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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19일(월) ㅣ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전문가들의 방송 출연, 쉽지 않은 중심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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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00:05:0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내뱉은 자신감, 입방아 오르다
 
 
 
황교익
 
어설픈 요리 실력 펼친 ‘미남’ 셰프 맹기용
 
영화 ‘명량’ ‘국제시장’을 부정적으로 비평해 많은 영화 팬으로부터 공격 당한 허지웅.
방송 콘텐츠 소재가 다양해짐에 따라 TV 출연자의 직업군 폭도 확장됐다. 전문 방송인이나 연예인이 주축이 돼 프로그램을 이끄는 것이 기본기에 충실한 구성이지만, 이젠 ‘비전문 방송인’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내세우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의사 또는 변호사나 경찰이 교양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미는 건 이미 ‘옛일’이고, 요리사가 방송인 못지않게 예능감까지 과시하며 연예인처럼 고정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많지는 않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진 평론가 중 일부도 방송에 얼굴을 보이며 영향력을 과시하곤 한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출연자로 나서 방송에 재미를 더하고 본인의 영역을 넓히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인해 구설에 오르는 예도 많은 게 현실이다. 때로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과한 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반대로 전문가라는 위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억울하게 매도당할 때도 있다. 얻는 것이 많은 만큼 신중하지 않으면 한 방에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벼랑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빠른 길이면서도 그만큼 위험한, 외나무다리 위를 걷는 모양새다.

◆일반인 전문가 방송 출연 기회 많아져=사실상 비전문 방송인, 바꿔 말하면 평범한 일반인의 범주에 있는 이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많아진 건 방송계의 트렌드 변화와 함께 설명이 가능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일반 시청자들을 중심에 내세우는 토크쇼 등의 포맷, 그리고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한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그들의 전문 지식을 과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요리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이 프로그램 안에 요리 전문가가 나와 시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3년여 기간 동안에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쿡방’ 프로그램이 히트 치면서 아예 요리사가 콘텐츠의 메인 출연자로 부각됐다. 역시 JTBC ‘썰전’을 시작으로 시사평론가와 정치 전문가들이 입담을 뽐내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음식 관련 프로그램도 tvN ‘수요미식회’처럼 토크쇼 형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tvN ‘알쓸신잡’처럼 딱히 분야를 설정하지 않고 폭넓게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를 찾아 대화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연예인보다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지식과 입담, 그리고 실력을 내세우며 대중에 어필한다.

그러나 그 내면엔 상당한 리스크 발생 요인이 깔려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미남 셰프로 주목받던 맹기용이 과거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어설픈 요리 실력을 보여준 후 오랫동안 방송계에서 모습을 감췄던 사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최근 ‘수요미식회’의 메인 출연자로 주목받고 있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도 소신과 교감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황교익, ‘떡볶이 발언’으로 난감한 상황 처해=최근 황교익은 본인이 확보한 주목도의 근간이 됐던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떡볶이를 메인 소재로 다루던 중 내뱉은 발언과 그 뒤에 드러난 행동이 맞물려 상당수 시청자들로부터 하차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황교익은 떡볶이를 두고 “몸에 좋지 않은 맛없는 음식”이라고 표현했으며 “오히려 사회적인 음식으로 한국인이라면 떡볶이를 두고 맛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실 이 정도면 평소 음식과 맛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드러내던 황교익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위의 말이다. 그리고 음식과 맛에 대한 글을 쓰는 전문가라면 대다수 국민 정서에 반한다고 해도 이런 정도의 자기주장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국민 정서에 반하는’ 주장을 관철시킬 때에는 기회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떡볶이를 매정하게 비판한 황교익에 상당수 시청자들이 발끈했고 급기야 이들은 과거 황교익이 찍었던 떡볶이 업체 광고를 들춰내며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비난했다. 이 광고 사진 안에서 황교익은 자신이 맛없는 음식이라고 비판했던 떡볶이를 젓가락으로 든 채 밝게 웃고 있다.

논란이 점화된 후 황교익은 자신의 SNS를 통해 광고 출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황교익이 밝힌 내용은 이렇다. 이 광고는 황교익이 과거 자신의 이름을 붙인 튀김 메뉴를 팔고 싶다는 외식업체 운영자의 제안을 받고 해당 메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황교익이 직접 SNS를 통해 알린 내용이다. 그러면서 황교익은 “광고 출연은 내 자유이며 이 광고 건으로 인해 평소 내가 하던 말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떡볶이는 여전히 맛없고, 한국 외식업에서 프랜차이즈는 줄어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교익이 몇 차례에 걸쳐 상황을 설명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미식회’ 온라인 게시판에는 황교익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자나 깨나 말조심 행동조심=황교익 건을 두고 이영돈 PD가 일으켰던 논란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두 사건은 분명 달리 해석해야 할 만큼 결이 다르다. 이영돈은 JTBC ‘이영돈 PD가 간다’에서 그릭요거트 업체를 매도하며 사실관계를 불투명하게 조작하고는 뒤에서 특정 요거트 제품의 모델로 활동하는 무리수를 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그전에도 팩트를 왜곡한 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는 논란에 수차례 휩싸였던 인물이다. 전문 방송인이 착오를 일으켜 던진 자충수였던 셈이다.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느라 고집부리는 황교익의 경우와는 분명 다른 케이스다.

오히려 좀 더 황교익 건에 가까운 예를 찾아보자면 유사한 논란에 자주 휩싸였던 허지웅을 떠올릴 수 있겠다. SNS를 기반으로 정치-사회-영화-대중문화 등 다방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며 센 발언을 마다하지 않던 인물로,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온라인상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 주목받곤 했다. 영화 ‘명량’과 ‘국제시장’의 부정적인 면을 끄집어내 평했다가 상당수 대중으로부터, 또 다른 생각을 가진 타 평자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끝까지 본인의 입장을 고수하고 생각을 이해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대중은 허지웅의 태도 하나까지 지적하며 반발했다. 역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 문제가 됐다. 최근 들어 과거와 같은 ‘센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데 어쨌든 방송을 본업 못지않게 중요한 무대로 생각하고 그렇기에 대중과 교감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거침없이 센 언행으로 주목받으며 방송으로 들어왔다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버려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 이것도 아이러니다.

유튜브로 보기 ▶ http://www.youtube.com/watch?v=753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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