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차, 같은 충전량인데 15분과 90분으로 갈린다. 한국도로공사 실측 자료를 보면 아이오닉 5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채울 때 350kW 고속도로 초급속 충전기는 15분이 걸린다. 50kW급은 90분, 200kW급은 22분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줄을 서느냐 마느냐는 어느 출력의 충전기 앞에 차를 대느냐에서 갈린다.
요금 차이는 더 크다. 도로공사 민간공모 방식으로 깔린 휴게소 충전기 요금은 kWh당 294원으로, 공공 초급속 단가보다 약 25% 싸다. 현대차그룹 E-pit 초고속 충전소의 비회원 요금은 kWh당 530원이다. 같은 60kWh를 채워도 1만4천원 안팎 차이가 난다.
◆ 350kW 30% 의무화… 휴게소 91곳에 392기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7월 8일 공고한 2026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충전소 구축사업에서 전국 휴게소 91곳에 급속·멀티 충전기 392기를 발주했다. 이 가운데 200kW 이상이 361기다.
핵심은 출력 기준을 새로 박은 대목이다. 도로공사는 급속기 가운데 350kW 이상 초급속 설비를 30% 이상 의무로 깔도록 규정했다. 기본 규격은 200kW로 낮추되, 최상위 출력 비중을 못 박은 방식이다.
사업자 선정도 끝났다. 채비는 지난달 19일 2단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휴게소 29곳에 충전기 131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도로공사는 2030년까지 휴게소 충전 인프라를 3천543기로 늘릴 계획이다. 휴게소 한 곳당 설비는 2022년 3.7기에서 2030년 22기까지 늘어난다.
◆ 요금 경계선은 294원과 393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공 충전요금을 5단계로 세분화했다. 200kW 이상 초급속 단가는 지난달 1일부터 kWh당 393.1원으로 올랐다. 기존 대비 13.2% 인상이다. 30kW 미만 완속은 294.3원으로 내렸다.
초급속 요금이 오를수록 도로공사 알뜰망의 가격 경쟁력은 커진다. 평택제천고속도로 천등산휴게소 양방향에는 350kW 초급속기와 테슬라 호환 충전기가 kWh당 294원 단가로 돌아간다. 남해고속도로 함안휴게소(순천방향)에도 350kW 초급속기 6기와 NACS·DC콤보 겸용 200kW 충전기가 같은 단가로 배치됐다.
충전 중 차를 세워둘 공간을 함께 갖춘 곳도 있다. 당진대전고속도로 신풍휴게소는 양방향에 200kW 이상 급속기 6기와 전용 휴게 라운지·카페를 묶은 EV충전파크를 운영 중이다. E-pit은 안성·화성·칠곡 등 고속도로 12개 휴게소에서 예약 충전과 플러그앤차지 결제를 지원한다.
◆ 휴게소 충전면 회전율 2.5배… 주말엔 35% 더 몰린다
휴게소 충전기는 애초에 과부하다. 채비가 고속도로 휴게소 23곳의 2025년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충전면 한 면당 일평균 이용 횟수는 일반 충전소의 2.5배였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통계로는 주말 휴게소 충전소 이용률이 평일보다 35% 높다.
실패 경험도 흔하다. 소프트베리가 2023년 11월 내놓은 설문조사에서 전기차 이용자의 84.3%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충전 실패를 겪었다고 답했다. 고장이나 인식 불가가 주된 이유였다.
충전이 끝난 뒤 15분 넘게 차를 빼지 않으면 분당 수수료가 붙는다. 그런데도 한국소비자원은 주말 혼잡 시간대 점유 갈등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출력별로 기기가 섞여 있는 휴게소에서는 앱으로 잔여 출력과 가동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진입하는 편이 대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 경부선에 18% 몰려… 급속은 전체의 10.9%
전체 판은 아직 완속 위주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충전기 53만5천592기 중 급속은 10.9%에 그친다. 급속기 1기가 감당하는 전기차는 평균 19대다. 신규 급속기 구축도 2023년 1만3천649기에서 지난해 8천140기로 줄었다.
노선 편중도 뚜렷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집계로 고속도로 급속충전기는 경부선이 233기인 18%로 가장 많다. 이어 서해안선 135기, 영동선 112기, 남해선 106기 순이다. 두 개 노선에 약 30%가 몰려 있다.
투자 유인이 약한 탓이 크다. 350kW 초급속기는 1기 구축비가 1억원 초중반이고 한전 기본요금 부담도 무겁다. 정부는 350kW 1기당 7천500만원, 200kW급은 4천만원을 보조한다. 전력계통도 걸림돌이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유대원 워터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력계통 연계 지연으로 충전기 설치 후 실제 운영까지 수개월이 걸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력 우선 공급 지역으로 지정하고 선제 인입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화장비 없는 충전소 54곳
안전 설비는 뒤처져 있다. 도로공사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휴게소 충전소 205곳 가운데 26.3%인 54곳에는 화재 소화 장비가 아예 없었다. 지난해 8월 기준 휴게소 전기차 충전기는 1천590기, 수소 충전기는 51기였다.
올해 공모로 확정된 충전기는 12월까지 순차 준공돼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기기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 자동차공학 전문가는 "급속 충전기 비율을 지금의 3배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결국 길거리의 주유소가 충전소로 대체되어 민간이 돈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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