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입장권이 온라인 재판매 시장에서 정가의 여섯 배가 넘는 값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입장권 부정판매를 금지하고 최대 50배 과징금을 매기는 개정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가을야구 '암표 시장'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22일 티켓 재판매 플랫폼 티켓베이의 'PO 1차전[대구]' 판매 목록에는 수백만원대 매물이 줄지어 올라와 있었다. 1루 테이블석(4인) 8~12열 통로 쪽 4연석은 220만원, 중앙테이블석(4인) 1열은 230만원, 같은 구역 3열은 280만원에 등록돼 있었다. 목록 상단에도 220만원짜리 매물이 걸려 있었다. 판매 화면에는 '입장 안심 이용 가능'이라는 안내 문구까지 붙어 있었다.
◇ 4인 테이블 정가 36만~38만원…최대 7배 웃돈
포스트시즌 좌석 가격표에 따르면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중앙테이블석은 1인 9만5천원, 테이블석은 9만원이다. 4인 테이블 한 개를 통째로 사도 중앙테이블석은 38만원, 1루 테이블석은 36만원이다. 등록된 매물을 테이블 한 개 묶음 가격으로 보더라도 1루 테이블석은 정가의 약 6.1배, 중앙테이블석은 6.1~7.4배에 이른다. 한 사람이 표 한 장에 50만원 넘는 웃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 표들은 공식 예매가 열린 지 불과 하루 만에 시장에 나왔다. 대구에서 열리는 1·2·5차전 예매는 21일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차례로 시작됐다. 공식 예매처인 NOL 티켓은 회원 1명당 4매로 구매를 제한하고, 부정예매를 막기 위해 무통장입금도 받지 않았다. 4인 테이블 하나를 사면 한 사람의 구매 한도가 모두 차는 구조다. 예매처는 판매 페이지에 재판매 목적의 부정구매와 웃돈을 붙인 부정판매가 개정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불법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암표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폭발적인 수요가 있다. 삼성은 올해 정규시즌 홈 73경기에서 171만7050명의 관중을 불러 모아 KBO 단일 구단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59차례 매진에 좌석 점유율은 99.4%였다. 여기에 두 팀의 가을 맞대결은 2024년 한국시리즈 이후 2년 만이다. 정규시즌에도 표 구하기가 어려웠던 대구 팬들에게 PO 표는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다.
◇ "1분 만에 매진, 재판매 사이트엔 표가 넘쳐"
순수 팬들의 박탈감은 크다. 21일 예매에 도전했다 실패한 직장인 A(38·대구 수성구) 씨는 "오후 2시 정각에 접속했는데 대기 순번이 3만 번대였고, 들어가 보니 테이블석은 이미 하나도 없었다"며 "그런데 저녁에 티켓베이를 열어 보니 같은 구역 표가 수십 장씩 올라와 있더라. 도대체 누가 이 표를 다 사 갔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첫 가을야구 직관을 약속했다는 B(42·대구 달서구) 씨는 "아이한테 구자욱 선수 보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4인 테이블에 280만원을 달라니 한 달 월급을 내라는 소리"라며 "아이에게 '표가 없다'고 말하는 게 이렇게 미안할 줄 몰랐다"고 했다.
20년 넘게 삼성을 응원해 왔다는 C(55·경북 경산) 씨는 "시민야구장 시절부터 줄 서서 표를 사 봤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적은 없었다"며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다.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야구를 보라는 얘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학생 D(23·대구 북구) 씨는 "친구들과 새벽부터 PC방에 모여 네 대로 동시 접속했는데도 실패했다"며 "매크로 업자들과 손가락으로 경쟁하는 기분이다. 정가에 사려는 팬이 바보가 되는 구조"라고 했다.
◇ 법은 강해졌다…신고 폭증, 수사 의뢰 잇따라
제도는 분명 달라졌다. 8월 28일 시행된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은 매크로를 썼는지와 상관없이 입장권 부정구매·부정판매를 금지하고, 부정판매에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도 부정거래를 막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지웠다.
