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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식객 이춘호의 미각기행] <9>주막과 주막사이에서(하)

    [문화식객 이춘호의 미각기행] <9>주막과 주막사이에서(하)

    돈이 있어야 흥도 산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소시민에게 '유흥'(遊興)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대구는 그래도 형편이 괜찮았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적잖은 부자들이 도심지를 활보한 탓이다. ◆육군홀과 공군홀 대구의 모던한 유흥문화는 6·25 한국전쟁 때 본격화 된다. 당시는 '군인의 시대'. '군인사랑방'인 육군홀과 공군홀이 들어선다. 전쟁 때문에 육군본부와 국립극장이 잠시 대구로 피신한다. 흥미롭게도 전쟁은 낭만을 증폭시킨다. 전선에는 피바람이 불지만 후방인 대구에는 묘한 흥청거림이 있었다. 군인홀은 군인극장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의 요람이었다. 육군홀은 대백프라자 신천 쪽 맞은편 수성2가에 있었다. 거기는 원래 '대구농원' 자리였다. UN군으로 진주한 KCOMZ(미후방기지사령부)가 여기를 주둔지로 만들면서 생겨난다. 남으로 피난 가던 이승만 대통령은 대구 육군본부(달구벌대종 자리)를 방문했다가 숙소가 마땅치 않아 이 과수원 한켠에 양철로 된 미군클럽(일명 코리아 하우스)에서 잠시 머문다. 코리아 하우스는 뒷날 육본이 서울로 올라간 뒤 2군이 효목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2군홀'(일명 육군홀)로 사용된다. 박정희가 5·16을 성공한 뒤 2군사령부 장교 등과 가든파티를 연 곳도 바로 여기다. 60년대 후반 장원호텔 장원나이트와 TOTO 클럽으로 변했다가 장원탕으로 변한다. 대구초등 근처에 있었던 '공군홀'(일명 공군 구락부). 일본 사찰(천리교)을 매입, 공군을 위한 댄스홀로 개조된다. 한옥 스타일이었고 넓은 주차장도 구비돼 있었다. 작곡가 김희갑을 비롯, 조미미의 '서산 갯마을'을 작곡한 김학송, 예천 출신 색소포니스트 김상렬 등이 지나갔다. 이 홀은 60년대 경북씨름협회가 입주했다가 나중엔 분할 신축된다. ◆50년대 사랑방다방 오상순, 조지훈, 구상, 이중섭, 정비석, 최정희, 최태응, 신동집, 마해송, 오상순 등 기라성 같은 예인들이 포진한 피란지 대구. 문학은 낭만의 불쏘시개였다. 피란 문인들의 대표적 술집은 대충 이렇다. '감나무집'(초창기 영남일보 사옥 건너편 골목안)과 '석류나무집'(아카데미 극장과 대구백화점 사이), 향교 근처 말대가리집 등이었다. 술값은 당시 영남일보 편집국장이었던 구상 시인의 몫이었다. 낮의 아지트는 다방이었다. 다방으로 출근해 술집에서 밤을 적셨다. 밤의 술집은 단연 화전동 송죽극장 옆 골목에 있었던 '카스바'였다. 대구문학관 2층 향촌문화관에 그때 모습이 고증을 통해 재현해 놓았다. 1936년 화가 이인성이 다방 '아루스'를 오픈한다. 그 전통은 47년 1월 북성로 초입에서 오픈한 그 유명한 '백조 다방'으로 변주된다. 백조는 50~60년대를 주름잡은 사랑방다방 중 하나였다. 이를 필두로 모나미, 꽃자리, 청포도, 향촌동 골목에는 백록과 호수 등이 포진을 한다. 그리고 향촌동의 '녹향'과 '르네상스'가 국내 양대 음악감상실로 군림한다. 뒤를 이어 하이마트가 가세를 한다. 이중섭이 은지화를 그렸던 공간 중 하나도 녹향이다. 후에 음악감상실은 실버보다 청년의 숨결로 치장된다. 이후 홍선집, 찦차집, 향촌동 '고바우집', '가보세', '돌체'(옛 동문시장 뒷골목 안), '혹톨 쿠럽'(아카데미 극장에서 대구백화점 사이), '옥이집'(제일극장 맞은편 골목 안), '쉬어가는 집'(동아양봉원과 대백 사이), 뭉티기집인 너구리와 묵돌이, 로얄호텔 뒷골목과 아세아 극장 사이에 있었던 '새집'과 '새단골', 범어동 법원 맞은편 골목 안 '두레', 황금관광호텔 근처 '마메종'(후에 늘봄예식장 근처 '나무노래'로 바뀜) 등으로 옮겨간다. 기자와 교수, 예술가, 법조인이 함께 건배를 하던 시절이었다. 이들의 속풀이 해장국집은 청도집, 국일 등 따로국밥집, 복어탕은 남산동의 대하림, 이후 반월당 광성복어, 계산동 거창복어, 시청 옆 둥굴관 등이 거점이 된다. ◆곤도집과 미도다방 녹향이 탄생했던 향촌동 현대약국 옆 건물 2층에 일제강점기 일식당 출신이었던 '곤도'(近橙)집이 있었다. 일본식 초절임 요리인 '스모노'를 잘 했는데 곤도는 주인 권영도의 창씨개명된 이름이다. 많은 지역 문인이 거기서 낭만을 토로했다. 곤도집은 이후 향촌동 골목 안으로 이전했고 아내 이월분 여사가 2000년대 초까지 경영했다. 그 골목에 최근 전쟁문학관이 개관한다. 주류 수입 자유화 이전에는 주종이 다양할 수 없었다. 막걸리 아니면 정종이 전부였다. 60년대 후반 들면서 비어홀 붐으로 인해 맥주시대가 열리는데 이와 맞물린 기념비적인 가짜 위스키가 있다. 바로 '도라지위스키'. 50년대 초 일본 위스키업체 산토리가 만든 '토리스위스키'가 미군 PX를 통해 유통됐는데 이걸 카피한 부산 국제양조장이 1956년 '도리스위스키'로 출시한다.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돼 '도라지위스키'로 유통되면서 76년까지 살아남는다. 