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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박스오피스 1위 탈환, 역사왜곡 논란→노이즈 마케팅? [시사뒷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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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과 경찰 고발, 국정감사 출석 공방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영화는 하루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되찾았다.

논란이 관객 이탈로 이어지는 듯했던 흐름이 곧바로 뒤집히면서, 역설적으로 거센 논쟁 자체가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9일 하루 6만1천496명을 동원해 일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은 169만5천104명이다.

하루 전인 28일에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6만8천913명, '암살자(들)'은 6만7천406명을 기록해 1천507명 차로 순위가 뒤집혔다. 개봉 후 처음으로 '암살자(들)'이 일별 1위를 내준 날이었다.

그러나 29일에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5만6천134명에 그치면서 '암살자(들)'이 5천362명 차로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허진호 감독이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28일 논란 본격화…정치권 일제히 가세

공교롭게도 28일은 영화의 역사적 설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본격 확산된 날이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한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주진우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진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 등도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보수 성향 온라인 공간에서는 '보지 않습니다', '예매하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불매 이미지까지 공유되기 시작했다.

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작품 평가 차원을 넘어 역사 인식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으로 확대됐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진 "정치적 목적 아니다"…28일 첫 공식 입장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도 28일 공식 입장을 냈다.

제작진은 "'암살자(들)'은 1974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조사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한 영화가 아니다"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제작한 작품도 아니라며 "창작의 산물로 바라봐 달라"고 요청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29일엔 고발장까지…상영 중단 요구도

논쟁은 이튿날 더 커졌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작가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영화 제목을 단수인 '암살자'가 아닌 '암살자(들)'로 정하고, 중앙정보부 등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시해 관객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 배후에 있었던 것처럼 인식하게 했다는 게 고발인 측 주장이다.

같은 날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도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허진호 감독이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진호 감독 국감 부르자?…여야 충돌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허진호 감독과 제작 관계자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불러 영화의 역사적 설정을 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영화감독을 국회에 불러 작품 내용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와 창작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민희 의원은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며 "국회가 영화검열단위?"라고 지적했다.

결국 29일 문체위가 확정한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에는 허진호 감독이 포함되지 않았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과 관련, 허진호 감독 등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라도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자본 의혹까지…제작사 또 입장문

논란의 가지도 늘어났다.

주진우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제작사와 중국 자본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하자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9일 다시 입장문을 냈다. 제작사는 "'암살자(들)'은 국내 제작진과 창작자들의 주도 아래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된 작품"이라며 중국 자본 유입설을 전면 부인했다.

역사왜곡 논란에 대한 해명에 이어 제작자금 문제까지 별도 입장을 내야 할 정도로 논쟁이 확산된 셈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허준호 감독'은 '허진호 감독'의 오기

◆악재였나, 광고였나…다시 1위

박스오피스 흐름은 긍정과 부정의 화제성을 담아내는 모습이었다.

추석 연휴였던 24~27일 '암살자(들)'은 약 140만7천명의 관객을 모아 극장가 정상에 올랐다.

이어 정치권 논란이 본격화된 직후인 28일에는 처음으로 일별 1위를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내줬다. 당시 두 영화의 관객 차이는 불과 1천500여명이었다.

그런데 정치권 비판과 제작진 해명, 경찰 고발, 국감 출석 공방까지 뉴스가 쏟아진 29일에는 다시 '암살자(들)'이 1위를 탈환했다.

이를 곧바로 "논란 때문에 관객이 늘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같은 날 '암살자(들)' 관객 자체도 전날보다 줄었고, 경쟁작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감소폭이 더 컸던 영향도 분명 있다.

다만 논쟁이 작품 제목과 내용을 반복적으로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대체 어떤 장면이길래 정치권까지 싸우나"라는 호기심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 홍보물. 연합뉴스

◆'보지 말자'가 '한번 봐볼까'로?

노이즈 마케팅의 역설은 아닐까. 원래 노이즈 마케팅은 논란과 화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을 가리킨다. 이번 논란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근거는 없으므로 엄밀한 의미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도와 관계없이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다. 상영 중단 요구와 불매운동, 경찰 고발, 국정감사 출석 논쟁까지 이어질수록 영화를 몰랐던 사람에게도 제목과 줄거리가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비판이 강할수록 오히려 직접 영화를 보고 판단하려는 관객을 극장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28일 단 하루 박스오피스 1위를 내줬다가 29일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숫자는 적어도 현재까지 논란이 곧바로 흥행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보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반대편에서는 '얼마나 문제인지 한번 보자'는 호기심도 커지는 것일까.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향후 흥행의 악재로 작용할지, 역설적인 홍보 효과로 남을지는 개봉 2주차 관객 흐름에서 조금 더 분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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