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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철이 만난 사람]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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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직접 오토바이 타고 현장 근무…전기車 도입으로 산재 줄일 것"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사진 이무성 객원기자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지난해 8월 경북지방우정청장 부임 1주일 만에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대구 동구 공산지구, 서구 내당동, 청송 주왕산으로 배달을 다니며 집배원들의 업무 현장을 목격하고 실제로 체험했다.
명절 때가 되면 가장 바쁜 곳이다. 우편물에다 택배까지, 정신이 없을 터. 일주일 중 우체국이 가장 바쁘다는 화요일이었던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9층에서 강성주(53) 우정사업본부장을 만났다.

"오늘 우편과 택배 물량을 합쳐서 2천200만 개입니다." 강 본부장은 설 연휴가 닥쳐 정말 물량이 많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북지방우정청장에서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대대적인 물류혁신 작업에 시동을 건 사람이다. 지난해 1년 동안에만 집배원 19명이 숨진 '안타까운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이다.

경북지방우정청장 근무 시절부터 직접 집배원 오토바이를 타면서 현장 근무도 마다하지 않던 강 본부장은 "올해부터 현장의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여 우정 서비스의 혁신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 능인고`경북대 행정학과를 나와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들어왔다. 미국 시라큐스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공부하는 공무원이다.

-지난 한 해 동안만 19명의 집배원이 숨졌다고 한다. 집배원들의 노동 환경에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나?

▶일이 사람 숫자에 비해 너무 많다. 증원이 필요하다. 올해 300명, 내후년까지 1천 명을 추가로 늘릴 것이다. 또 하나는 집배원들의 일 특성이 지금까지 무시됐다. 그들은 배달 전문가다. 그런데 배달 나가기 전 분류 작업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린다. 배달 나가기 전 준비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부 우편집중국에서 집배원들 대신 이 구분 작업을 맡는 방안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우편집중국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안 된다고 하더라. 내가 직접 보고 온 일본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집중국에서 구분을 해준다. 설 쇠고 나면 새로운 정책을 전면적으로 확대해 전국 25곳 집중국에서 집배원들이 하던 구분 작업을 이제 대신해준다. 집배원들이 부가적인 일 때문에 힘들어지는 상황은 이제 다소나마 벗어나게 될 것이다.

-집배원 사망 사고를 부르는 직접적 요인은 무엇인가?

▶오토바이다. 너무 위험하다. 바꿔야 한다. 사망사고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 그냥 놔둘 수 없다. 오토바이 대신 1인승 전기차를 도입할 것이다. 전기차에는 히터도, 에어컨도 나온다. 비용이 다소 더 들더라도 에어백도 장착될 것이다. 벤츠 수준으로 하자고 내가 제안했다. 지금까지 너무 안전이 도외시됐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전기차 도입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가 양해각서도 맺었다. 오토바이는 140만원짜리를 사서 3년 탈 수 있는데 전기차는 가격이 1천500만원이지만 8년을 너끈히 탈 수 있다. 오토바이에는 기름값이 추가되는데 결국 여러 가지 비용 비교를 하면 큰 차이가 없다. 상반기 50대의 전기차가 들어오는 등 올해 모두 1천50대가 도입된다. 전기차는 환경에도 좋다.

-전기차 도입은 예산 사업이라서 예산 부서와의 협의 등 뒷감당이 엄청날 텐데, 어렵고 힘든 일 아닌가?

▶비용 문제가 고려될 수밖에 없는 전기차를 도입하려면 정말 일이 많다. 사실 이런 일 안 하고 본부장 2년쯤 그냥 하다가 떠나도 된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이 이렇게 많이 희생되는 현장에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사람이 먼저 아닌가? 우유`요구르트 배달하시는 분들도 예전에 사고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장을 보라. 전기 카트로 바뀌었다. 사고가 줄었다. 민간기업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느꼈다. 우리 집배원들의 현장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총대를 메자고 생각했다.

-집배원들의 다른 현장 업무도 개선을 많이 했다던데?

▶기숙사`경로당 등에 무인 배달함을 만들도록 했다. 행정안전부 교부세 대상 사업에 신청해 선정됐다. 올해 1천 개 마을에 배달함이 만들어진다. 이런 배달함만 있어도 집배원들의 수고가 확 줄어든다. 겨울에 집배원들의 고민이 또 하나 있다. 부재 중 스티커를 붙이는 일이다. 스티커를 손으로 떼내고 글씨까지 써야 하는데 겨울에 손이 얼어붙는다. 여름철 비가 쏟아지는 날도 집배원들은 곤혹스럽다. 스티커가 빗물에 젖어버려 낭패를 겪는다. PDA출력기를 지급했다. 수기로 하지 말고 출력해서 바로 붙이도록 업무 환경을 바꿨다. 작은 것이지만 이 개선을 통해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개선을 통해 상반기 내에 모든 집배원들이 주 52시간 이내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전체 집배원들의 46%인 7천300여 명이 주당 52시간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장 집배원들의 고충을 어떻게 이리 잘 아나?

▶지난해 8월 경북지방우정청장 자리에 갔다. 8월 27일에 부임했는데, 8월 31일 직원들에게 "내가 직접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했다. 직원들이 말렸다. 위험하다고 했다. "그냥 편안히 계시다 가시면 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다. 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청사 뒤편 마당에서 오토바이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땀이 났는데 곧 익숙해졌다. 부임 1주일 만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대구 동구 공산지구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업무에 나섰다. 오토바이를 내가 직접 몰고 대구 서구 내당동도 갔고 멀리는 청송 주왕산도 가봤다. 집배원들이 하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목격하고 실제로 체험해봤다.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이상 지금의 업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심했다.

