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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3일(금) ㅣ
[매일칼럼] 중개인(agent) 아닌 협상가가 되라(negoti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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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2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북측 김정은`여정 30대 초반의 ‘백두혈통’ 남매가 최근 며칠간 남측 평창을 지배했다. 평화의 제전이어야 할 올림픽을 핵 정치`국제정치 게임판으로 확 바꿔버렸다. 삼지연관현악단과 대규모 응원단으로 꾸려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미녀 군단’은 핵 도발과 인권유린, 봉건적 세습체제로 각인된 북측의 이미지를 일순간 잊게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여동생을 특사로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남한과 미국을 죽일 듯, 집어삼킬 듯 위협하더니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대화를 하자고 한다. 미국의 핵 항모에 맞서 북측은 만경봉호에 미녀 예술단을 태우고 내려와 남한과 전 세계를 향해 미소 공세를 폈다.

남북정상회담 한 방으로 한`미`일의 허를 찌른 김 위원장은 적어도 올림픽 초반 기간만은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승자이자, 평창의 지배자였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 자명하다. 북측의 숨통을 조이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면서 체제 위기로까지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고통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졌다.

앞으로 북측은 이산가족상봉,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 이미 제안한 남북정상회담 조속 개최 등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 아버지 김정일과 김 위원장은 핵 무력이 없었던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이 처참하게 사라지는 것을 목도했다. 핵이 없으면 미국으로부터 언제든지 참수될 수 있다는 망각에 시달릴 법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핵을 지렛대로 미국의 침공을 막거나 최소한 체제 보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는 ‘핵이 있는 평화’만 있을 뿐이다.

김 위원장의 운명은 남북정상회담이 그 분수령이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는데 기여하지 못했다. 남북이 2000년 6`15선언(김대중), 2007년 10`4선언(노무현)을 했지만 북측은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등으로 남한을 기만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요건 없는 북미 대화만 요구하고 있다. 대화는 무조건 해야 한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북측, 아니 김정은의 핵 포기다. 북핵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의 가장 큰 피해 당사자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민과 한국 정부다. 문 대통령은 북측에 비핵화 원칙을 수용한 뒤 미국과도 대화를 시작하라는 요구를 강력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촉구는 협상이 아닌 중개인의 역할에 다름없다.

중개인(agent)이 뭔가. 제3자로서 두 당사자 사이에서 일을 주선하고 소정의 대가를 받는 장본인이다. 반대로 협상가(negotiator)라면 어떤 목적(핵 없는 평화)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해 선택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서로 의논(남북한과 미국)하는 당사자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한반도의 운전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인 한국이 중개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은 아쉬울 게 없다. 정상회담이라는 미끼로 시간을 벌며 핵탄두를 늘리고, 실전배치까지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협상가가 아닌 중개인에 머물 경우 한반도 종전 선언과 북미 수교,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목표대로 한반도의 운명이 흘러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바보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도 같은 방법을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부디 문 대통령의 안보와 외교 해법이 ‘핵 없는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민의 목표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이춘수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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