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해외의 비슷한 사례와 비교할 만한 요소도 쌓였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내용을 둘러싼 역사왜곡 공방에서 시작해 정치권 논쟁, 제작진 고발, 국정감사 증인 문제, 배우 광고와 영화제 행사, 메가박스 '탄흔 티켓' 논란까지 영화 밖으로 파장이 번졌는데, 비교 사례로 제시되는 작품이 있다. 2018년 인도 영화 'Padmaavat'(파드마바트)이다.
◆출발은 똑같았다…"역사 왜곡"
'파드마바트'는 라지푸트 왕비 파드마바티와 델리 술탄 알라우딘 킬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런데 일부 라지푸트 단체들이 자신들이 명예와 희생의 상징으로 여기는 파드마바티를 영화가 왜곡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암살자(들)' 논란도 비슷하다. 비판하는 쪽에선 역사적 사건에 확인되지 않은 가설을 넣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본다.
두 영화 제작진이 내놓은 방어논리도 닮았다. '역사책이 아니라 창작물'이라는 것.
'파드마바트'는 실제 역사 기록이라기보다 '파드마바티'라는 16세기 서사시를 원전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암살자(들)' 제작진 역시 공개된 자료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 밖으로 번진 논란…배우와 굿즈까지
두 작품 모두 논쟁이 영화 내용에서 끝나지 않았다.
'파드마바트'에서는 주연 배우 디피카 파두콘과 감독 산자이 릴라 반살리에게까지 공격과 협박이 이어졌다. '암살자(들)'에서도 유해진 등 출연 배우가 등장하는 광고에 항의가 몰리고, 영화제 일정이 취소되는 등 배우 개인의 다른 활동으로 논란이 번졌다.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은 또 다른 사례다. 투명판을 겹쳤을 때 총탄 흔적이 연단·좌석·태극기 부근과 맞물려 보이자 실제 역사적 비극을 굿즈로 소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고, 메가박스는 결국 사과하고 남은 수량을 폐기했다.
결국 두 작품 모두 "영화적 표현의 자유"를 넘어 역사적 기억을 어디까지 문화상품으로 소비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확장됐다.
◆파드마바트는 실제 폭력으로 번져
이후부터는 둘의 차이가 제법 크다.
'파드마바트' 논란에서는 감독이 촬영장에서 실제로 폭행당하고 세트장이 공격받았다. 배우와 감독에 대한 살해 위협이 등장했고, 개봉 당시 차량·상점·학교버스까지 공격받으면서 치안 문제로 번졌다.
더 나아가 일부 주정부가 상영금지를 추진했고, 결국 인도 대법원까지 개입했다.
반면 '암살자(들)' 논란은 현재까지 고발과 정치권 공방, 불매 움직임, 국감 논쟁 등 제도권과 소비자 행동의 영역이 중심이다. 일부 보수 단체의 시위가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평화적이다.
◆역사도 다르다…전설에 가까운 파드마바티, 기록이 남은 1974년
다루는 역사 자체의 성격도 다르다.
'파드마바트'의 원전인 파드마바티는 실존 여부부터 역사학계 논쟁이 있으며, 영화의 주요 원전도 사건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시대로부터 약 200년 뒤 쓰인 서사시다.
반면 '암살자(들)'에서 다룬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은 1974년에 발생한 현대사다. 수사기록과 법원 기록, 당시 언론보도와 목격자가 남아 있고 문세광의 범행이라는 기본 사실관계도 확립돼 있다.
그래서 '파드마바트'의 경우 "역사인가 전승인가"가 논쟁의 일부였다면, '암살자(들)'은 "이미 확인된 역사적 사실 사이에 창작자가 어디까지 상상력을 집어넣을 수 있는가"가 더 직접적 쟁점이다.
◆개봉 전부터 전쟁 VS 개봉 뒤 점점 커진 논란
여파가 발생한 시간 순서도 서로 다르다.
'파드마바트'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촬영장 습격과 상영금지 요구가 벌어졌다.
'암살자(들)'은 개봉 이후 영화를 본 관객과 정치권의 논쟁이 커졌고, 이후 배우·굿즈 등의 문제가 하나씩 추가됐다.
두 작품 모두 큰 논란이 흥행 자체를 막지 못한 건 닮은 점이다.
'파드마바트'는 개봉 전부터 폭력 사태와 상영금지 논란에 휩싸였지만 결국 2018년 인도 영화 가운데 최상위권 흥행작에 올랐다. 박스 오피스(Box Office India) 집계 기준 전 세계 흥행수입은 약 563억 루피에 달했다.
'암살자(들)' 역시 역사왜곡 논란과 불매 움직임 속에서도 관객을 꾸준히 끌어모으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보면 이번 주말을 지나며 누적 관객 3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둘 다 논란이 관객을 극장에서 밀어내기보다, 오히려 영화를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작품 이름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낸 셈이다.
결국 이 두 사례가 함께 던지는 물음은 단순하다. 실존 인물과 역사적 비극을 소재로 영화적 상상력을 펼칠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묻는다. 또 그 자유가 스크린 밖에서 예상보다 큰 파장을 만들었을 때, 창작자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도 질의한다. 질문과 대답, 토론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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