다방 마담이 레지로 통하던 시절, 모양만 신사인 사내들이 잠시 작업용으로 먹던 짝퉁 양주였다. 2010년을 넘어설 무렵 나는 도심 곳곳을 돌며 다방 전수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지난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예스런 다방은 거의 전멸하고 고작 남산동 '고려다방'과 향촌동 '청자다방 '정도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인숙 여사가 거북선처럼 거느리고 있는 종로 진골목 '미도다방'은 대표적 실버 다방이랄 수 있다. 붓글씨가 멸종가도를 걷고 있는 이 시절, 입구를 장승처럼 지키고 있는 입춘첩(立春帖), 그리고 전상렬 시인의 '미도 예찬' 시도 고향의 당산나무처럼 늘 정정하다. ◆ 주막사랑방 연대기 막걸리집은 주막의 연장이다. 한양으로 통하는 영남대로의 한 줄기가 팔조령을 넘어 국우터널 근처로 빠져나갈 때까지 여러 주막을 잉태한다. 팔조령에서 남문시장에 이르는 공간에 적잖은 주막이 있었다. 팔조령, 삼산리, 냉천, 파동, 상동, 용두방천 등에 포인트가 있었다. 80년대로 건너오면서 운동권 학생들이 단골로 가세한다. 단연 곡주사와 봉산동 학사주점, 공주식당 등이 주목받는다. 또한 행복‧은정‧밀밭식당은 반월당 3인방 실비집으로 각광받는다. 금동식 시인이 진을 쳤던 종로의 '무림주점'도 한 발언권을 가진다. 바로 옆 '정화식당'과 진골목 육개장의 전통이 스며든 '예전'이 버티고 서 있다. 그 흐름 속에 대봉동 LP카페 '마틸다'의 누님도 빛을 발한다. 원래 지금은 아파트 부지로 편입된 만리장성 옆 쌍목의 후신이다. 동성로 '늘봄'시리즈로 프리미엄 커피숍 시대를 연 박청강 여사가 오래 지켰던 봉산동 화방골목 내 '풀하우스'는 실버세대의 낭만이 촉촉한 경양식레스토랑의 종가랄 수 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계산동 '바보주막', 그리고 방천시장 내 '동곡막걸리'와 '은자골탁배기', '방천찌짐', 수성구 지산동 '인사동' 등도 기억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남산동 도루묵으로 향했다. ◆ 남산동도루묵‧곡주사‧학사주점 지금은 이승에 없는 서금란 할매. 새하얀 피부, 잡티 없는 표정, 기품 있는 자태, 꼭 여느 문중의 종부를 연상시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탄 화덕 옆에 앉아 안주용 도루묵을 구웠다. 제일중학교 근처에서 움집 같은 막걸리집으로 시작해 올해 63년 역사를 가진 장수급 주막으로 명맥을 잇는다. 2004년쯤 근처로 이전한다. 모친의 가업을 딸이 이었다. 창업 때 사용한 솥뚜껑 불판은 가보로 아직 사용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왕대폿잔. 예전 머슴들이 먹던 고봉밥 크기의 놋 잔이다. 한 잔에 1천800원이다. 배달된 통막걸리는 모두 술독에 붓는다. 숙성 때문이다. 여긴 혼술이 딱이다. 도루묵파는 '날구지'란 뜻을 안다. 날구지란 '궂은 날의 한잔'이란 의미. 다른 사랑방은 터줏대감이 있지만 여기는 다양한 단골이 몰려들어 독점할 수 없다. 운동권 막걸리집의 종가였던 반월당 '곡주사'(哭呪士). '통곡(哭)하고 유신을 저주(呪)하는 선비(士)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원래 대구 YMCA 소유의 건물이었다가 뒤에 신명여고에 넘어간다. 50년대 2층은 영어를 가르치던 강의실이었고 1층에는 그릇, 유기, 소쿠리 등 잡화를 파는 10개의 가게가 밀집해 있었다. 처음엔 술을 팔지 않는 칼국수 전문 '신진식당'으로 출발했다. 상주 출신인 정옥순 주모는 지역 대학 운동권 핵심 학생들의 대모격이었다. 박 대통령이 서거한 날 청와대는 초상집이었고 곡주사는 잔칫집이었다. 80년대 후반부터 양심수·장기수를 돕기 위한 일일주점까지 열었다. 지금은 증발해 버린 봉산동 학사주점 골목. 맨 처음 학사주점을 구상한 사람은 바로 통혁당(통일혁명당) 사건 주모자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처형된 영천 금호 출신 김종태였다. 그는 1960년대 초 서울 광화문 지하도 근처에서 1호점을 연다. 학생들이 벽에 맘껏 낙서할 수 있도록 해 훗날 술집 낙서문화의 선두주자가 된다. 김종태는 가끔 대구에 오면 꼭 봉산골목의 학사주점에 들렀다. 당시 이 집에는 지역의 4·19세대와 혁신·진보계 인사들이 손님으로 많이 찾았다. 통혁당 때문에 학사주점은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 폐쇄된다. 술집 주인들은 중앙정보부 눈치를 보면서 학사 대신 '석사·박사'란 상호를 단다. 그러나 후에 중앙정보부는 술을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정권 유지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학사주점을 허용하고 이때부터 전국에 학사주점 붐이 일어난다. 봉산동 학사주점 골목은 80년대에 들면서 밥주걱 메뉴판, 표주박, 장지문, 이엉을 인 칸막이, 달구지 바퀴 등 토속적 실내외 인테리어를 앞세운 민속주점가로 변한다. 일명 '찌짐골목'으로 전성기에는 25개 업소가 밀집한다. 행복식당 바로 옆 학사주점 골목을 혼자 걸었다. 학사주점은 이제 증발해버렸다. 장날과 동(洞)이란 술집만 보였다. 50년대 피란지의 골목만큼이나 퇴락해버렸다.

