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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18일(일) ㅣ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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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6 04:5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日 1600만 흥행신드롬 ‘힐링 애니’ 한국서도 터질까
 
딴 세상 꿈꾸는 두 학생 ‘체인지’

판타지에 깃든 사회적인 메시지

후반부 등장하는 비극적 상황들

원전 폭발·세월호 떠올라 ‘뭉클’

복잡한 빌딩 숲 도쿄에서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는 남자 고등학생, 한적하고 인구도 적은 시골 마을에 살며 마을에 전통으로 내려오는 바느질을 배우거나 제사를 치르는데 공을 들여야 하는 여자 고등학생. 둘은 다른 세계를 동경한다. 도쿄 소년 타키는 따뜻하고 소탈한 곳을 그리워하고, 시골 소녀 미츠하는 도시에서 화려하게 카페 생활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의 소망이 이뤄지는 꿈을 꾼다.

영화는 타임슬립, 몸체인지, 데자뷰, 인연과 운명 등 멜로드라마 장르의 관습적 요소들을 가져온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전형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매우 거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폭발력을 가진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애니메이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일본에서 1천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수치는 일본영화 역대 흥행 순위 4위이며, 애니메이션으로서는 2위의 기록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3위)과 ‘원령공주’(4위)라는 전설적인 애니메이션들을 넘어섰고, 오직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전설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 애니메이션들로 채워진 역대 흥행 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흥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개봉 3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하였으며, 아시아 5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LA 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 상을 받음으로써 다음 달 개최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의 수상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초속 5센티미터’로 한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는데, 1인 창작 시스템으로 완성한 그의 애니메이션 세계는 그만이 가진 작가적 개성으로 충만하다. 인물 표현에서 극적인 명암 대비, 그리고 실제 배경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배경을 디테일하게 그리는 그만의 장인 정신은 애니메이션을 사실감 넘치는 실사영화처럼 보이게 한다. 빛의 장인이며 ‘배경 왕’이라는 별명이 괜한 것이 아니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확인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세밀한 표현들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입체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체는 그림의 기술에만 기반한 것이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너의 이름은.’을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으로 한껏 끌어올린다.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는 서로 몸이 뒤바뀌는 꿈을 꾸는데, 반복되는 꿈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들의 뒤바뀜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타키는 미츠하를 만나러 시골로 가지만, 두 사람은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사뭇 다르다. 전반부는 남녀 육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낯선 경험, 시골과 도시의 대비, 전통과 현대적인 것의 교차 등에서 유러머스한 상황들을 펼쳐낸다. 이 가운데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 미지의 인물에 대한 신선한 호기심 등 10대 로맨스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그려진다.

그러나 타키가 미츠하를 만나러 가는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사람은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재난영화의 비극적인 상황을 가져온다. 극을 위해 도입된 허구적 사건이지만, 영화 속 사건은 일본인들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은 쓰나미로 인한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한국인에게도 유사한 기억이 소환된다. 바로 ‘세월호’다.

이 영화가 쓰촨성 대지진이라는 집단 트라우마를 가진 중국을 비롯하여 쓰나미 상처를 안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영화 후반부에서 표현되는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영화 속 캐릭터들의 활약에 의해 위안받고,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애도의 마음과 위로의 감정으로 뭉클해진다.

꿈처럼 서로 뒤바뀌는 체험을 하는 소년 소녀가 잠에서 깨어나면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애달파한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서로의 징표를 간직함으로써 기억하려는 캐릭터들의 안타까운 노력은 영화를 보는 내내 커다란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건, 그리고 그 이름들. 오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고자 한다.

정민아 영화평론가·한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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