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보. 건강 상식처럼 굳어진 이 숫자가 무릎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연골이 이미 닳기 시작한 사람은 걸음이 늘수록 관절 압력이 커지고 염증이 따라온다. 찬바람이 불면 무릎이 뻣뻣하다는 호소가 늘어나는 계절, 걷기보다 먼저 챙길 것은 내 무릎이 몇 기인지다.
◆ 320만 명, 열에 여덟은 60대 이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 공개한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무릎관절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320만 명을 넘는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열에 여덟을 넘는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서는 50세 이상 무릎 골관절염 유병률이 12.5%, 여덟 명 중 한 명꼴이었다.
무릎은 구조상 하중이 한쪽으로 쏠린다. 서 있을 때 체중의 최대 90%가 안쪽 관절면에 실린다는 것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임상 가이드의 설명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연구에서는 쪼그려 앉을 때 슬개골에 실리는 하중이 체중의 7.6배까지 뛰었다.
◆ 1만보보다 '통증 없는 1~2시간'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이미 연골이 손상된 상태라 너무 오래 걸으면 관절에 추가 부담을 준다"며 "통증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하루 1~2시간가량 걷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은 관절 압력이 올라가 염증 반응이 촉진되고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걸음 수 목표를 경계하는 이유다. 연골 마모가 시작된 중장년이 무작정 1만보를 채우면 미세 골절이나 연골판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기준은 걸음 수가 아니라 통증이다.
관절염 단계는 방사선 사진으로 나누는 KL 분류를 쓴다. 보건복지부 고시는 2~3기를 중기로, 연골이 완전히 닳은 4기를 말기로 본다. 이 구분이 운동량뿐 아니라 뒤에서 다룰 주사 치료의 보험 적용까지 가른다.
◆ 자가골수 주사, 건보 0원에 병원별 7배 차이
환자들 사이에 '줄기세포 주사'로 통하는 무릎 자가골수 주사(자가골수 농축액 주사·BMAC)는 2023년 7월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고시했다. 환자 본인의 골반뼈에서 골수를 뽑아 원심분리한 뒤 무릎 관절 안에 넣는 시술이다.
건강보험은 한 푼도 적용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공개한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보면 가격은 최저 100만 원에서 최고 690만 원까지, 병원별로 일곱 배 가까이 벌어진다. 도시별 평균도 가장 비싼 곳과 싼 곳이 두 배 차이이고, 서울에서는 의원급 평균이 상급종합병원보다 높다.
급여가 되는 히알루론산 연골주사는 한 치료 과정 환자 부담이 4만 원이 채 안 된다. 폴리뉴클레오티드(콘쥬란) 주사도 선별급여로 비용 일부만 낸다. 같은 무릎 주사인데 수백만 원과 수만 원으로 갈린다.
◆ 실손 인정은 KL 2~3기뿐, 재생 효과도 없다
복지부 고시가 정한 시술 대상은 연골 결손 ICRS 3~4등급 또는 KL 2~3기다. 초기 1기와 말기 4기는 빠진다. 고시가 밝힌 목적도 연골 재생이 아니라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평가에서 그 효과는 기존 히알루론산 주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대학병원 정형외과 관계자는 "골수의 줄기세포 비율은 0.00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무릎 관절 안에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주사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소비자경보에는 4기 환자가 실손 처리가 된다는 병원 말만 믿고 주사를 맞았다가 전액 거절당한 사례가 실렸다. 2017년 4월 이후 가입한 3·4세대 실손은 비급여 주사 특약이 없으면 아예 보상 대상이 아니다.
◆ 반년 새 청구 38건에서 1800건으로
금융감독원이 2024년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주사의 실손 청구는 고시 첫 달인 2023년 7월 38건에서 반년 뒤인 2024년 1월 1800건으로 불었다. 지급액은 1억2000만 원에서 63억4000만 원으로 뛰었다. 상위 세 곳 한방병원이 지급액의 다섯 중 하나 가까이를 가져갔다.
분쟁도 따라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피해구제 접수 현황을 보면 무릎 줄기세포 주사 실손 분쟁은 2024년 1~9월 41건에 달했다. 대부분 지급 거절을 둘러싼 다툼이다.
◆ 입원비 분쟁, 고시엔 기준이 없다
보험사는 두 시간 안팎의 주사 시술이라 통원이 원칙이라고 본다. 정형외과계는 골수를 뽑을 때 마취를 하고 감염을 관찰해야 하니 당일 입원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시술 뒤 최소 6시간 또는 하루 입원을 권고했다.
신의료기술 고시에는 입원 기준 자체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은 한방병원에서 시술받고 입원비를 청구한 환자 9명 중 7명에 대해 단순 통증과 보행 불편만으로는 입원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반대로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을 신청해 900만 원을 돌려받은 70대 환자도 있다.
복지부는 12월 비급여 보고 항목을 전면 확대하고 실손보험 개혁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 자가골수 주사의 입원 인정 기준이 그 안에 들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입원비를 내고 주사를 맞은 환자가 그 돈을 돌려받을지는 지금도 시술이 끝난 뒤에야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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