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찾아왔고, 부산에서는 영화제가 시작됐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에 이어, 올해는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개막작으로 지난 6일 막을 올렸다. 한국 3대 영화제라고 하면 봄의 전주국제영화제, 여름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을의 부산국제영화제가 먼저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4년째 개근 중인데 매년 수많은 사람으로 활기가 넘친다.
영화제에 가면 평소 영화관을 찾는 것과 다른 설렘이 있다. 보고 싶던 영화를 누구보다 먼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점도 좋지만, 평소 좋아하던 감독과 배우를 관객과의 대화(GV)나 야외 무대인사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영화제만의 매력이다. 굿즈를 구경하고 행사 부스도 둘러보다 보니 하루가 짧았다. 그동안 주말이 지난 평일에 영화제를 찾았던 터라 미처 즐기지 못했던 체험을 이번에는 하나씩 즐겼다.
생각해보면 이 역시 하나의 축제다. 지난번 축제에서 '지역'은 뭘까 고민했던 칼럼이 떠오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초창기 남포동 쪽에서 시작해 현재는 영화의 전당이 있는 센텀으로 중심을 옮겼다. 지금은 남포동에서 '커뮤니티 비프'를, 부산 곳곳에는 '동네방네 비프'를 진행하고 있다. 관객이 만드는 프로그램부터 야외 상영까지 각각의 특색을 갖추면서도 영화제라는 큰 틀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올해로 31회를 맞은 축제는 이제 확연한 자기 색깔을 갖춘 듯하다.
문득 공연 축제를 기획할 때 만났던 한 관객의 말이 떠오른다. 같은 시간에 여러 공연이 있으니 놓치는 공연이 많다는 하소연이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보고 싶은 영화로 시간표를 짜다 보니 그때 관객의 마음이 살짝은 이해가 가면서도, 정해진 대관과 구성이라는 현실적인 조건을 알다 보니 주최 측의 고충도 이해가 갔다. 기획자로서는 정해진 제약 안에서 프로그램을 배치하지만, 관객에게는 그 시간표가 축제 전체의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축제에는 늘 선택이 따른다. 그것은 만드는 기획자도 즐기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만큼 영화관 밖에서 보낸 시간도 즐거웠다. 영화 상영이 영화제의 중심이라면, 그 주변에 놓인 경험들은 축제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기획자가 축제를 만들 때 단순히 성과뿐 아니라 관객이 축제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세심하게 생각한다면 조금 다른 질문이 생길지 모르겠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했는가를 넘어, 관객이 그 안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돌아가는가 하는 질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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