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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더 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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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04:55:0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악몽 같은 초반의 공포…지치게 만드는 후반 미스터리
 
젊은 증권사 간부 알프스서 새 경험

현실과 비현실 경계를 시각적 표현

‘캐러비안의 해적’ 버빈스키 감독

예술적 자유 마음껏 표출한 작품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론 레인저’를 성공시키며 액션 어드벤처에 특화된 감독이라고 생각되는 고어 버빈스키는 일본 호러영화를 리메이크한 ‘링’(2002)에서 특유의 비주얼과 음산한 분위기로 호러 마니아들의 박수를 받은 감독이었다. 그가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로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룬 후 내심 진짜 하고 싶었던 예술적 자유를 마음껏 표출한 영화가 ‘더 큐어’일 것이다.

완벽한 상류층 도시인의 삶을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심한 병을 앓는 현대인들이 스위스 외딴 산속에 위치한 재활센터에서 생활하며 겪게 되는 수수께끼들을 신비로운 비주얼과 섬뜩한 스토리에 담았다. 아름답고도 끔찍한 것이 기묘하게 어울리는 예술영화다.

완벽해 보이지만 병든 인물들처럼, 영화 역시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지만,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은 추악하다.

스토리라인보다는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수수께끼로 가득한 단서들이 나열된 시각성에 주목하다 보면 영화의 매력이 한껏 들어오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잔뜩 멋을 부렸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고예산 어드벤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육탄전과 손쉬운 해결점을 향해가는 것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하여튼 이미 거물이 된 고어 버빈스키가 초기 영화적 실험으로 다시 돌아와 자신만의 예술적 세계를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은 반갑다.

젊은 나이에 증권사 간부가 된 록하트(데인 드한)는 의문의 편지를 남긴 채 떠나버린 CEO를 찾아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재활치료센터인 웰니스 센터로 향한다. 그러나 CEO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센터를 떠나려던 중, 사슴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고 센터에 입원하게 된다. 웰니스 센터는 물을 통한 치료법을 사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록하트 역시 디톡스 기법의 일종인 수치료법을 받게 되지만 치료 도중 벌어지는 기묘한 현상들로 센터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한다. 한편, 의문의 소녀 한나(미아 고스)는 바깥세상에 나가본 적이 없는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녀 역시 센터의 환자이지만 센터장은 유독 그녀를 과잉보호하며 록하트를 견제한다.

화려하고 속물적인 뉴욕 증권가와 고즈넉하고 쓸쓸한 스위스 산골짜기, 전 세계에서 온 상류층 사람들이 생활하는 웰니스 센터와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스위스 서민들의 모습, 도시인 남자 주인공과 산속의 신비로운 여성이 대비를 이루며 영화적 긴장감을 초반부에서 형성한다. 웰니스 센터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겉으로는 성공한 증권맨이지만 실상은 실적을 맞추려고 별별 사기로 위장하다 들통난 주인공이 낯선 웰니스 센터의 비현실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두려움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영화는 확실하게 드러나는 공포의 원인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긴장감과 편집증으로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의 악몽을 하나씩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웰니스 센터에 모인 모든 노인들은 과거 하나씩 죄악을 행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과거의 죄가 현재의 공포로 이어지는 이곳은 꿈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 꿈은 악몽이다. 비주얼리스트 고어 버빈스키의 장기는 여러 면에서 확인된다. 물의 공포, 시체의 공포, 병원 기기의 공포, 뱀의 공포, 낯선 자의 공포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공포적 순간들을 한 공간에 옮겨 놓았다.

초반의 스릴러 서사와 중반부의 호러 장치들이 부여하는 호기심은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영화에 빠져들게 하지만, 후반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146분의 긴 러닝타임도 후반부에 가서 지치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악몽에 들어선 남자가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이라는 감독의 설명을 적용한다면, 영화 보기는 꿈의 미로 속에서 헤매다 깨어나 허탈해지는 꿈의 속성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2012년 인디영화 ‘크로니클’로 혜성처럼 나타나 제2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불리는 데인 드한이라는 젊은 배우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 경력을 쌓고 있다. 단독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는 그의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전영화 시대의 몽고메리 클리프트나 제임스 딘처럼 깨질 것 같은 예민한 심성을 섬세하게 해석해서 연기한다. 실험적인 선택을 주도적으로 함으로써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젊은 배우다.

정민아 영화평론가·한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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