신고도 폭증했다. 법 시행일부터 10월 1일까지 접수된 신고는 6만8000여 건으로, 하루 평균 약 2000건꼴이다. 지난해의 17배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6일 부정판매가 의심되는 170명을 수사기관에 의뢰했고, 이 가운데 121명이 프로스포츠 분야였다. 전체의 약 68%인 115명은 티켓베이 게시글을 근거로 신고된 경우였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대응 속도도 높였다.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일 포스트시즌 입장권 부정판매 의심자 31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13~19일 접수된 신고 가운데 판매 제시액 합계가 10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을 추린 결과다. 이들이 내놓은 입장권은 1015매, 제시 금액은 약 7억2800만원이었다. 한 사람이 최대 116매를 내놓았고, 최고 제시액은 1억1600만원에 달했다. 정부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의심 게시물 노출 제한도 하루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법령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그런데도 왜 그대로인가
그러나 PO 1차전 매물 목록이 보여주듯 시장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상습 또는 영업'이라는 처벌 요건이다. 법은 모든 웃돈 거래가 아니라 상습적·영업적 판매를 겨냥한다. 문체부 역시 한 장을 한 번 비싸게 판 경우는 원칙적으로 상습·영업으로 보기 어렵고, 반복성과 부당이익 의도 등을 따져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계정을 쪼개 한두 건씩만 올리면 단속망을 피해 갈 여지가 남는 셈이다.
플랫폼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티켓베이는 법 시행을 앞두고 "구입가격보다 높게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지해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어 9월 4일부터는 1매당 판매가를 100만원 미만으로 묶어 왔던 자체 가격 상한을 폐지했다. 티켓베이는 폐지 이유로 "불필요한 거래 제한과 이용자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백만원짜리 매물이 다시 등장할 길이 열렸다.
수수료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티켓베이는 판매 가격에 비례해 수수료를 매기고, 정가 이하로 등록한 상품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웃돈이 클수록 플랫폼 수익도 커지는 구조다. 운영사 팀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172억원, 영업이익은 약 73억원으로 1년 새 각각 65.1%, 106.2% 늘었다.
집행 수단도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개정법은 문체부가 과징금 부과를 위해 국세청에 과세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이달 6일 기준 실제 요청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국세청은 재판매 플랫폼으로부터 판매자 인적사항과 거래 건수, 금액 등을 분기마다 받고 있으면서도 아직 문체부와 정보 제공 범위를 협의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계기관 간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 의뢰는 쌓이는데 '50배 과징금'이 실제로 부과된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장 단속의 한계도 뚜렷하다. 앞서 광주에서 열린 준PO 1차전에서 경찰이 경기장 일대를 집중 단속했지만 위법 행위는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거래가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 티켓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경기장 앞 단속만으로는 잡아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 대구서도 1168장 싹쓸이…"수익이 처벌보다 크다"
대구 야구팬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이미 구체적이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5월 자동 반복 예매 프로그램으로 삼성 경기 입장권을 대량 구매해 되판 혐의로 40대 남성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 남성은 본인과 가족 등의 계정으로 입장권 1168장을 확보한 뒤 348차례에 걸쳐 약 4300만원어치를 거래한 혐의를 받는다. 정가 8000원짜리 표를 3만4000원에 파는 등 최대 8배 값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표 문제는 삼성의 가을야구 때마다 되풀이돼 왔다. 2024년 한국시리즈 당시에도 대구 팬들 사이에서는 수십만원의 암표 수익에 비해 경범죄 범칙금은 16만원에 그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법이 바뀐 올해에도 팬들의 체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
◇ "정가 양도 통로 열고, 플랫폼 책임 물어야"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고거래나 티켓 관련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안에서 과도한 웃돈 거래를 스스로 적발해 신고하거나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고와 분석, 수사기관 이첩,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함께 작동해야 법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식 재판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6월 한 토론회에서 "티켓 재판매는 초과수요와 일정 변경 등으로 발생하는 시장 구조의 일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직적 부정거래는 막되, 본인 확인과 에스크로 결제 같은 안전장치를 갖춘 공식 재판매 창구를 만드는 편이 실효적이라고 제안했다. 사정이 생겨 경기에 못 가는 팬이 정가에 표를 넘길 수 있는 공식 통로가 있으면, 웃돈 시장의 명분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구단과 KBO의 역할도 남아 있다. 한 해 171만 관중이 찾는 구단이라면 예매 단계에서 의심 계정을 걸러내고, 입장 단계에서 예매자와 실제 관람객을 대조하는 장치를 더 촘촘히 갖출 여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법이 플랫폼에 지운 '부정판매 방지 조치 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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