    2024-04-26 13:30:00

  • [사설] 정부 책임 묻는 국내 첫 ‘기후 소송’, 헌재 결정 주목된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인 '기후위기 소송' 변론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위기 소송 공개변론을 열었다. 청소년 19명이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5월에 한 번 더 공개변론을 열고, 심리를 거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첫 공개변론에서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며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청구인 측은 "정부가 정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책임을 외면하고 후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위헌을 주장했다. 또 "2031년부터 2042년까지는 세부 감축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산업구조 현실과 가용 기술 수준을 감안해 설정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즉각적인 감축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여러 건 나왔다. 지난 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이 충분하지 않아 고령자 인권이 명백히 침해됐다"며 배상금(8만 유로) 지급 판결을 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미래 세대 보호를 위한 예방 조치도 국가 의무"라며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미래에 떠넘기는 현행 법령은 위헌이다"고 결정했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은 현실이다. 역대급 산불·홍수·폭염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고, 농산물값이 급등하는 등 '기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기후 소송은 국내는 물론 주요 국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정부의 정책은 물론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헌재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2024-04-26 05:00:00

  • [사설] 불법 공매도 원천 차단, 첫 단추 끼웠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인 주식으로 되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현행법상 빌린 주식도 없는 무차입 상태로 공매도를 하고 나중에 빌리는 것은 불법이다. 무차입 공매도, 즉 불법 공매도는 자본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불법 공매도 수사팀은 글로벌 투자은행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주식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 국내 지점 증권부에 차입을 끝냈다고 허위 통보한 뒤 9개 상장사 주식 32만8천여 주(157억여원)를 공매도 주문한 혐의를 받는다. 국회는 지난 2020년 12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 이득의 3~5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번 기소는 법 개정 후 첫 적용 사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오는 6월까지 공매도를 한시 중단했다. 이어 공매도를 원천 차단할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25일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 시스템 초안을 공개했다. 주문 전과 후 2차례 빌리지 않은 주식의 매도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도입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건과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 사태 후 금융당국은 '주식 잔고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고, 2020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 내놓은 시스템도 실시간 모니터링은 아니다. 공매도 주문 전후 실제 주식을 빌렸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일단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크다. 다만 공매도 한시 중단이 6월로 끝나는데, 업체 선정과 실제 도입까지는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 수렴을 서두르고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2024-04-26 05:00:00

