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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자식 집에 역귀성, 공무원 명절날 구호소로…지진 공포 포항 설밑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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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5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100여명 구호소서 합동 차례 "명절은커녕…집에 좀 갔으면"
“설 명절이 다가오지만 마땅히 갈 곳조차 없습니다. 설 명절이 오히려 고통일 뿐입니다.”

지진 이재민 구호소인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석 달째 생활하고 있는 한 이재민은 “설은커녕 집에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항 지진은 설 명절 포항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포항을 탈출하듯 떠나는 시민들, 갈 곳이 없어 이재민 구호소에 머물러야 하는 시민들, 자식들 집으로 역귀성하는 시민들로 포항은 썰렁한 분위기다. 지진이 또 올까 봐 긴장하며 설 명절을 보내야 하는 이들도 있다.

14일 오후 5시 지진 이재민 구호소인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들은 포항시가 준비한 도시락을 차례로 받아들고 식당으로 사용하는 부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재민 김모(55) 씨는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모시고 있는 장모님이 구호소에 같이 있어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규모 4.6 여진이 발생해 놀란 마음을 추스르느라 명절을 지내고 싶은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이재민들은 타지역으로 떠났다고 한다. “고향으로 가는 것이면 좋겠지만, 자식들이 사는 서울로, 인천으로, 대전으로 많은 이재민이 역귀성을 떠났다”고 김 씨는 말했다.

이번 설 명절에는 100여 명이 구호소에서 합동 차례를 지낸다. 장남이지만 포항에서 차례를 지내지 못하는 최모(64) 씨는 “원래 우리 집에서 차례를 모셔왔는데, 구호소에서 지내는 상황이라 동생에게 부탁했다”며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했다.

이들을 살피기 위한 공무원도 집에 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복지 관련 포항시 공무원들은 5명씩 3교대로 명절 동안 구호소에서 근무하기로 했다. 손재현 주무관은 “이재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편안한 명절을 반납했다. 아무 탈 없이 명절을 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도 설 명절과 연휴 나흘 동안 이재민 점심 배식을 위해 구호소로 출근한다. 조상래(64) 봉사자는 “명절에 떡국과 소머리곰탕을 드리려고 푹 삶고 있다. 이재민도 공무원도 봉사자도 지칠 대로 지쳤지만, 모두를 위해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포항철강공단, 포스코 등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혹시 모를 여진에 오형수 포항제철소장도 연휴기간 출근하기로 했다. 곽종건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부장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설 연휴 기간에도 안전 순찰을 더욱 강화하고 설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사고 예방을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현장의 불안 요소를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14일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고속도로 포항IC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차량은 지난해 설 명절 전날(1월 26일)보다 185대 많은 9천304대였다. 포항에 들어온 차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대 많은 7천390대에 그쳤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배형욱 기자 pea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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