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한 주 동안 각각 17.8%, 24.3% 급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 종목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선 가운데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급성장과 일론 머스크의 중국산 메모리 생산 확대 발언까지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업황에 대한 기대와 공급 경쟁 심화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동안 26만2000원에서 21만5500원으로 17.8%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2008년 10월 넷째 주 기록한 19.3%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SK하이닉스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주가는 같은 기간 168만1000원에서 127만2000원으로 24.3% 떨어졌다. 2008년 11월 셋째 주 31.9% 하락한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총 11조206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매도액은 3조4763억원, SK하이닉스는 5조3565억원으로 두 종목이 전체 순매도액의 78.8%를 차지했다.
외국인 보유 비중도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지난 16일 기준 45.98%로 떨어졌다. 2009년 7월 7일 기록한 45.9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보유율은 48.85%로, 2021년 12월 23일의 48.84%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AI 산업 확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고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주가 하락이 기업의 실적이나 경쟁력 악화보다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글로벌 경제 환경과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의 구조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와 공급 부족 장기화 등 과거와 달라진 (반도체)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현재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 할인은 과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파운드리 기업들의 발언도 수요가 견조하다는 평가의 근거로 거론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2028년까지 고객사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고, 대만 TSMC도 수요 둔화 징후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조정의 원인을 기업의 기초체력보다 금융시장의 심리에서 찾았다. 그는 "최근 반도체 주가의 급격한 조정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초래한 일시적 가격 왜곡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주가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ASML, TSMC 등이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과 AI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 등에 쏠렸다는 것이다.
박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까지 감안하면 우려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이고,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직면한 변수로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장도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D램 시장에서 CXMT가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 경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 제일재경과 과창판일보 등에 따르면 CXMT는 지난 16일 실적 전망 공시를 통해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2650억~270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로 약 53조~54조원 규모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26~74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310억~1325억위안, 원화로 약 26조2000억~2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약 53억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 흑자 전환에 해당한다.
CXMT의 성장세와 맞물려 일론 머스크의 메모리 반도체 관련 발언도 관심을 끌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은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RAM)을 생산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앞서 지난 11일에도 "문제는 RAM 공급"이라며 메모리 부족을 지적했다. 12일에는 중국이 제조 기술을 확보하면 생산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13일에는 메모리 가격을 둘러싼 불만을 나타냈다.
머스크는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과 관련해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AI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들은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면 이들 기업의 투자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 역시 AI와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메모리 수급과 가격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언젠가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는 틈을 타 머스크가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본다"며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비싸다는 시그널을 계속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수요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을 대안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을 '절대적인 위기'로 표현하며 중국산 메모리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중국산 메모리의 대량 생산 시점으로 언급한 2028년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생산 능력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CXMT의 생산 능력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CXMT의 월간 D램 웨이퍼 생산 능력이 2028년 말 50만~60만장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생산 규모가 세계 3위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중국의 생산 확대가 곧바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공급 과잉이나 가격 급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I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 신규 생산 시설이 어느 정도 가동률과 수율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실제 공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추격이 첨단 메모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은 기술 수준과 공급망 측면에서 차이가 있어 중국산 제품의 생산 확대가 국내 기업의 핵심 시장을 곧바로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와 CXMT 사이의 기술 격차를 언급하며 "삼성전자와 중국 CXMT의 D램 공정 기술 격차는 양산 시점을 기준으로 5∼7년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CMXT가 기존 공정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과 HBM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어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시장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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