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사각형은 하나의 자아를 의미합니다. 캔버스 속 사각형처럼 각자의 내면에는 또 다른 자아가 있죠. 보여지는 나와 숨은 나 사이의 경계, 그리고 균형을 얘기하고자 했습니다."
진아트스페이스(대구 수성구 청호로67길 76-5)에서 이성락 초대전 '레스트 앤 사일런스(Rest&Silence)'가 열리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스퀘어 인 드리프트(Square in Drift) ▷엣지 위드인(Edge Within) ▷이너 엣지(Inner Edge) ▷스퀘어 인 스퀘어(Square in Square) 등 네 가지 시리즈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속 사각형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조금씩 불안정하게 기울어진 형태는 화면에 조용한 긴장을 담고 있다. 작가는 때로는 겹쳐지고 충돌하는, 기울어진 사각형을 통해 내면의 또 다른 자아와 변화의 가능성을 얘기한다.
그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고요하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가는 선(線)이다. 작가는 시멘트, 아교, 분채, 아크릴 등을 섞어 만든 자신만의 물감을 나이프에 묻혀 선을 찍어낸다. 여러 번 올렸다가 씻어내기를 반복하며 색의 깊이를 더한다.
그는 "나이프에 묻은 물감 양을 잘 조절해야하고, 터치도 안정적이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며 "잠깐이라도 마음이 비뚤어지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선의 흐름이 어긋나버린다"고 말했다.
작품 속 선에서 전해져오는 힘은 그가 수십년 전부터 이어온 서예와 문인화의 필력에서 단련된 것이다. 일필휘지의 정신은 잇되, 도구만 붓에서 나이프로 변화한 셈.
한 줄 한 줄 찍어낸 선들이 모두 짧은 시간에 조금씩 완성됐다는 점도 놀랍다. '그림 그리는 의사'인 그는 "작업은 생활의 일부"라고 말한다. 파티마병원 신경외과 과장 등을 지내고 2000년 개원한 그는 그날부터 병원 한쪽에 작업실을 두고 매일 작업을 이어왔다.
"점심시간이 제게는 너무 소중한 시간입니다. 겨우 쪼개서 쓰는 시간이지만, 5일이 모이면 다섯시간이나 됩니다. 작업을 위해 일부러 병원에 일찍 나가기도 합니다. 작업실에 들어가는 순간, 현실은 잠깐 잊고 스스로에게 휴식과 수양의 시간을 주는 겁니다."
진심으로 작업에 임했기 때문일까. 그는 2015년 죽농서화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고, 2017년 DGB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작업을 선보여오고 있다.
작가는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은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오래 볼수록 깊은 색이 배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관람객들이 한참 들여다보며 색감을 즐기고, 나와 소통하며 영감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주희 진아트스페이스 관장은 "그의 작품 속 경계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정의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나의 경계를 보여준다"며 "그의 작업은 고요한 화면 안에 머무는 움직임과,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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