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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장인의 삶을 바꾼 그 순간] (2) 허호 허씨비단직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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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00:05:00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누에고치 두 마리가 뽑아낸 불량 명주실 덕분”
 
“날짜는 기억나지 않네요. ‘내 삶을 바꾼 순간이 언제쯤’이라고 말할 수 있는 때는 있지만. 1980년 전후였던 것 같아요. 20대 중반이었어요. 결혼할 무렵이었던 거 같은데. 아참, 지금은 60세입니다.”

허씨비단직물(상주시 함창읍 오동리)의 허호(60) 대표. 현재의 자신은 불량품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섬유가공 분야 경북도 최고장인으로 선정된 그가 ‘불량품 덕분’이라는 까닭은 뭔가.  

“전통섬유인 명주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였어요. 나일론에 밀릴 때였죠. 수의용으로나마 명맥을 이을 때였어요. 옷감으로서의 시장은 안 열리더라고요. 수명이 여기까지인가 하다가 어차피 안 열리는 시장, 다른 걸 시도해본 거죠. 발상의 전환이었어요.”

누에고치가 만들어내는 명주실 중에서 불량으로 치부되던 옥사(玉絲)에 주목했다. 보통 누에고치 한 마리가 만들어내는 게 정상적인 명주실. 그러나 누에고치 두 마리가 실 한 가닥을 뽑아내는 경우가 있다. 두 마리가 만들다 보니 제멋대로다. 작은 구슬처럼 매듭이 생긴다. 이게 옥사다.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애물단지였다. 성분은 명주실인데 이걸로 만든 건 명주 대접을 못 받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마지막 효도를 하러 싸구려 수의용으로 쓰인 것이 전부였다. 일반 명주실의 반값이었다.

“옥사의 마디를 무늬로 인식하면 어떨까, 시제품을 만들어 옷감으로 가능한지 시장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이게 먹히더라고요. 요즘 말로 대박을 쳤어요. 기존에 없던 신선함으로 통했어요. 서예, 다도, 생활용품 등에 감촉이 울퉁불퉁한 옥사가 들어갔어요.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향수를 느낀 것 같았어요. 가치의 발견이었죠. 이젠 일반 명주실보다 더 비싸요.”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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