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집계한 국산둔갑 우회수출 규모가 올해 7월까지 5천747억원에 달해 2020년(433억원)보다 1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산둔갑 우회수출 적발 규모는 5천747억원이다. 7개월치 수치만으로 이미 역대 연간 최고치를 경신한 셈이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1년 436억원에서 2022년 2천408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23년 1천188억원·2024년 348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2025년 4천573억원으로 다시 폭증했고, 올해는 7월까지 이미 5천747억원을 기록해 2025년 연간 수치마저 훌쩍 넘어섰다.
올해 적발 규모 중 약 4천492억원어치는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이른바 '택갈이'해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78%에 달하는 규모다. 매트리스·2차전지 양극재·CCTV 부품·알루미늄 창호 등이 대표적인 원산지 세탁 품목으로 꼽힌다.
우회수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관세·상호관세 등을 부과하자, 중국산 제품을 한국을 거쳐 한국산으로 위장해 미국에 수출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원산지 세탁의 경유지로 활용되는 구조다.
단속 체계에도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은 해양수산부가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 정보 등 우회수출 의심 기업 정보를 파악하고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해수부는 정보 제공 의무가 없고 해당 업무는 관세청 소관이라고 맞서고 있다. 부처 간 공조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원산지 세탁 행위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적발될 경우, 한국산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추가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진석 의원은 "우리 기업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은 K-브랜드 신뢰가 흔들려선 안 된다"며 "원산지 표시 위반은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관세청이 단속 인력과 적발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올해 하반기 국산둔갑 우회수출을 9대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무역안보특별조사단을 중심으로 전방위 단속을 이어가고 있으나, 부처 간 정보 공유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단속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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