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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10시간 맹추위에도 미소…자원봉사자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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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경기기간 중 1만5천명 투입…안내·교통·통역 등 맹활약, 대회 성공적 개최 큰 기여
 
13일 오후 2018 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프린트 클래식 예선이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강추위 속에서도 관중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을 취재하며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어딜 가나 가장 먼저 눈에 띄고,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붉은색과 밝은 회색이 어우러진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다. 평창패럴림픽을 제외하고 이번 평창올림픽에만 1만5천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람객 안내부터 교통, 숙박, 통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이들의 친절이다. 특히 젊은 남녀 자원봉사자들의 자신감과 당당함, 밝음에다 다른 나라에서 열린 '빅 이벤트'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친절함과 따뜻함까지 느껴지면서 흐뭇함을 넘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즐기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개회식이 열리기 전날인 8일 오후 9시 30분에 시작하는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을 보기 위해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를 찾아 나섰다. 평창 알펜시아로 가서 셔틀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는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버스를 탔다.

스키점프센터로 가는 셔틀버스 승강장이 메인프레스센터(MPC), 국제방송센터(IBC) 부근이라는 것만 알뿐 정확한 승강장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략적인 위치를 듣고 MPC와 IBC를 걸어서 오가며 승강장을 샅샅이 뒤지고 기다려봤지만 허사였다.

깜깜한 밤중에 대관령의 칼바람이 불어오는 평창 알펜시아 벌판을 벌벌 떨면서 헤매다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할 무렵 드디어 그나마 비슷한 위치를 아는 자원봉사자를 만났고, 마지막으로 그의 말을 믿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1시간에 걸친 추위와의 싸움 끝에 찾은 승강장은 여느 승강장과는 사뭇 다른 '섬' 같은 곳이었다. MPC와 IBC를 대각선으로 연결하면 중간지점에 있었다. 마치 군부대 막사와 같은 것들로 둘러싸여 있고 통제도 심해 미디어를 위한 셔틀버스 승강장이라고는 생각하기도 힘든 곳이었다. 이곳이 셔틀버스 승강장이라고 확신을 하고 가더라도 들어가기 쉽지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어 쉽게 찾지 못한 게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 멀리 스키점프센터로 가는 버스를 확인하고는 기뻤지만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줄 몰랐다. 이곳은 버스를 타기 전에 보안ㆍ검색을 해야 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버스가 출발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급히 검색에 임한 뒤 가방을 들고나가려는 찰라 '가방에 생수병이 있으면 꺼내라'는 말을 들었고, 순간 울컥했지만 검색에 임했다. 확인하기가 무섭게 달려갔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새 버스는 유유히 출발해버렸다.

발을 동동 구르며 다음 버스 시간 확인을 위해 가슴 졸이면서 배차시간표가 붙어 있는 승강장 쪽으로 다가갔다. 경기장에 따라 배차간격이 2시간이나 되는 곳도 있어 배차간격이 길 경우 이동을 포기해야 할 판이었다.

그때 한 자원봉사자가 다가와서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앞서 여러 차례에 걸친 문의에도 제대로 된 장소를 안내받지 못했고, 물까지 검색하는 통에 버스를 놓쳤다는 속상함과 허탈함까지 채 가시지 않았으니 말이 부드럽게 나오긴 어려웠다.

행선지를 말하며 다음 버스 시간을 물었는데 그는 '곧 와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상냥하게 말하며 위로했다. 그는 "이곳 승강장이 바로 어제 오픈해 위치를 제대로 아는 자원봉사자나 관계자가 많지 않은 거 같다"며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계속 운행되기 때문에 늦지는 않을 것"이라며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는 사탕 몇 개를 건넸다. 그것으로 모든 흥분과 속상함은 사라졌다. 그에 대한 고마움과 따뜻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모든 자원봉사자가 친절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여러 상황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를 접하며 이러한 따뜻함과 진심을 느꼈고, 이것만으로도 이미 성공적인 대회라고 생각한다.

'버스를 기다리며 추워죽겠다'며 엄살을 떠는 기자에게 웃으며 '저는 10시간째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라고 하면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한 젊은 자원봉사자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부디 맹추위와 힘든 업무 가운데도 끝까지 무사히, 그리고 친절함과 따뜻함을 잃지 말고 봉사를 잘 마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평창에서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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