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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후 고소장은 경찰로…불송치 이의신청 3개월 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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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피해 5억원 넘으면 중수청, 미만은 경찰…이의신청서도 경찰서에 국선변호사 629명 중 전담 47명…무료 변호 수임료 250만원으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공소청 민원실에 고소장을 들고 찾아온 민원인이 검사 수사권이 없어졌다는 안내만 듣고 발길을 돌렸다. 지난 2일 검찰청이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고소장을 어디에 내야 하는지, 경찰이 사건을 덮으면 어디에 따져야 하는지 피해자들이 헤매고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8일 수사 단계별 구제 절차를 담은 '권리체크 10'을 내놓은 배경이다.

◆ 고소장은 경찰서로, 5억원 넘는 사기는 중수청으로

개정 형사소송법은 고소·고발 접수 창구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했다. 공소청은 고소장을 받는 창구 자체를 두지 않는다. 사기·횡령·배임은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이면 중수청이 직접 수사하고, 그 미만은 경찰이 맡는다.

일선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이 5억원 기준이 경찰과 중수청 사이 관할 다툼을 부르고, 사건을 넘기는 사이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서울 중구 서울지방중대범죄수사청 민원실도 출범 직후 수사관이 미처 배치되지 않고 시스템이 불안정해 접수 안내에 혼선을 빚었다.

◆ 검사가 직접 못 메운다…보완수사 요구 13%로 최고

이번 개편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를 없앤 데 있다. 경찰이 넘긴 기록이 미진해도 검사는 스스로 조사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만큼 경찰 단계의 첫 진술과 첫 증거가 사건의 성패를 가른다.

그 요구는 이미 늘고 있다. 박지원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지난 2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경찰 송치 사건 가운데 보완수사 요구 비율은 13.2%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다. 지난해는 10.7%였다.

같은 사건에 보완수사를 세 번 넘게 요구한 건수는 지난해 2천283건으로 2021년의 아홉 배 수준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형사 실무계는 검사가 직접 메울 길이 막힌 만큼 사건이 경찰과 공소청 사이를 오가는 '핑퐁'과 지연이 심해질 것을 우려한다.

경찰이 요구를 받고도 손을 놓는 경우도 있다. 서울경찰청 관할에서는 지난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가운데 1천518건이 추가 수사 없이 불송치로 종결됐다. 감사원의 지난해 경찰청 감사에서는 사기 등 지능범죄 수사 세 건 중 한 건이 처리 시한 6개월을 넘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반려제 폐지 뒤 고소가 급증해 일시적 지연이 있었을 뿐 평균 처리 기간은 줄고 있다고 반박한다.

◆ 불송치 통지 받고 3개월…이의신청서는 경찰서에

피해자가 꼭 기억할 시한은 두 가지다. 경찰은 고소를 접수한 뒤 3개월 안에 송치 여부를 정해야 하고, 피해자는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이번 개정으로 새로 생긴 기한이며, 넘기면 이의신청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

이의신청서는 공소청이 아니라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서에 낸다. 수사가 이유 없이 6개월 넘게 늘어지면 수사관서장에게 이의신청할 수 있다. 공소청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 통지일로부터 30일 안에 항고해야 한다.

공소제기를 앞둔 검사가 사건관계인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면담도 새로 생겼다. 피해자가 검사를 직접 만나 설명할 기회지만, 면담 내용은 재판 증거로 쓰지 못한다.

이의신청은 폭증세다. 김재섭 의원실이 지난 7월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불송치 이의신청은 5만6천165건으로 2021년의 두 배를 넘었다. 올해 상반기 이의신청률은 11.3%로, 불송치 열 건 중 한 건 이상에 고소인이 반발한 셈이다.

이의신청서를 어떻게 쓰느냐가 결과를 바꾸기도 한다. 한 법무법인이 맡은 사기·배임 사건에서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전부 혐의없음 처분했다. 피해자가 불송치 이유서의 사실 오인과 판단 누락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의신청서를 내자 검찰은 전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 국선변호사 629명, 전담은 47명

법무부는 지난 6월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피해자까지 범죄피해자 국선변호인 신청 대상을 전면 확대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활동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629명 가운데 피해자 사건만 맡는 전담은 47명뿐이다. 나머지 열에 아홉은 일반 사건을 병행한다.

변호사 한 명이 한 해 맡는 사건은 평균 158건에 이른다. 2024년 국정감사 때 제출된 자료 기준으로 전담 국선변호사 기본 보수는 세전 월 600만원으로 13년째 동결 수준이다. 전담 변호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제주에는 한 명도 없다.

◆ 권리체크 10과 250만원 무료 변호

성평등가족부가 8일 내놓은 젠더폭력 피해자 권리보호 방안은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피해자 무료 법률지원 수임료 한도를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려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 내년 무료 법률지원 예산은 43억원으로 올해보다 4억원 늘렸다.

지원 규모는 형사사건 400~500건을 포함해 민사·가사까지 총 3천200건이다. 소득이 낮은 피해자는 별도 창구가 있다. 기준 중위소득 125% 이하 범죄 피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소송대리를 받는다.

여성단체와 법조계는 형사 500건으로는 전체 사건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치고, 초기 경찰 수사가 부실하면 검사가 메울 길이 없어 구제 공백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성평등가족부는 11월 개정 형사소송법 대응 민관 합동 TF를 꾸리고 현장 매뉴얼을 배포한다.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경찰의 전문성 부족과 인력 한계로 수사가 지연되고 끊임없는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 피해자 권리 구제를 위한 보완적 제도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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