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도중 윤호중 행정안전장관에게 느닷없이 충북 영동군의 한 공원 예산 관련 특정 요구를 했다. 당시 국회에선 "전라도 출신에 서울에 지역구로 둔 의원이 왜 충북 영동의 공원 예산까지 신경 쓰냐"는 뒷말이 나왔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10년 넘게 사실상 이 공원 독점운영권을 쥐고 있었던 재단 이사장의 딸이 최 의원의 보좌관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 재단은 지난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연 10억원 넘는 보조금을 받는 공원 독점운영권을 놓친 바 있었다. 이를 되찾기 위해 재단 이사장 딸의 직장상사인 국회의원이 나선 이른바 '이해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8월25일 국회에선 예결위 2025년 결산 종합정책질의가 진행됐다. 최 의원은 환경미화원 문제와 교제폭력·스토킹 범죄, 재외동포 문제 등 자신의 상임위와 당직 관련 업무를 언급하다 갑자기 윤 장관을 앞에 두고 영동에 위치한 한 공원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노근리평화공원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에 영동군이 껴있어 예산 집행과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국비 사업인데 사업 집행 절차가 복잡해 군청과 군의회가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면 일하는데 지장이 있는 모양"이라며 "비목(費目)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한번 살펴보라"고 했다. 노근리평화공원(공원)은 6·25 때 희생된 충북 영동군 노근리 유족을 기리기 위해 191억원이 투입돼 2012년 조성된 곳이다.
쉽게 말해 행안부로부터 공원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연 10억원 넘는 국비를 영동군을 거쳐 받아온 '사단법인 노근리국제평화재단(재단)'이 영동군을 빼고 행안부로부터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영동군이 재단의 오랜 공원 독점운영권을 손 보기 시작하자 재단이 국회의원을 움직여 중간관리감독기관인 영동군을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아예 빼버리려는 이른바 '패싱 작업'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영동군이 공원 설립 이래 14년째 독점운영권을 쥐고 있었던 재단과의 위·수탁 관계를 정리한 이유는 정구도 재단 이사장의 '갑질'과 재단 사유화 논란 때문이었다. 매일신문이 입수한 재단 직원 8인의 진정서 등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여직원에게 빨래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직원을 운전기사나 개인비서처럼 부렸다.
일부 직원에게는 자신의 저서인 '노근리는 살아있다'를 읽게 시키고 독후감을 제출토록 했다. 제출이 늦어진 직원은 시말서 제출을 요구 받았다. 정 이사장의 명령을 들으면 수당을 챙길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수당은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런 진정이 영동군과 의회로 향했고 이해하기 어려운 예산 관련 요구까지 늘어나자 영동군은 지난해 결국 '직접 운영'을 선언했다. 이 결정은 쉽지 않았다. '피해자 예우 정서'에 기반해 10년 넘도록 재단이 공원 독점운영권을 독차지한 것이었는데 이를 반납 받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 이사장은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린 고 정은용 씨의 아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의원의 예결위 발언은 정 이사장의 독점운영권 복구를 위한 두둔 행위였던 것이었다. 매일신문은 최 의원에게 "이 사실을 알고도 강행한 것인지" 아니면 "보좌관이 몰래 자기 부친의 민원을 질의서에 넣은 것인지" 전화와 문자로 물었다. 답은 없었다.
직접 의원실을 찾아가자 최 의원은 "말해줄 게 없다. 기사를 잘못 쓰면 대응하겠다. 정확하게 알고 기사를 제대로 쓰라"고 했다. 정 보좌관도 "따로 말씀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은 정 이사장에게 "혹시 딸에게 이와 같은 부탁을 해서 최 의원이 움직인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난 최 의원도 정 보좌관도 모른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딸의 국회 근무 사실과 보좌관 승진 소식까지 알리고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던 그는 갑자기 딸을 모르는 사람 취급했다. 갑질 논란과 사유화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취재가 시작되자 정 이사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한편 영동군과 영동군의회는 최 의원을 비롯 행안부와 재단, 사단법인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지난해 말부터 영동군에 거듭 공문을 보내 법적 근거가 전무한데도 재단의 독점운영권을 박탈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단은 영동군이 독점운영권을 반납 받자 "유족회와 연대해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 뒤 실제 투쟁에 나섰다. 다만 정 이사장이 유족회의 부회장직을 겸임해 온 사실이 드러나 명분을 일부 잃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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