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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미투’ 바람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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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포항시가 직장 여성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원더마마 서비스’는 긍정적이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시간당 5천원의 비용으로 2시간에서 최대 4시간까지 아동보호사가 자녀 하굣길을 동행하거나 일시적으로 돌봐준다. 제대로 운영한다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느라 고달픈 직장 여성들의 고충을 덜어줘 여성의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여성 행복도시’ ‘여성 친화도시’ 등을 내세우며 밤늦은 귀갓길 동행 서비스, 출산`육아 지원 서비스 등의 정책을 시행 중이다.

여성 친화 정책은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행복해진다’는 모토를 담고 있다. ‘아내가 행복해야 남편과 자녀도 행복해진다’는 ‘가정의 법칙’을 사회 전체로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적인 행복도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과중한 스트레스, 심한 빈부 격차 등으로 ‘피로 사회’라 할 만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데 또 다른 고충을 안고 사는 여성들의 행복지수가 높을 수는 없다고 본다. 최근 여성 검사 성추행 피해 폭로로부터 촉발된 ‘미투’ 바람에서 보듯 적지 않은 여성들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그늘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단은 피해 사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혐의가 드러난 현직 부장검사를 긴급 체포했다. 문단에서는 원로 시인이 오랫동안 여성 시인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한 항공사 여승무원들은 회장의 성추행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해 미국 거물 영화 제작자의 성추행과 성폭행을 폭로한 할리우드의 ‘미투’ 바람이 전 세계로 확산했고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퍼져가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수년 전부터 일종의 ‘미투’ 운동이 제기됐으나 불씨가 살아나지 못하다 이번에 재점화됐다. 많은 사람이 ‘미투’에 동참했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군에서도 성추행 등 피해 실태 조사에 나섰다.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조직일수록 ‘미투’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군과 경찰에서는 이전부터 남성 상관의 성폭행에 시달리던 여성 하급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일어났다.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야만적 행위들이다.

군사 문화 잔재가 남아 있는 기업에서도, 영향력 큰 인물이 좌우하는 문화계에서도 이처럼 추잡한 행위가 만연했음이 드러났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거나 그 정도일 줄은 몰라서 놀라운 일들이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갑질’ 중에서도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는 악질적인 범죄 행위이다. 가해자 스스로 크게 부끄러운 줄 알고 무거운 죄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많이 높아졌다. 과거의 남존여비식 문화는 많이 사라졌으며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발언권이 강화됐다. 법적으로도 동등한 상속권을 보장받으며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여성의 고위직 상승은 미약한 ‘유리천장’ 현상이 뚜렷하며 조직 내의 성추행, 성폭행 피해가 끊이지 않는 등 이중적 현실이 여전하다. 언제부턴가 그릇된 ‘여성 혐오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미투’ 운동은 단순히 가해자를 적발해서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처절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공공 조직이든 사기업이든 스스로 돌아보고 여성을, 인간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딸 바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딸과 누이, 엄마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여성에 대한 위압적 갑질을 없애고 양성 평등사회로 나아갈 때 사회는 더 행복해지고 국가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석 동부지역본부장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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