  • [사설] 박정희 동상 신속 건립, 대구시-시의회 대승적 협력해 달라

    대구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예산안 14억5천만원)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구시의회 일부 의원들과 몇몇 시민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공론화 과정 부족을 문제 삼고, 시민 단체들은 '박정희 우상화' '국민 기본권 억압 인물' 등 이유로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등은 "민생·미래를 챙기라"며 반발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5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서민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한 지도자다. 가난하고,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대한민국을 부강하고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는 나라,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만드는 데 박정희의 빛나는 혜안과 불굴의 의지, 산업화 세대의 피땀이 기초가 되고 뼈대가 됐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박정희가 아닌 다른 지도자라도 그 정도 발전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시절 한국과 비슷한 조건에서 그런 성취를 이룬 지도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한국과 가장 비슷한 조건이었던 북한(실제로는 북한 경제 사정이 훨씬 나았음)이 지금 어떤 꼴인지 보라.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중화학공업, 기술교육, 통일벼로 기아 해결, 수출 중심 산업구조, 외국 자본 경제 장악력 억제, 의료보험, 산림녹화, 그린벨트 등은 박 전 대통령의 혜안과 의지가 아니었으면 한참 늦어졌거나 불가능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박정희 동상 타령 할 때냐. 대구 민생부터 챙기라"고 말한다. 박정희와 산업화 세대의 '우리도 잘살 수 있다. 열심히 살아보자'는 정신을 되새기는 것 이상으로 민생 해결에 상징적인 사업이 또 있나. 박정희 우상화라는 말은 터무니없다. 그런 식이라면 전국의 수많은 위인 동상이 모두 우상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산업화에 앞장섰던 대구에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해 그 정신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대구시와 시의회는 다소 불협화음이 있었더라도 대승적으로 협력해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신속히 추진해 주기 바란다. 정치적 반대에 놀아날 일이 아니다.

    2024-04-26 05:00:00

  • [관풍루]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심 받는 현역 7명 검찰 출석 불응

    [관풍루]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심 받는 현역 7명 검찰 출석 불응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심을 받는 현역 의원 7명에게 출석 통보했으나 모두 여러 이유 들며 불응했다고. 총선에서 이겼으니 검찰쯤은 우습게 보인다 이거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규모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일침. 알면서 그러시나? 근거가 있다면 진작에 내놓았겠지. ○…이희환 국가보훈부 차관,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민주유공자법이 심사 기준 마련 안 돼 5년마다 정부에 따라 '민주유공자' 바뀔 수 있다고 우려. 국가에 빨대 꽂으려는 인간들 숱하게 늘겠군.

    2024-04-26 05:00:00

  • [날씨] 4월 26일(금)

    [날씨] 4월 26일(금) "대체로 구름 많음"

    2024-04-25 19:07:12

  • [매일춘추] 메디치 효과

    [매일춘추] 메디치 효과

    '메디치'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문화를 이끌었던 가문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철학가, 과학자들을 후원했다. 이러한 결과 다양한 예술과 문화, 인문과 과학이 어우러져서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메디치 효과(The Medici Effect)'는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가 교차점을 이루어 서로 결합해서 폭발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의 틀과 상식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분야가 접목하면 창조적·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종 간의 다양한 분야가 서로 교류, 융합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뛰어난 생산성을 나타내고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창의적인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관련이 없는 것을 서로 접목해 다양한 관점에서 시도해봐야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한번은 전자산업 도시 구미의 문학 행사에서 시와 IT(정보통신기술)의 절묘한 만남을 주선한 일이 있다. 아직 블루투스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을 때 두 개의 다른 IT기업이 별도로 개발 중인 블루투스 기술에 무선 스피커를 접목해 시 낭송에 활용해봤다. 이 사례는 곧바로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냈다. 시 낭송 후 이들 두 IT기업은 서로의 기술을 자사의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행사에 도움을 준 엔지니어는 지금도 "우리나라 블루투스 기술 상용화를 5년 이상 앞당긴 매우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추억한다. 시인과 기업가라는 동떨어진 세계에도 교차점이 존재한다. 김광규 시인은 '생각의 사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지폐, 종이 두 장만 남을 뿐이다"고 했다. 언어로 함축된 에너지를 가진 시는 정치와 경제 사이, 경제와 노동 사이의 틈새를 좁히는 문화창조의 아이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정보기술(IT)의 융복합에 초점을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는 문학의 잠재된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균형 잡힌 산업 발전과 활발한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에 시적 영감이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와 결합해 폭발적인 혁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2024-04-25 16:58:33

