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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으로] 결혼 미끼로 억대 뜯은 전 대구시태권도협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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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나도 당했다" 7년간 30억 빌려줘…유류업·고급 아파트 소유 허위 재력 과시하며 접근
결혼을 미끼로 12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은 전 대구시태권도협회 감독(본지 6일 자 8면 보도) 사건이 알려지자 비슷한 수법으로 당했다는 추가 피해자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 A(51) 씨가 장모(53) 씨를 소개받은 것은 지난 2007년 초였다. 장 씨는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유명 건설사 막내 사위인데 유류사업을 하려고 부산에서 대구로 왔다”고 했다. 가까워진 두 사람은 북구 침산동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잘나가는 사업가 행세를 했던 장 씨였지만 사업이 어렵다고 자주 푸념했다. 그런 장 씨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서 당장 현금 운용이 어렵다”며 돈을 요구하자 A씨는 거절하기 어려웠다.

장 씨가 지역의 한 언론사 사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대구시태권도협회 이사로 취직하자 더욱 믿음이 갔다. A씨는 “그런 식으로 장 씨에게 건넨 돈만 30억원이나 된다”고 고개를 숙였다.

A씨와 장 씨의 관계는 지난 2013년 A씨가 췌장암에 걸리면서 끝이 났다. 당시 장 씨는 합숙 훈련을 핑계로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장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채무자들은 계속 A씨를 찾아왔다. 모아뒀던 재산을 모두 날리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A씨는 병원비를 구하고자 장 씨에게 연락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A씨가 장 씨의 이름을 다시 들은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장 씨를 검찰에 고소했다는 B(43) 씨는 장 씨에게 수십억원을 갈취당했다고 울먹였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만난 두 사람은 장 씨의 범행 수법과 접근 방법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와 헤어진 장 씨는 2013년 8월쯤 북구 매천시장에서 과일도매상을 하던 B씨에게 접근했다. 장 씨는 주유소 5곳을 운영하고 있고, 수성구 고급 아파트를 유명 프로야구 선수에게 빌려줬다며 재력을 과시했다. B씨와 사이가 가까워지자 장 씨는 “세무조사 받으면서 돈이 묶였으니 사업자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넘어간 돈이 4년 동안 12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2월 사기를 의심하던 B씨는 자신의 명의로 만들어준 장 씨의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확인하고 장 씨의 실체를 알게 됐다. 장 씨는 지난 1996년과 2004년 사기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한때 수십억원대의 자산가였던 A씨와 B씨는 재산을 모두 날리고 가사도우미와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추가 피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른 피해자가 더 있다고도 했다. A씨는 재판정에서 오랜만에 장 씨의 얼굴을 봤다. A씨는 “가족들이 지금 돈을 만들어서 오고 있다며 재판부마저 속이려는 장 씨의 모습을 보고 치를 떨었다”고 했다. A씨는 12일 수성경찰서에 장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구민수 기자 ms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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