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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엇갈린 시청률 운명 ‘사임당’과 ‘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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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04:5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이영애의 ‘화려한 복귀’에 제동이 걸렸다. 2003년 ‘대장금’ 이후 무려 14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며 요란하게 돌아왔지만, 복귀작인 SBS TV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가 하락세와 함께 혹평을 듣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드라마 자체의 만듦새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와중에 예상치도 못했던 복병을 만나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쳤다. 그 복병은 동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KBS 2TV 수목극 ‘김과장’이다. 남궁민이 타이틀롤을 맡은 드라마로 애초 ‘사임당’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란 말을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난 뒤 상황이 판이해졌다. 7.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김과장’은 방송 4회 만에 14%, 6회 만에 16%를 넘어서며 동 시간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입소문과 함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반면, 시끌벅적하게 출발한 ‘사임당’은 16%대로 시작했다가 5회 만에 10%까지 하락했다. ‘대장금’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이영애의, 중화권까지 공략하고 큰 판을 벌여 성과를 올리려던 ‘사임당’ 제작진의 자존심에 커다랗게 금이 갔다. 주목받지 못했던 ‘김과장’의 성공과 함께 주연배우 남궁민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 ‘사임당’, 수차례 방송일정 연기 ‘오래된 드라마’ 인식

‘사임당’은 한중 동시방송을 노리고 제작된 대형 프로젝트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대장금’의 주연배우 이영애를 전면에 내세워 화제성을 높였고 특히 중화권에서 스타성이 높은 송승헌까지 투입해 현지 시청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려 했다. 두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 무엇보다 이영애가 복귀작으로 ‘사임당’을 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드라마의 화제성은 어떤 작품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다.

하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고조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한중 동시방송이 이뤄져야 애초 기획한 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중국 측에서 한국 드라마 심의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동시방송 루트를 차단해버렸다. 어쩔 수 없이 ‘사임당’ 측은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수그러들 때까지, 무사히 심의를 통과해 양국 내 동시방송이 성사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사임당’은 이미 알려졌던 첫 방송 날짜를 수차례 미뤄야만 했다. 사전제작이 시작될 당시부터 ‘이영애의 복귀’ ‘송승헌 투입’ 등의 기사를 내보내며 홍보를 했던 드라마가 방영일자를 차일피일 미루니 이미지에 큰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 긴 시간을 끌며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진을 빼놨으니 ‘오래된 드라마’라는 인식이 생긴 건 물론이고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본방송에 대한 기대감까지 꺾였다. 방송 시작 전 프로모션 차원에서 이영애를 SBS 프로그램에 노출시키며 ‘사임당’을 알렸지만, 이 역시 첫 방송 일정이 바뀌면서 힘을 잃었다. 이영애 입장에서나 ‘사임당’ 제작진의 입장에서나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

더 이상 중국 심의 통과를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사임당’ 측이 결국 마지노선이었던 올 초 국내 방송을 강행했지만, 방송이 시작된 뒤로는 국내 시청자들의 뜨뜻미지근한 반응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케케묵은 소재 요리하는 실력도 별것 없어

‘사임당’은 사임당이란 실존인물의 인생을 2000년대에 사는 현재의 또 다른 인물의 삶에 비유하는 액자식 구성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 때문에 일종의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로 불리기도 한다. ‘대장금’을 기억하는 중국 팬들을 노리며 사임당이란 역사 속 인물을 끌어와 ‘이영애표 사극’을 만들었고, 여기에 현대적 코드를 가미해 재미를 준다는 전략이다. ‘대장금’과 같은 사극으로 중국을 공략하기엔 14년 세월이 부담스러웠을 법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과 솜씨다.

‘타임슬립’이든, 또는 제작진이 주장하듯 ‘평행이론’을 다룬 것이든 어쨌든 이와 같은 소재를 택할 때에는 좀 더 신중하고 촘촘하고 치밀해야만 한다. 사건과 사건, 인물과 인물 간의 개연성, 그리고 캐릭터에 집중해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 시간여행이나 평행이론이나 어차피 미완성의 이론이라 ‘극 중 논리’로 풀어 보는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때 자칫 내러티브와 캐릭터에서 집중도가 떨어지면 “저게 말이 돼?”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래서, 감각적인 연출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빠른 전개로 보는 이들이 생각할 겨를이 없이 재미를 느끼게 해야만 한다. 지금 ‘사임당’은 큰 의미 없는 평행이론을 내세워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시청자들에게 혼돈만 주고 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사임당’의 결정적인 패인이다. 한중 동시방송을 노리고 재벌가 잔칫날마냥 호들갑을 떨며 시작을 알렸던 것부터 패착이지만, 더 큰 문제는 드라마의 내용이었다. 안정적인 ‘이영애표 사극’과 현대적 감각의 소재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부작용만 커졌다.

◆‘김과장’과 남궁민, 이영애 잡고 선두로

이영애와 ‘사임당’에겐 미안하지만 결국 드라마의 성패는 극의 완성도와 재미에 있다. 뜨거운 반응을 얻는 드라마 ‘김과장’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사실 ‘김과장’도 방송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김과장’은 주원이 주연을 맡았던 히트작 ‘굿닥터’의 박재범 작가가 내놓은 후속작이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업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드라마다. 그러나 첫 방송 예정이었던 지난해 말 동 시간대 경쟁작으로 ‘푸른 바다의 전설’이 들어오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미뤄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기된 일정대로 첫 방송을 준비하던 중 ‘사임당’이 동 시간대 경쟁작으로 편성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사실 이 대결구도는 ‘김과장’에게 극히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굿닥터’라는 히트작을 낸 작가가 집필했다고 하더라도 일단 주연배우의 스타성이 ‘사임당’에 비해 확 떨어진다. 이영애와 송승헌을 잡기 위해 남궁민과 남상미를 내세운다니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블록버스터급으로 제작비를 투입한 ‘사임당’에 비해 규모 면에서도 ‘김과장’은 상대가 안 됐다. 방송 전 인지도 확보 면에서도 ‘사임당’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금 상황이 더 흥미롭다. 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김과장’은 개성 강한 캐릭터와 통통 튀고 빠른 전개, 비상식과 불합리에 맞서 속 시원한 한 방을 날려주는 스토리와 함께 폭넓은 연령대에 알려져 승승장구하고 있다. 속 답답한 시국과 맞물려 ‘고구마 시국 타파용 사이다 드라마’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타이틀롤을 맡은 남궁민은 감정과 표정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해가며 실력파 연기자의 면모를 톡톡히 보이고 있다.

특히 얼굴 근육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표정 연기가 압권. 이 때문에 할리우드 스타 짐 캐리와 비교되며 ‘데뷔 후 최고의 인생연기’라는 극찬을 듣고 있다. 연기력으로 사실상 크게 밀릴 게 없는 남상미, 그리고 이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검증받은 2PM 준호의 활약도 꽤 볼만하다. 시종일관 코믹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내러티브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작가와 감독의 절묘한 솜씨, 만화를 이용해 캐릭터를 살려주는 재치가 특히 눈길을 끈다.

외국시장 공략도 좋고 톱스타 캐스팅도 중요하다. 그래도 드라마의 성공에서 내러티브의 완성도와 재미는 기본이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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