  • [오늘의 역사] 2004년 4월 27일 아웅산 수치 광주인권상 수상

    [오늘의 역사] 2004년 4월 27일 아웅산 수치 광주인권상 수상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제5회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 미국의 마틴 루서 킹의 비폭력운동에 영감을 받은 그녀는 가장 폭압적인 정권에 비폭력으로 대항해 국민적 지지를 모았고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년 가까운 가택연금 상황에도 군부독재에 결연히 맞서 온 수치여사는 2015년 대선에서 미얀마 국민들에게 큰 희망의 약속이 됐다.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estlight@naver.com

    2024-04-25 15:16:38

  • [오늘의 역사] 1960년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성명

    [오늘의 역사] 1960년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성명

    3·15 부정선거로 4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승만 대통령이 4·19혁명과 함께 폭발한 국민들의 분노와 지탄에 항복해 결국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선거를 다시 하겠으며 내각책임제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로써 1948년 건국 이래 12년 동안 장기 집권한 그는 다음 날 대통령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사흘 후 극비리에 하와이로 떠났다.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estlight@naver.com

    2024-04-25 15:16:22

  •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위대한 용기, 위대한 보살핌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위대한 용기, 위대한 보살핌

    1976년 5월 7일. 그는 종착지 14킬로미터를 앞두고 마지막 텐트를 친다.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갈수도 있는 거리였지만, 코츠뷰의 불빛을 본 순간 마음이 바뀐 것. 그날 일기에는 "오늘밤은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며 텐트 안에서 밤새도록 저 불빛을 바라보고 싶었다."(318쪽)고 적혀있다. 먹고 달리고 잠들고 또 먹고 앞만 보고 달리는 이야기. 내가 두 번이나 절판된 책을 다시 잡은 이유는 어느 때보다 힘과 용기가 필요했고, 그렇다면 이만한 책도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년 6개월 동안 12,000Km의 북극횡단에 도전한 우에무라 나오미의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는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 어떤 말로도 코멘트 할 수 없는(해서는 안 되는) 책이다. 나오미의 속도는 한없이 더디고 위태로운데 반해, 나의 책 읽는 속도는 어느 때보다 빨랐다. 그래서 미안했다. 영하 40도인 눈과 얼음의 땅. 나오미가 고통스런 사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건 이누이트의 환대와 보살핌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썰매를 끈 건 혹독한 추위와 맞서며 상처 입은 발로 앞을 향해 달린 나오미와 썰매 개들이었지만, 장비와 옷과 식량을 기꺼이 내어주며 이들이 치지지 않도록 독려한 이누이트의 선의와 친절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책 속에 "따뜻하게 맞아주었다"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가 한 남자의 위대한 도전의 기록인 동시에 환대와 온정의 힘으로 만든 발자국인 까닭이다. 1974년 12월 20일 그린란드 야콥스하운을 떠난 이래 매일 밤 동상 걸린 손으로 개 발바닥에 신겨 줄 버선을 20켤레 넘게 꿰매던 사내. "모험이든 탐험이든 살아서 돌아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169쪽)고 다짐한 나오미는 6개월 동안 6000킬로미터를 달려와 케임브리지베이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실로 반 년 만에 내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깊은 잠을 잤다."(189쪽)고 기록한다. 내일 걱정이 필요 없는 깊은 잠이란 어떤 것일까.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탐험가가, 중간기착지에서 배불리 먹고 식량도 충분히 챙겨 다시 떠날 힘을 보강한 사람만이 누리는 기쁨이자 작은 안식일 터. 그러나 북극해 횡단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 없다. 개가 도망치거나 죽거나 식량과 장비를 잃어버리는 절체절명의 고비를 무수히 넘긴 사내는 막바지에 이르러 실존의 괴로움에 몸을 떤다. 썰매 개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 "신은 이제 그런 생명을 앗아가는 나를 구원하지 않으리라"(235쪽)며 북받쳐 오르는 죄책감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위대한 성취 뒤엔 더 위대한 희생이 따르는 법이라지만,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환하겠다던 나오미는, 끝내 살아남았다. 1976년 5월 8일, 마침내! 우에무라 나오미는 12,000킬로미터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아홉 마리의 썰매 개를 앞세우고 알라스카 코츠뷰에 도착한 것이다. 나오미는 그린란드 출발부터 함께 달려온 대장 개, 안나를 안아 올리며 말한다. "끝났다 안나. 너에게는 이제 길고 긴 휴식이 있을 뿐이야." 영화평론가

    2024-04-25 10:09:25

  •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47>벽초 홍명희 선생과 벽루 김용준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47>벽초 홍명희 선생과 벽루 김용준

