. 쑥떡을 해서 등에 메고 딸네 집에 찾아가는 그 마음을 따라 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며 외할머니의 깊고 진한 사랑을 느껴 보리라. 그 먼 날의 고마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길가에 아직 피고 지는 들꽃에라도 고마운 인사를 해 주어야지. 달려가던 바람이 내 곁에 앉으면 그때를 물어보리라. 시간은 스쳐 지나가고 되돌아오는 것은 내 가슴에 새겨진 추억만이 출렁이게 할 뿐이다. 쑥떡을 메고 가는 외할머니의 구부러진 등이 힘겨우면서도 행복하게 그려진다.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그 길 위에 오롯이 남아 들꽃으로 피어나 있을 것만 같다.

박영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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