-배달 현장에 드론도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 득량도에 드론을 띄웠다. 육지에서 3.8㎞ 떨어진 곳인데 55가구가 산다. 이 섬에 사는 주민이 이곳 담당 집배원인데 오전 8시 배를 타고 섬에서 나와 우편물을 수령, 오후 2시 배로 다시 들어간다. 이렇게 배달이 이뤄진다. 그런데 드론을 띄웠더니 8분 만에 뭍에서 섬까지 도달했다. 한 번 뜨면 20㎏까지 나를 수 있어 수송 용량도 꽤 크다. 택배도 가능한 것이다. 드론 배달을 늘려야 한다. 국산 드론은 1대 6천만원 정도여서 비용 부담이 문제인데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 임실 같은 곳에 가면 단 2가구에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호수를 건너야 하는 지형도 있다. 이런 곳에는 드론을 띄워야 한다. 집배원이 단 2가구를 위해 매일 호수를 건너다닌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또 다른 고민도 있는데 규제다. 나도 공무원이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행정기관의 규제가 너무 많다. 이번에 드론을 띄워보니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문제가 됐다. 국방부가 카메라를 떼라고 하더라. 안보적 위해 요소가 있어서 카메라는 안 된다고 했다. 드론에 카메라가 있어야 비행 도중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참 고민이다. 카메라를 결국 못 붙이게 됐다. 각종 규제 등 여러 가지 난관이 있지만 드론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체국 빅데이터 센터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던데, 이건 뭔가?

▶이번달에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를 벤처기업 등 외부에도 무료로 개방해 공급할 것이다. 내가 대구에 있을 때 한 우체국에 갔더니 우편물의 주소를 읽는 기능이 있는 기계가 있더라.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인식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더니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정보를 제대로 쌓아놓으면 우리 집배원들의 휴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어떤 지역에, 얼마만큼의 우편물이 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중한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버리고 있었다. 정보가 돈만큼 중요한 것인데 안타까웠다. 모으라고 지시했다. 버려졌던 데이터를 모아서 빅데이터를 만들어 활용할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안유지될 것이다. 국민들이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그러고 보니 우체국은 정말 정보가 많은 곳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그야말로 엄청난 데이터가 있다. 대구에 있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 늦은 밤에 버스가 끊긴다는 것이었다. 서울에는 올빼미 버스가 있다. 심야 노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심야 노동인구의 이동 경로를 빅데이터로 조합해 노선을 짰다. 5개 심야노선이 만들어졌다. 대구도 하루 일당 5만~10만원 받는 일용노동자들 중 늦게 귀가하고 새벽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해 줘야 한다. 최적의 루트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 시대다. 데이터를 알면 또 다른 적용 영역이 나온다. 청송사과가 택배 물량으로 가장 많이 나왔을 때, 청송사과가 서울의 최대 부촌인 강남으로 가장 많이 배달됐을 때, 그 당시 코스피지수는 어땠을까? 이런 데이터를 잡을 수 있다. 반대로 강남 대신 강북으로 많이 배달됐을 때 주가지수는 어찌 되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경기와 물류의 상관관계를 지수로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바로 우체국 경기 지수다. 우체국 경기 지수를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체국 경기 지수를 제대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일본의 우편 시스템을 최근 보고 왔다는데 배울 점이 있었나?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중국`일본 3국이 협력하는 체제를 만들고 싶다. 일본에는 고향장터가 있다. 우리 우체국에는 우체국 쇼핑이 있다. 중국에도 있을 것이다. 3국 간 상품 교류를 하는 구도를 만들 계획이다. 쉽게 직구매를 할 수 있고 검역이나 통관도 쉽게 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조만간 3국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사전 준비하는 중이다. 양해각서가 체결되면 3국 통합 이마켓이 탄생할 것이다. 일단 우리 준비는 끝났다. 일본 및 중국과의 협상은 상당 부분 진척이 됐다. 연내에 통합 이마켓이 나올 것이다. 3국 간 물류 이동이 원활하게 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마다 우체국이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업은 많이 하고 있나?

▶당연하다. 지역의 종교`사회`문화단체 등과 협업해 사회 자본을 열심히 확충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우체국 작은대학을 소개하고 싶다. 우체국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관이 협력하는 모델이다. 경주 안강우체국이 시범 우체국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만들기, 인생극장(앱 활용 자서전 작성), 스마트라이프(컴퓨터) 기초`심화 등의 과정을 만들어 졸업생을 배출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이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 자원봉사자, 퇴직 전문인력 등이 협력해주고 있다.

경주 안강우체국 작은대학은 최근 1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사모를 착용한 졸업식도 열려 수료생들에게 졸업장이 수여됐다. 늦게나마 컴퓨터를 배워 손자에게 전자우편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앱 형태의 자서전을 가족과 공유하면서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성과가 좋았던 만큼 올해는 우체국 작은대학을 확대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작은대학뿐만 아니다. 우체국의 여유공간을 개방해 창업공간, 예식장 등 문화센터 등으로도 활용할 것이다. 든든한 우체국, 이웃과 함께하는 우체국이 될 것이다. 사회공헌 확대를 위해 공익사업비도 대폭 확충한다. 지난해 57억원이었던 공익사업비를 올해는 100억원으로 늘린다. 우체국의 지역사회 공헌에 주목해달라.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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