    '근원수필'의 명문으로 잘 알려진 문필가이자 화가, 미술사학자인 김용준의 '홍명희 선생과 김용준'이다. 서재에 있는 홍명희를 마치 현대판 고사인물화의 주인공처럼 묘사하면서 절을 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까지 그려 넣은 특이한 작품이다. 1948년 작품인데 두 분 다 새하얀 한복 차림인 것도 인상적이다. 서재 벽에는 족자그림인 수묵화 한 폭이 걸려있고, 나지막한 책장엔 청색 포갑의 중국책 두 질 뿐 텅 비어 있으며, 홍명희 선생이 보고 있는 책과 그 옆에 포개놓은 책들은 양장본이다. 좌식의 책상으로 사용한 길쭉한 상 좌우엔 연상(硯床)과 커다란 화분이 있고, 김용준의 앞쪽에 돌, 소나무, 대나무를 심은 분재 하나가 있다. 연상엔 벼루, 연적, 필통 속의 붓 등이 가지런해 문필가의 방답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그림으로 청나라에서 정조경이 추사 김정희에게 인편으로 보낸 '문복도(捫腹圖)'가 있다. 정조경은 김정희를 화면 가운데에 커다랗게 그리고 인사드리는 모습의 자신을 그려 넣으며 뵙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그림으로나마 이렇게 인사드린다는 글을 써 넣었다. 정조경은 김정희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청나라 학자다. 김정희의 글씨를 한 점이라도 더 연구하기 위해 표구사까지 뒤지고 다녔던 김용준이었던 만큼 '문복도'을 보았거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 같다. '문복도'는 김정희에 대한 청나라 학계의 평판을 짐작하게 해주고, '홍명희 선생과 김용준'은 홍명희에 대한 김용준의 깊은 존경심을 알려준다. 홍명희가 1928년부터 13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신문에 연재했던 역사소설을 단행본으로 간행한 '임꺽정(林巨正)'(1948·을유문화사) 장정을 김용준이 맡았고, 홍명희의 장남인 국어학자 홍기문과 김용준은 친구였다. 홍명희는 '임꺽정전(林巨正傳)을 쓰면서'(삼천리 1933년 9월호)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 문학이라 하면 예전 것은 거지반 지나(支那)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사건이나 담기어진 정조(情調)들이 우리와 유리된 점이 많았고, 그리고 최근의 문학은 또 구미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양취(洋臭)가 있는 터인데 '임꺽정'만은 사건이나 묘사로나 정조로나 모두 남에게서는 옷 한 벌 빌려 입지 않고 순조선 거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조선 정조에 일관된 작품' 이것이 나의 목표였습니다." 홍명희의 호는 그의 고향인 괴산의 옛 이름 벽양(碧陽)에서 유래했는데 처음에는 벽초(碧樵)라고 했다가 나중에 벽초(碧初)로 고쳤다. 김용준의 호는 근원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호 중에 벽루(碧樓)가 있다. 벽초 홍명희의 예술정신을 따르려는 뜻이 들어있는 호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미술사 연구자

    2024-04-25 09:22:13

  • [사설] 이화영 ‘술자리 회유’ 주장 계속 번복, 사법 파괴 시도로 볼 수밖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 진술 술자리 회유 의혹'과 관련해 말을 계속 바꾸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말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앞서 "(술자리 회유를 받았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는 말도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무슨 말을 어떻게 바꿨는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100% 사실로 본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근거도 없이 민주당이 특검·국정조사 공세를 펼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오죽하면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서 공당이 허위 주장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고 촉구했을까.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수원지법 공판에서 검사실 앞 '창고'라는 곳에서 술을 직접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후 검찰이 이를 부인하자 이 대표는 "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간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CCTV 자료 보관 기간은 30일이라 자료는 이미 폐기되고 없다. 대신 이 대표 요구대로 검찰은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일언반구 사과도 없다. 이 전 부지사는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지만, 장소와 날짜를 계속 번복했다. 이에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수원지검 출정일지(분 단위까지 기록)를 제시하며 반박하자 변호인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었다. 말을 바꾼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제는 "술이라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니 말 바꾸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이 이화영 피고인 법정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본인이 직접 술을 마셨고, 얼굴이 벌게져 한참 진정되고 난 다음 귀소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전 지사의 (술자리 회유라는) 법정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고, 그 뒤 이어진 보충 설명과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범죄 혐의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니 사법(司法)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시도라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진술과 해명을 무시로 바꾸며 사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자들을 문명인으로 대접해야 하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2024-04-25 05:00:00

