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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척추관협착증 앓는 차순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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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4 04:55:05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악몽 같은 두 번의 결혼 뒤 남은 건 병든 몸
 
 
 
차순정(가명) 씨가 무릎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차 씨는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으며 양쪽 무릎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사진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차순정(가명`61) 씨에게 두 번의 결혼생활은 모두 악몽이었다. 첫 번째 남편은 의처증이 심했고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렀다. 3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차 씨는 아래턱 어금니가 몽땅 빠져버렸다. 두 번째 남편도 도박중독에 빠져 있었다. 차 씨는 쌓여가는 도박빚을 갚느라 갓난아이를 업고 새벽부터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다. 그때 다친 허리와 무릎은 결국 말썽을 일으켰다. 차 씨는 눈을 뜨자마자 진통제를 한 움큼 털어 넣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

가정폭력과 함께 찾아온 우울증은 평생 차 씨를 괴롭히고 있다. 약물치료를 중단했다가 5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절친한 초등학교 동창이 찾아와 "죽지 말고 같이 살자"며 차 씨의 손을 잡았다. 친구는 "예쁜 것을 보며 좋은 생각을 하라"며 베란다를 화분으로 가득 채웠다. 동창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차 씨에게 필요한 살림을 마련해줬다. 차 씨는 친구들에게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했다. "고마운 친구들 만나러 동창회 한 번 나가보는 게 소원이에요."

◆두 번의 결혼 실패…남은 건 병든 몸

차 씨는 이른 나이인 21살에 첫 번째 결혼을 했다. 자상했던 남편은 어느 날부터 돌변했다. "외도를 한다"며 손찌검한 것을 시작으로 온갖 가재도구를 휘두를 정도로 폭력의 강도도 심해졌다. 전 남편은 차 씨가 외출하지 못하게 현관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갔다. 멍과 상처가 가시지 않는 지옥 같은 시간은 3년이나 계속됐다. "참다못한 오빠가 자물쇠를 뜯고 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오빠마저 남편으로 보여 기겁하며 도망갔어요. 오빠가 저를 부둥켜안고 많이 울었죠."

25살에 재혼한 남편은 도박에 빠져들었다. 차 씨는 아이를 업고 새벽이슬을 맞으며 일을 나갔다. 일당을 챙겨 돌아오면 집 앞에서 기다리던 빚쟁이들에게 돈을 뺏겼다. 차 씨는 결국 네 살과 여섯 살짜리 남매를 두고 집을 떠났다. 식당 쪽방에서 기거하며 10년 넘게 빚을 갚았지만 사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살면서 손에 돈을 쥐어본 일이 없어요. 파산 신청에 필요했던 변호사비 100만원조차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마련했어요."

그렇게 홀로 외로움을 견디다가 쉰 살이 되던 해에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사회복지 담당직원은 자녀들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설득했다. 차 씨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죠. 나 혼자 살겠다고 자식 버리고 떠난 엄마가 무슨 자격으로 연락을 하나요."

◆무릎 재수술 필요하지만 수술비 없어

젊은 시절부터 혹사당한 몸은 성한 곳이 없다. 허리를 굽히고 종일 남의 집 농사일을 하다가 척추관협착증과 관절염을 얻었고, 식당일을 하며 어깨 힘줄에 석회가 쌓였다. 차 씨는 약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 우울증 약을 먹지 않으면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아픈 허리는 물리치료를 받아도 도무지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양쪽 무릎은 고장 난 지 오래다. 정부 지원으로 지난 2015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1년 만에 오른쪽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무릎은 바지를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부었고, 심한 통증 탓에 제대로 걷지 못한다. 무릎이 불편하고 제대로 서지 못하다 보니 허리 통증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오른쪽 무릎이 고장 난 지 1년 만에 체중이 15㎏이나 늘었어요. 자꾸 몸이 붓는데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까 살이 찌더라고요."

차 씨는 다음 달 오른쪽 무릎에 인공연골을 넣는 수술을 해야 하지만 수술비 50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 수개월 전 가슴에 발견된 혹도 차 씨의 시름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제가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지,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어요."

이혜진 기자 hattch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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