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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명장이다] <8>보일러 명장 이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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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4 04:55:05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에너지 절감에 30여년 매진…후배 기술인에 노하우 전해
 
이충호 명장이 보일러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탄보일러를 놔주고 있는 이충호 명장

"여보, 아버님 방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날씨가 쌀쌀해지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얼굴과 함께 떠오르는 광고 카피이다. 이충호(62) 보일러 명장은 보일러를 데워 따뜻함을 연출하는 사람이다. 그는 보일러 기술 하나로 최고의 기술자만이 오를 수 있는 '명장'(名匠)이 됐다. 비록 연탄이나 가스, 석유 등을 연소시켜 따뜻함을 만들어내지만 그의 맘속에는 활활 타오르는 보일러 불꽃처럼 세상을 데우는 훈훈함이 배어 있다. 몇 년 전 30여 년을 근무한 회사를 퇴직한 그는 요즘 후학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바쁘고, 오늘도 보일러 기술로 추운(?) 세상을 데우느라 바쁘다. 이 명장은 "보일러 기술로 인정도 받았고 보람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이 기술을 세상을 향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대신 보일러 기술 배우다

경북 고령군 다산이 고향인 이 명장은 중고교는 대구에서 다녔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장남으로서 집안을 돕기 위해 대학 진학 대신 취직을 결심한다. 그러나 군 복무가 걸림돌이었다. 공병대에 입대했다. 다양한 중장비를 만지면서 자연스레 기계에 재미를 붙였다. 전기를 일으키는 발전기에 관심이 있어 발전병으로 근무했다. "기술에 대해 문외한이었는데, 군에서 접한 기술이 평생의 업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명장은 제대 후 발전보다는 보일러 기술이 귀하고 대우가 좋다는 말을 듣는다. "당시 웬만한 건물에는 보일러를 다루는 기술자가 필요했다. 보일러 기능공은 공무원보다 봉급도 두 배였다. 당연히 보일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보일러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울산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 몇 개월 후 가축 사료를 만드는 대구지역 회사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리고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야간대학에 입학해 주경야독으로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좀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더 필요했다. 당시 대학 측에서 학내 건물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주는 등 배려해줬다"고 했다.

이후 회사가 커지면서 이 명장의 일은 많아졌다. 국내외 공장 증설에 설비담당으로 참여하면서 그의 기술은 빛을 발한다. 사료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원료를 삶거나 찌고, 멸균`숙성 과정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당연히 그에 맞는 설비가 뒤따라야 했다. 그는 "에너지 재활용 시스템 개발, 생산원가 절감 방안 등 제안과 설비를 설계해 에너지 절감과 공정을 개선하는 데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이 명장은 1979년 그 회사에 입사해 단 한 번도 직장을 옮기지 않고 30여 년을 한결같이 보일러 에너지 절감에 매진하다 2012년 퇴직했다. "제가 일할 때는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시기라 보일러 기술을 요구해 큰 어려움 없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요즘은 보일러 기술의 중요성이 덜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라며 웃었다. 이 명장은 퇴직 후 고령군 다산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기계관리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16개 자격증, 그리고 명장

이 명장은 보일러기사 자격을 비롯해 위험물`열관리`전기공사`대기환경 기능사, 소방설비기사 등 16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나 하나 취득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근무 연수가 쌓일수록 일하는 범위가 넓어져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또 여러 관련 기관의 직원을 상대하려면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명장이 그동안 받은 각종 상과 표창장, 상패 등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련 설비의 유지 보수 업무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보일러 설비 개선 등 보일러산업에 공헌한 공로로 행정자치부장관상, 산업자원부장관상도 받았다.

그는 2008년 드디어 명장에 선정됐다. "2005년 전국기능장 모임에 갔는데, 거기서 '명장'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격년제로 명장 신청을 받는데 2006년에는 서류 미비로 놓쳤다. 2008년엔 제대로 준비해 한 번 만에 기계 분야 보일러 명장에 선정됐다"고 했다.

이 명장은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했고, 많이 기뻤다"고 술회했다.

◆"사회에 봉사하며 후학 양성에 힘쓸 터"

"퇴직 후 할 일이 많아 행복하다"고 할 정도로 이 명장은 요즘 바쁘다. 학교나 산업현장에서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특히 후학 양성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를 필요로 하는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면 되는지 경험담을 세세하게 들려주는 등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요즘 고용 절벽이라 할 만큼 취직이 어렵다. 특히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사고를 바꿔야 한다"면서 "기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은 멀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할 일이 많다. 후배나 젊은이에게 기술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 명장은 자신의 꿈이 기술인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의 모델이 되는 것이었는데, 현재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저를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저 또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가르치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했다.

이 명장은 현재 호산대 석좌교수,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로 있다.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나아가 국가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웃을 향한 이 명장의 가슴은 보일러만큼이나 훈훈하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틈날 때마다 사회봉사에 나선다. 이 명장은 가진 기술로 보다 많은 이들에게 나눔의 온기를 전해 보일러처럼 훈훈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봉사가 이렇게 가슴 뿌듯하고 재미있고 행복한지 몰랐다. 힘 닿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명장은 사랑재능나눔대학과 에너지사랑나눔봉사단 등을 통해 홀몸 어르신이나 어렵게 사는 이들에게 보일러를 놔 주거나 노후 보일러를 교체해 주는 등 따뜻한 이웃사랑을 전하고 있다. "요즘 들어 어렵게 사는 이들이 많아 기름보일러를 뜯어내고 연탄보일러로 교체해 주고 있다"면서 "오히려 시골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더 심각하다. 연탄보일러를 놔 주고 돌아서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명장은 몇 해 전부터 체계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대한민국명장회 대경지회봉사단을 조직해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명장은 봉사를 하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살아가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기술을 배운 게 잘한 것 같아요. 사무직에서 퇴직한 이들은 저를 아주 많이 부러워한다, 제가 훨씬 도와줄 게 많다"면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상대도 내 손을 잡는다. 이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가운데 사회는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글 사진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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