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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5일(토) ㅣ
[의창 醫窓] 수술중독증<뮌히하우젠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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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04:5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파견지 병원에서 근무할 때였다. J(22·여) 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외과를 찾았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번 복부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J씨가 입원하자 병동 간호사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 여성이 과거 내과와 산부인과에서도 입원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그가 예전에 어떤 증세를 호소했고, 입원실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외과 과장인 필자가 환자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

J씨는 열세 살 때 뇌수두증을 앓았다. 뇌수두증은 뇌에서 만들어진 척수액이 척추로 흘러 들어가는 입구가 막히는 질환이다. 뇌실이 풍선처럼 부풀어 대뇌가 압박을 받고 두통 등 다양한 신경 증세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J씨는 뇌실부터 복강까지 실리콘 관을 연결해 뇌압 상승을 막는 뇌실-복강루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수술을 받은 후 J씨는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며 이 병원, 저 병원을 드나들었다.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서는 심장판막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이 병원 내과에 와서는 기관지에서 피가 자꾸 나온다고 했다. 내과 과장은 그를 입원시켰다. J씨는 간호사들에게 객혈 때문에 손에 피가 묻었다고 했지만 피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J씨는 입원 기간 동안 병실마다 돌며 자신의 증세를 설명하고 병원을 섭렵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심지어 다른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내과와 산부인과 레지던트가 자기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더라는 둥의 이야기도 했다. 다른 병원 외과도 방문해 3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진단명은 장 유착증이었다. 팔이 부러졌다며 정형외과에도 한 달 넘게 입원했다. J씨는 집에서 벽에 팔을 부딪쳤다고 했지만, 정형외과 과장은 환자가 스스로 벽을 쳐서 금이 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랬던 J씨가 다시 배가 아프다고 입원한 것이다. J씨는 장 유착에 대해 어떤 증상을 말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전에도 배에 주기적으로 통증이 나타나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진기를 대보니 장운동은 정상이었다. J씨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며칠간 관찰하다가 개복 수술을 했다. 배 안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J씨를 보며 일종의 정신질환인 ‘뮌히하우젠 증후군’(수술중독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뮌히하우젠 증후군은 관심을 받기 위해 환자를 가장해 병원을 들락거리는 정신질환이다. 꾀병과 달리 실익이 목적이 아니다. 이 증후군을 앓는 환자는 대개 부모의 사랑이 부족한 청소년이나 그런 환경에서 우울한 성장기를 보낸 성인이다. 어린 시절 부족했던 관심과 사랑으로 정신적인 결핍이 있거나 비뚤게 자란 결과다. 이처럼 자신의 육체를 학대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사랑 결핍 아동이 더 많아지는 시대 환경이 안타깝다.

강구정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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