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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25일(토) ㅣ
[우리 동네 으뜸 의사] 노진우 영주 참사랑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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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04:5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의사는 환자가 병을 이기도록 돕는 역할”
 
 
 

영주는 추웠다. 아직 해가 떠 있는 오후인데도 영하 8℃.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온기가 돌았다. 진료 대기실 구석에 지금은 보기 힘든 분홍빛 공중전화기가 시선을 끌었다. 오래된 물건은 여기저기 있었다. 책장에는 20년 가까이 된 오디오가 놓여 있고, 진료실 책상 위에는 환자를 부르는 큼지막한 마이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노진우(55) 영주 참사랑외과의원 원장은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편이에요. 마이크도 제가 준비됐을 때 환자를 만나려고 개원할 때부터 쓴 거예요”라고 했다.

병원 풍경과 달리 그의 컴퓨터는 띄워놓은 인터넷 창이 가득했다. 그가 능숙한 솜씨로 가족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열어 보였다. 15년 전에 개설된 홈페이지에는 가족 소개와 함께 수백여 개의 여행기와 사진이 빼곡했다. 블로그에도 사진과 글이 가득했다.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 대부분 글처럼 말도 짜임새가 있다. 정확하게 질문에 대답하고, 불필요한 수식어나 부연 설명을 하지 않는다. 노 원장과의 대화도 그랬다. 그는 질문에 적확하게 대답했고, 내용은 논리적이었다.

◆인생을 바꾼 변곡점…휴학과 소록도

노 원장의 인생 바늘은 두 번의 변곡점에서 달라졌다. 첫 번째는 공부보다 합창 동아리 활동에 열중하며 의과대 본과 3학년에 접어든 때였다. 그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곧 실습을 나가야 하고 환자의 생명을 다뤄야 하는데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됐어요. 그래서 아예 휴학을 했죠.” 휴학기간 동안 기초의학부터 의학 공부를 새로 시작했고 복학 후에도 잠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에만 매달렸어요.”

그가 두 번째로 꼽은 변곡점은 소록도에서 보낸 1년이었다. 소록도의 삶은 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를 결정하는 계기였다. 그는 공중보건의로 국립소록도병원에 발령을 받았다. 소록도로 들어가던 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당시 소록도의 환자는 2천여 명.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 중에서 후유장애가 가장 심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들어온다. 거주 비용이 전액 국비로 지원되는 덕분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맞은 첫날, 그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손가락, 발가락이 적어도 한두 개는 없고, 얼굴도 굉장히 많이 망가진 사람들이 와요. 처음에는 표정 관리가 어려웠죠. 놀란 제 마음을 환자들이 알아차리진 않을까 숨기느라 애를 썼어요.”

함께 간 아내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환자들은 진료해준 의사에게 고마운 마음에 선물로 식재료를 건넨다. 그가 처음 받은 선물은 고등어였다. “아내가 그걸 갖고 들어오지도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여기 환자들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설득해서 억지로 먹였죠.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니까 아내도 ‘요즘은 선물 없냐’고 물어볼 정도가 됐어요.”

소록도에서의 1년. 그는 의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사색하게 됐다고 했다. “저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몰랐던 세계를 접하니까 의사로서의 소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하고 다른 입장에 있는 환자들을 이해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 마음은 지난 1996년 그가 영주에 터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살아보니까 제가 ‘촌 체질’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차로 5~10분 정도만 나가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확 펼쳐지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도시의 번잡함과 치열함이 점점 싫어졌고요.”

◆적정 진료를 제공하는 1차 진료의

노 원장은 “나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아니다”고 했다. “의사의 손길로 죽을 환자가 살아나는 질환은 많지 않아요. 대개는 저절로 나을 환자들이에요. 의사는 환자들을 좀 더 빨리 낫게 해주거나 덜 고통스럽게 병을 이기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저 같은 1차 진료의는 환자의 병을 조기에 발견해주고, 이미 생긴 병이 더 이상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적정진료’를 강조했다. 환자에게 필요한 건 첨단 시술이나 처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의 경제적 수준과 치료 과정의 불편 등을 감안해 적정 수준의 진료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 “나이가 많이 들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의사의 욕심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환자를 가족같이 대하라’는 말에는 내 가족일 때 이런 치료를 하겠느냐를 판단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도 틈 날 때마다 학회 연수나 강좌를 찾아다닌다. 최신 지견들을 알고 있어야 환자들에게 적정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최근에는 만성질환에 대한 다양한 연수, 강좌를 듣는 편이라고 했다. 음악과 사진을 취미로 즐기던 그가 요즘 푹 빠져 있는 건 등산이다. “제가 100m 달리기를 하면 뒤로 축 처지는데, 팔씨름은 반에서 1, 2등을 했어요. 민첩성이 없는 대신 근력과 지구력이 좋은 거죠. 우연찮게 소백산 정상에 올라갔는데 등산은 정말 제가 잘할 수 있겠더라고요. 잘하면 좋아하게 되잖아요.”

그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 소백산은 3년간 100차례 이상 정상에 올랐다. 해외도 중국의 옥룡설산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키나발루산 정상도 밟았다. 모두 해발 4,000m가 넘는 산들이다. 다녀온 여행지는 여행기를 써서 홈페이지나 의사회보에 내기도 한다. 15년여간 지인 4명과 함께 매년 장학금도 기부하고 있다.

그는 “65세 전에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은퇴를 하면 세계의 유명 트레킹 코스를 다니고 싶고요. 나머지 시간은 정말 제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가서 의료봉사를 할 생각이에요. 가까운 동남아만 가도 제 손길이 필요한 곳이 정말 많아요.”

♣노진우 원장

1962년 경남 창녕 출생. 성광고, 영남대 의과대 졸업. 외과 전문의. 전 국립소록도병원 외과 과장. 전 영주 성누가병원 외과 과장. 참사랑외과의원 원장. 전 영주시의사회장. 경북도의사회 부회장

글 사진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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