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1일 고객 2만5000여 명의 정보가 새 나갔다고 알렸다. 대출 조회와 한도 산출 과정에 외부에서 허가 없이 접근한 결과다. 이튿날 KB국민은행도 직원용 업무지원 모바일 시스템이 침해돼 고객 119명의 신용정보가 유출됐다고 공지했다. 두 사고 모두 '대출'과 맞닿은 정보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불안을 키운다. 내 정보로 누군가 대출을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그 걱정을 미리 끄는 장치가 여신거래 안심차단이다.
◆ 유출은 은행에서, 피해는 내 통장에서
명의도용 대출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제도 도입 때 공개한 사례를 보면 모바일 청첩장 문자의 링크를 눌렀다가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깔려 금융사 세 곳에서 1억원 가까운 대출이 실행됐다. 다른 사례에선 SNS에서 미성년자 급전 광고에 속은 청소년이 부모 신분증을 넘겼고, 사기범은 원격제어 앱으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갔다.
피해 규모도 커졌다. 손명수 의원실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금융감독원·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2578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2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불었고 1인당 피해액은 5천만원을 넘겼다. 돌려받은 돈은 넷 중 하나꼴에 그쳤다. 사후 환급보다 사전 차단이 절실한 이유다.
◆ 한 곳에 신청하면 4012곳이 막는다
여신거래 안심차단은 2024년 8월 전 금융권이 함께 시작한 서비스다. 소비자가 거래 금융사 한 곳에 신청하면 한국신용정보원을 거쳐 은행·카드·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 등 4012개 금융회사에 실시간으로 등록된다. 이후 어느 회사에서든 내 이름의 신규 대출은 거절된다.
차단 범위는 넓다.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카드론, 할부금융, 예·적금 담보대출까지 신규 여신거래가 모두 묶인다. 신용카드 신규 발급은 지난해 5월부터 원하는 사람만 고르는 선택 항목으로 바뀌었다. 카드 갱신과 체크카드는 애초 대상이 아니다. 차단을 걸어도 개인신용평점은 내려가지 않는다. 금융사는 반기마다 한 번씩 문자나 앱 알림으로 차단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
◆ 신청은 스마트폰으로, 가족이 대신해도 된다
처음엔 영업점 창구에서만 신청할 수 있었다. 2024년 9월 말 인터넷전문은행 앱에서 비대면 신청이 열렸고, 지난해 6월부터는 상호금융권 모바일 앱으로도 채널이 넓어졌다. 지금은 주거래 은행 앱이나 가까운 지점 어느 쪽이든 된다. 신분증을 들고 창구에 가거나 앱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여신거래 안심차단' 메뉴를 누르면 끝이다.
본인이 아니어도 된다. 지난해 5월부터 위임을 받은 가족 등 대리인이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이 서툰 부모를 위해 자녀가 대신 걸어 둘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대리는 '신청'에만 해당한다. 풀 때는 다르다.
◆ 풀 때는 반드시 창구로, 그래서 안전하고 그래서 불편하다
해제는 금융회사 영업점을 직접 찾아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모바일 해제는 막혀 있고 대리 해제도 안 된다. 사기범이 원격제어로 차단을 풀고 대출을 받아 가는 길을 끊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이 일부러 둔 불편이다.
이 설계는 양날의 검이다. 급하게 돈을 빌리거나 카드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 평일 낮 창구를 찾아가야 한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이나 고령 소비자는 먼 지점까지 가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 과정에서 나왔다. 차단을 걸기 전에 가까운 시일 안에 대출 계획이 있는지 먼저 따져 봐야 한다.
빈틈도 있다. 지자체에만 등록된 일부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는 신용정보원 정보 집중 대상이 아니어서 차단망 밖에 있다. 안심차단이 모든 불법 대출을 막는 만능 자물쇠는 아니다.
◆ 사고 날 때마다 몰렸다, 가입자 318만명
가입 흐름은 금융 사고와 함께 움직였다. 시행 첫 달 창구 신청만으로 9만명 가까이 가입했는데 열에 여섯이 60대 이상이었다. 20·30대는 열에 하나도 안 됐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대형 보안사고가 터지자 하루에만 40만명 넘게 몰렸고, 40대 이하 비중은 22%에서 65%로 뒤집혔다. 노년층의 안전장치가 젊은 층의 방어막이 된 순간이다.
금융위원회 집계로 누적 가입자는 지난해 5월 255만명, 10월 말 318만명이다. 다만 금융사별 편차는 크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5일 서천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수협은행 고객 가운데 가입자는 0.18%에 그쳤다. 제도는 열려 있지만 안내는 고르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오는 14일 정무위 국정감사와 15일 전 금융사 보안 점검에서 이번 해킹을 다룬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내 명의 대출을 지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금 앱을 열어 차단 버튼을 누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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