  • [사설] 경북도와 경주시, APEC 정상회의 유치 막판 총력 쏟아야

    내년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경북 경주가 유치할 수 있도록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막판 총력을 쏟아야겠다.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해 아태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6천여 명이 모이는 연례 회의다. 유치 도시의 전 세계적 홍보와 상당한 경제적 가치 창출이 뒤따른다. 지역 간 유치 경쟁은 2005년 정상회의를 가진 부산이 이번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경주, 제주, 인천 등 3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 19일 유치 신청 제안서를 접수한 외교부는 다음 달 현장 실사와 설명회 등을 거친 뒤 6월 중 개최 도시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개최 도시 선정 기준으로 ▷기본계획 우수성 ▷국제회의 부합 도시 여건 ▷국가·지역 발전 기여도 등을 제시해 놓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향후 현장 실사와 설명회 등에서 국제회의에 적합한 경주의 지리적·환경적 여건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인 만큼 경호의 최적지란 점을 부각시켜야 하겠다. 정상회의 주무대가 될 보문관광단지 일대는 도심에서 5㎞가량 떨어져 있고 단지 가운데 보문호수, 가장자리는 사면이 높은 산이다. 고층 건물이 없고 행사장 반경 3㎞ 안에 숙박 시설과 회의장이 있다. 교통 통제, 경호, 안전 면에서 적합한 장소로 꼽을 수 있는 대목이다. APEC 교육장관회의(2012년), 세계물포럼(2015년), 세계유산도시기구 총회(2017년), G20 재무장관회의(2020년)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개최한 경험도 강점이다. 3개 도시 중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인 경주를 개최지로 선정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는 APEC의 장기적 비전과 부합한다는 점도 강조할 만하다. 신라 천년 고도 경주는 역사 문화의 보고이자,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인근 포항·구미·울산과 연계한 영남권 산업 벨트를 고려하면 경주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2024-04-25 05:00:00

  • [사설] ‘민주유공자법’이 시급을 다투는 민생 법안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폭주 면허증이라도 받은 듯한 기세다.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도 23일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다. 정부 여당과 협의는 없었다. 시급을 요하는 민생 법안도 아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 회담이 물밑 조율 중이다. 입으로는 '협치'를 말하며 '입법 폭주'라는 주먹질을 하고 있는 꼴이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희생자 예우에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취지라고 한다. 특별법이 있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외의 민주화운동으로 대상을 넓힌다. 민주화의 공이 있다고 평가된 집회나 시위의 유공자는 가족까지 국가 지원을 받는다. 입법 시도가 처음도 아니다. 2021년 '셀프 특혜'라는 비판이 들끓자 철회한 바 있다. 3년이 지났어도 민심은 싸늘하다. 친북 성향 운동권 출신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이지만 협의 단계를 건너뛰었다. 민주당의 끈질긴 입법 시도는 독단적이고 편향된 생각을 잘 보여준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홍성국 의원은 "민주유공자법은 이미 20여 년간 계속 논의가 돼 왔던 사안이다. 시대의 숙제를 오늘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논의가 그들만의 논의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 1979년 남민전 사건 등 '민주화운동'으로 판정하는 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사건 관련자들도 민주유공자법 수혜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 민심은 분명하다. 독선적 국정 운영에 내린 경고장이다. 그리고 민생 회복 요구다. 민주당에 입법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심각한 민심 오독이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2017년 대선 직후 문재인 당선인에게 지지자들이 말하던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해"의 재연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민주당이 민심을 앞세워 밀어붙여도 괜찮은 건 민생 관련 법안뿐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등의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024-04-25 05:00:00

  • [관풍루] 민주당, ‘범야권 연석회의’ 조국혁신당 제안 사실상 거절

    [관풍루] 민주당, ‘범야권 연석회의’ 조국혁신당 제안 사실상 거절

    ○…더불어민주당, '범야권 연석회의' 조국혁신당 제안 사실상 거절하고 '교섭단체' 추진에도 미지근한 반응. 우리끼리 해도 충분한데 굳이 잠재적 경쟁자에 힘 실어줄 필요 없다는 계산? ○…아시아가 기후변화 최대 피해 지역이라고 WMO 발표, 작년 기후 재난으로 2천 명 이상 숨졌다고. 기후 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재 재앙, '기후행동'은 환경단체 퍼포먼스가 아닌 '국민운동'. ○…2월 기준 출생아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2만 명 선 아래로. 고령화에 사망자 수는 역대 최다, 인구는 52개월째 자연 감소. 외면하고 싶지만 인구 붕괴는 엄연한 현실.

    2024-04-25 05:00:00

  • [야고부] 고무신 대신 현금 25만원

    [야고부] 고무신 대신 현금 25만원

    지금이 코로나19 사태 때와 같이 온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정도의 국가 재난 상황인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묻고 싶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이 대표는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느닷없는 이 공약으로 적잖은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려면 13조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예산의 4.4%에 해당하는 29조원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할 만큼 재정 상황은 악화돼 있다. 무엇보다 25만원의 지원금이 민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인지부터 미지수다. 물가고가 심각한 상황에서 현금 살포는 서민 경제에 도움을 주기보다 인플레를 유발해 도리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이나 되는 현금을 준다는 데 거부할 국민은 없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30만원 정도는 50번, 100번 지급해도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지 않는다. 통계와 숫자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공언과 달리 국가 부채는 2018년 600조원대에서 문 정부가 끝난 시점인 2022년 400조원 더 늘어난 1천67조4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는 문 정부의 재난지원금 살포가 한몫했다. 2020년 4월 총선 직전 1인당 30만원, 가구당 100만원씩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5차례에 걸쳐 100조원에 가까운 재난지원금이 뿌려졌다. 이 대표도 2023년 세수 부족으로 60조원대의 재정 적자를 기록한 국가 재정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25만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현금 지원'을 영수 회담 의제로 제시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고무신'으로 표를 사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이 대표는 총선 때 "자칫 잘못하면 아르헨티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의 추락은 '검찰 독재'가 아니라 포퓰리즘 때문이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2024-04-24 20:31:51

