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청첩장 아래 '마음 전하실 곳' 버튼을 누르면 계좌번호가 뜬다. 봉투 대신 송금이 자리 잡으면서 축의금은 은행 전산에 한 줄씩 기록으로 남는다. 그 기록이 몇 년 뒤 신혼집을 살 때 국세청 자금출처조사의 소명 자료가 된다. 액수가 커질수록 "축의금이니 증여세와 무관하다"는 믿음은 위험해진다. 축의금 증여세의 갈림길은 송금액이 아니라 누구 손님이 낸 돈을 어디에 썼느냐다.
◆ 10만원 넘긴 축의금, 100만원 이상 송금은 100건 중 셋
NH농협은행이 올해 5월 낸 축의금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2025년 1인당 평균 송금액은 11만7000원이다. 2년 전보다 7000원 올랐다. 카카오페이 간편송금 기준으로도 2025년 평균 축의금이 처음 10만원을 넘었다. 2019년의 두 배다.
눈에 띄는 쪽은 고액이다. 같은 5월 보고서에서 2025년 100만원 이상 송금은 전체의 3.17%로, 100건 중 셋꼴이다. 1000만원 이상도 2년 사이 비중이 늘었다. 결혼과 관련한 1억원 이상 송금 건수는 2024년 한 해에만 전년의 14배로 뛰었다. 2024년 시작된 혼인 증여재산공제의 영향이다.
◆ 법은 "사회통념상 축하금은 비과세"…액수 기준은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축하금과 혼수용품을 증여세 비과세 재산으로 정한다. 다만 얼마까지가 '통념'인지 법령에 숫자는 없다. 세무업계는 이 공백 때문에 친척이 보낸 500만원 한 건도 비과세 소명 부담이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선례는 있다. 조세심판원은 외할아버지가 외손자에게 보낸 결혼축하금 400만원을 비과세로 인정했다. 반대로 축의금을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형성에 쓰면 비과세 축하금으로 보지 않는다. 같은 돈이라도 어디에 썼느냐가 판단을 가른다.
혼수도 마찬가지다. 세탁기나 TV 같은 일상 가사용품은 비과세지만, 주택과 차량, 호화 보석은 과세 대상이다.
◆ 핵심은 '누구 손님이 낸 돈인가'
더 중요한 갈림길은 귀속 주체다. 대법원은 결혼축의금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본다. 신랑·신부 본인과의 친분으로 건네진 돈만 당사자 몫이다. 부모 회사 동료나 부모 친구가 낸 축의금은 세법상 부모 돈이다.
조세심판원 결정이 이를 보여 준다. 한 납세자가 결혼식 축의금 5000만원을 전액 자기 돈으로 보고 세금을 냈다. 심판원은 본인 지인 몫 3000만원을 뺀 부모 하객 몫 2000만원을 부모에게서 받은 증여로 봤고,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신혼집으로 가면 금액이 커진다. 결혼 뒤 8억원대 아파트를 사면서 부모가 모아 준 축의금 2억원을 자금 출처로 댄 사례에서는 본인 하객분 2000만원만 인정됐다. 나머지 1억8000만원에는 증여세와 가산세가 붙었다.
국세청도 올해 7월 '상속세·증여세 오해 풀어드립니다' 안내에서 같은 말을 했다. 부모 몫 축의금으로 신혼집 대출을 갚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 적요란 '축의금'은 증빙이 아니다
계좌 이체 메모에 '축의금'이나 '축하금'이라고 적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조세 전문 세무사들은 적요에 무엇을 쓰든 자금의 실제 원천이 부모 하객 몫이면 비과세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국세청의 재산·소비·소득 분석 시스템은 메모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본다.
국세청이 요구하는 것은 방명록이다. 자금출처를 소명할 때 신랑·신부의 하객임을 증명할 방명록 보관을 공식 안내하고 있다. 국세청 질의회신에서도 하객록 같은 귀속 입증 자료가 없으면 전액 부모 증여로 추정한다는 입장이 확인된다. 입증 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
반대로 실제 쓴 흔적이 있으면 살아난다. 할아버지가 손녀 결혼 자금으로 보낸 돈을 국세청이 사전 증여로 보고 상속세를 매긴 사건에서, 조세심판원은 예식 비용으로 실제 소비된 사실이 증명되자 과세를 취소했다.
◆ 혼인공제 1억원, 양가 합치면 3억원
축의금 귀속을 다투는 것보다 안전한 길이 2024년 생겼다. 혼인신고 전후 각 2년 안에 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받은 재산은 1억원까지 추가로 공제된다. 기본공제 5000만원을 더하면 신랑·신부 각자 1억5000만원, 부부 합산 3억원까지 세금이 없다. 부모 손님이 낸 축의금을 자녀가 쓰려면 이 공제를 적용해 증여로 신고하는 쪽이 깔끔하다.
조사는 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김상훈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올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부동산 취득 관련 자금출처조사는 2025년 403건으로 전년보다 19.2% 늘었다. 추징세액도 447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은 올해 5월에도 사적 채무와 편법 증여를 이용한 부동산 탈세 혐의자 127명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증여세는 산출세액이 50만원 미만이면 걷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통념의 기준 액수가 법에 없는 탓에 조사관이나 심판례마다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세무사회도 지적하는 대목이다.
혼인 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으려면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안에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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