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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과 멘토 세대공감] 남자 피겨 꿈나무 안건형 군과 코치 전수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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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07:38:5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열심히 해서 '남자 김연아' 될게요
 
 
 
7년을 차가운 아이스링크서 함께 보낸 전수진(왼쪽) 코치와 안건형 군. 이 스승과 제자는 피겨의 정상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안건형(13)=올해 1월 열린 제67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싱글 C조서 1위에 오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11월 꿈나무 대회서 더블악셀에 성공했고, 올해 B조로 급수 상향을 노리고 있다. 이달 열리는 전국동계체전서 대회 3연패(싱글 D조와 C조)를 달성한 뒤 주니어`청소년`국가대표에 도전해 세계적 피겨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대구의 피겨 유망주다.
 
전수진(44)=초교 4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를 탔고, 정화여중`여고시절에는 피겨 선수로 활약했다. 1984년 전국동계체전 피겨 싱글 은메달 등 전국대회서 다수의 메달을 획득했다. 대학 진학 후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1987년부터 선수육성에 힘을 쏟아왔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피겨 대구시 대표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김연아의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김연아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던 한국에 ‘피겨 열풍’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포스트 김연아’ 세대의 유망주들에겐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수성아이스링크에서 이달 18일 개막하는 제94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준비에 열중인 남자 피겨 꿈나무 안건형(대구 동천초교 6년) 군과 코치 전수진(44) 씨를 만났다. 모처럼 대회 준비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지도자로, 선수로 얼음판 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분모를 찾아갔다.

◆얼음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전수진 코치(이하 전)=구미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대구에서 체육교사를 하던 외삼촌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접했다. 스케이트를 타고 앞으로 간 거리보다 넘어지고 미끄러져 간 거리가 많았지만, 그날 스케이트 날과 얼음이 닿는 감촉을 잊지 못해 대구로 전학온 후 스케이트를 계속 탔다. 피겨는 정화여중 때부터 탔고, 정화여고 때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안건형(이하 안)=재미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7세 때 누나의 여름방학에 맞춰 스케이트를 배우러 갔던 게 인연이 됐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연방 엉덩방아를 찧는데도 아프거나 무섭지 않았다. 얼음이 뿜어내는 냉기에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힐 수 있어 매일 링크로 달려갔다. 스케이트는 재미난 취미였고, 초등학교 3학년 때 피겨 선수가 되기로 했다.

◆피겨는 어떤 종목이며 매력은

▷전=스포츠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참으로 독특한 운동이다. 또 뼈를 깎는 수만 번의 연습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완성해가는 인내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피겨 점수는 크게 기술점수(TES)와 예술점수(PSC), 감점(Deduction)으로 이뤄지는데, 정확한 기술구사 못지않게 풍부한 연기력도 필요하다. 악셀(Axel)`러츠(Lutz)`루프(Loop)`플립(Flip)`토루프(Toe Loop) 등 피겨용어는 대부분 처음 사용한 선수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도 매력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기술을 가지려는 선수들의 도전이 만들어낸 게 피겨의 역사다.

▷안=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개성의 총집합체다. 대회출전 때 선수들은 미리 작품구성표를 제출한다.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어떤 음악을 쓰고, 어떤 연기를 펼칠지는 각자 정한다. 그래서 출전 선수 모두 똑같음이 없다. 선수들은 자신이 정한 프로그램을 수만 번의 연습으로 링크서 펼쳐보이지만, 관중은 늘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만점이 없다는 것은 매력이다. 세계 최고점을 보유할 순 있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항상 더 개척할 게 있다.

◆김연아 등장 이후 달라진 점은

▷안=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후 피겨 바람이 거세졌다. 스케이트를 타는 남자들의 상당수가 쇼트트랙을 선호했지만 나는 김연아를 롤모델 삼아 피겨를 선택했다. 대구서 남자 피겨 선수는 10여 명뿐이어서 아직은 선수층이 얇은 편이지만, 남자 ‘김연아’가 되려 모두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자가 피겨를 한다면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다는 데, 요즘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친구들이 다리를 높이 들어보라든지, 점프를 해보라며 신기해하거나 궁금해한다.

▷전=선수 생활 때와 비교하면 얼음의 질과 스케이트의 발전이 눈부시다. 그때는 얼음을 얼리려 밤에 물을 뿌렸고, 정빙시설이 없어 울퉁불퉁한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탔다. 얼음부스러기를 수시로 밀어가며 타야 했다. 김연아 등장 후에도 여전히 국제규격을 갖춘 링크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많지만, 피겨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경기도중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든지, 소리를 지르면 옆 관중이 제지시킨다. 지도자들이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대구에서는 10여 명의 코치와 동계체전에 나설 수준의 40여 명의 선수가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제2의 김연아가 탄생하려면

▷안=연습할 수 있는 링크가 한정돼 있고 이마저도 낮에는 일반인이 주로 사용해 새벽과 밤늦은 시간에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피겨 선수의 전성기는 중`고교시절이라고 한다. 선수 생명이 매우 짧다. 제한된 시간 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려면 일찍 시작하거나 엄청난 연습과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지도자나 선수 모두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선수생명이 훨씬 긴데 그 이유가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기 때문이다. 선수의 전성기를 나이에 한정해 압박을 주기보다는 조금은 늦더라도 외국처럼 신명나고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 풍토가 생긴다면 오히려 잠재된 실력을 더 빨리 이끌어내는 선수도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세계 1인자를 탄생시켰지만, 아직 국내에서 피겨는 척박한 밭을 개간하는 일과 같다. 연습할 링크가 부족하고, 자주 바꿔야 하는 스케이트, 의상`안무비 등 선수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찮다. 어릴 적 재능을 보였던 선수들이 열악한 현실과 금전적 문제 등에 부딪혀 진로를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관비가 없어 훈련을 미루거나, 국제대회 참가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 보니 피겨 선수층이 얕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풀이 갖춰지고, 지도자들의 노력이 더해질 때 또 한 명의 김연아를 기대할 수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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