  • [날씨] 4월 25일(목)

    [날씨] 4월 25일(목) "맑음"

    2024-04-24 19:03:10

  • [오늘의 역사] 2005년 4월 25일 만화가 고우영 화백 별세

    [오늘의 역사] 2005년 4월 25일 만화가 고우영 화백 별세

    한국 성인만화의 큰 별 고우영 화백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만주에서 태어나 광복 후 평양에서 살다 가족을 따라 월남한 그는 '추동성'이란 필명으로 아동만화를 창작했는데, 1972년 일간스포츠에 성인만화 '임꺽정'을 연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 성인만화의 새 장을 열었다. 이후 고 화백은 '삼국지' '일지매' '수호지'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1970, 80년대의 암울한 시기를 유머러스한 필체로 위로했다.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estlight@naver.com

    2024-04-24 15:18:29

  • [사설] 국민의힘 수도권과 영남권 ‘공천 이원화’로 경쟁력 확보해야

    4·10 총선 국민의힘 수도권 낙선자들과 정치 분야 전문가들이 세미나를 열고 '영남 정당'에서 탈피해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도권 감수성이 약한 지도부의 한계, 영남당으로 고착화한 당의 체질적 한계"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악의 경우 영남 보수당과 수도권 보수당을 따로 정립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영남 출신 의원들이 공천에 매달려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다른 지역 의원들과 후보들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선 과정과 총선 패배 후에 당내 영남 주류와 대통령 탓만 하지 않았나. 총선 전에 당의 체질을 개선했어야지 총선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비판을 시작한 것은 자해행위에 불과했다. 세미나에서는 "(영남 중진들은)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까지 나왔다. 영남 중진 의원들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에 필요한 말을 꺼내기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는 국민의힘이 강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지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명호 교수의 말대로 수도권 보수당과 영남 보수당을 따로 정립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도권 후보들은 '당의 영남 기준 인식' 때문에 수도권 민심에 대한 감수성이 약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영남인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역민 의사와 무관한 후보를 내리꽂는 것에 반대한다. 수도권 후보들은 영남 의원들이 공천을 생각해 당 지도부 눈치를 살피는 바람에 국민의힘이 쇠락한다고 말한다. 일리 있다. 마찬가지로 영남인 입장에서는 후보들이 당의 공천만 바라보느라 지역구는 뒷전인 것이 못마땅하다.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민심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또 영남에서는 지역 민심이 공천 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원적 공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의힘 경쟁력이 강해진다.

    2024-04-24 05:00:00

  • [사설] ‘애 낳으면 1억 지원’ 여론 수렴, 정책 전환은 신중해야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7일부터 출산·양육 지원금 1억원 지급 방안에 대한 국민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26일까지 진행되는 설문 조사는 '정부가 1억원의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출산에 동기 부여가 되겠는지'와 '이에 따른 재정 투입(연간 약 23조원)에 동의하는지'를 묻고 있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시행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저출생 대응 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380조원을 풀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보육·돌봄, 자녀 수당, 주거 등 직·간접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출산 장려금 등의 정책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셈이다. 기존 정책은 효력이 없고, 인구 절벽 위기는 사회 전반을 덮치고 있다. 정부가 저출생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출산 지원금 1억원'은 파격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 살림이 문제다. 신생아 1명당 1억원을 일시 지급할 경우 올해 기준 22조4천억원이 들어간다. 이는 지난해 정부의 저출산 대응 예산 총액(직접 지원 21조원, 간접 지원 27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존 저출산 예산을 유지하면서 매년 20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하면 재정 탕진은 시간문제다. '현금 지급'의 효과도 의문이다. 국내 지자체들이 출산 장려금 지원으로 출생아나 인구가 늘었다고 하나, 인접 지역 인구를 빼간 결과일 뿐이란 지적이 있다. 현금 지급의 정책 효과 분석은 연구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린다. 양육비 부담 탓에 애를 낳지 않는 게 아니다. 결혼·출산의 지연과 기피는 노동시장의 불안정, 고물가, 비싼 집값 등의 총체적 결과다. 특히 여성이 일을 하면서 어머니로 살아가기에는 현실은 가혹하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충실히 감안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 1억원 지원이 복잡하게 얽힌 저출생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묘수는 아니다.

    2024-04-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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