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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66> 이스라엘의 바그너 터부에 맞선 바렌보임

    [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66> 이스라엘의 바그너 터부에 맞선 바렌보임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1813~1883)는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유물론, 낭만주의, 민족주의 등 당대 유럽의 여러 정신적 사조에 심취했고 이러한 사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게르만 신화와 중세 전설에 주목했다. 그의 오페라는 광대한 스케일을 통해 독일 민족의 위대한 과거를 재현하며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독일 낭만파의 뿌리 찾기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그는 독일 전통의 수호자로서 오염되지 않은 하나의 독일을 열망했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여성의 희생을 통한 남성의 구원과 재생을 약속하는 몰락과 죽음에 대한 동경, 화려한 무대 연출을 통해 독일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관객들은 비장미 넘치는 장면에 열광했으며 바그너가 펼치는 예술과 신화의 세계, 민족주의적 열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니체는 바그너의 거창하고 엄숙한 무대효과가 사람들에게 의도된 방향의 세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의도된 특정 방향이 게르만 민족주의라는 점이었다. 니체의 예측대로 바그너의 음악은 예술 이상의 무엇으로 발전했다.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바그너의 음악은 독일 대중을 집단 체면으로 이끄는 강렬한 수단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반유대주의로 나아갔다. 화려한 무대와 극단적인 감정의 파토스는 혼란기 독일 국민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600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는 바그너 숭배자였다. 그는 정치 행사마다 바그너 음악과 제의적 연출방식을 적극 활용했다. 반복되는 구호와 열기는 청중의 사고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으며, 광신적 일체감으로 사람들을 다시 집회장으로 끌어들였다. 1990년 유대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바렌보임(1942~)은 베를린필을 이끌고 역사적인 이스라엘 공연을 지휘했다. 그리고 2001년 7월 7일에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과거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예루살렘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을 연주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일부 청중이 흥분하여 공연장을 떠났다. 이스라엘에서 바그너를 공식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였다. 이 금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바렌보임이다. 이스라엘 의회가 교육문화위원회를 열어 그를 기피인물로 선언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원색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바렌보임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며 이스라엘의 바그너 터부에 정면으로 맞섰다. 터부란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구속, 금기를 말한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내에서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원래 바렌보임은 바그너 해석의 권위자로 오페라 '발퀴레' 1막을 연주하기로 하였으나 이스라엘 측의 요청으로 곡을 교체했다. 대신 앙코르로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의 연주를 강행했다. 바렌보임은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와 나치가 악용한 그것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와 뜻을 같이 하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로 다른 견해에서 오는 긴장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중동지역 젊은이들을 모아 괴테 시집에서 이름을 딴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이들은 음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묶어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가 절실하다.

    2024-11-04 09:33:16

  • [함께 꿈꾸는 시] 이동순 '가을저녁'

    [함께 꿈꾸는 시] 이동순 '가을저녁'

    〈가을 저녁〉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우수수 몰려다녔습니다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이런 날 저녁에 그대는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지요 혹시 자신을 잃고 바람 찬 길거리를 터벅터벅 지향 없이 걸어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며칠 사이 유난히 수척해진 그대가 걱정스럽습니다 스산한 가을 저녁이 아무리 쓸쓸해도 이런 스산함쯤이야 아랑곳조차 하지 않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대의 꿋꿋함을 나는 믿습니다 〈시작노트〉 몹시 삭막하고 힘든 세상살이를 그래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사랑과 염려의 마음이다. 그것은 가족, 친구, 연인 사이일 수도 있지만 내가 그 모든 관계로부터 절연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이마저 없다면 우리는 아무런 미련 없이 자신을 내던져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을 저녁은 혹시 우리 주변에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시간이다.

    2024-11-04 06:30:00

  • [사설] 윤 대통령-명태균 공천 통화 녹음 짜깁기 의혹, 진상 규명하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명태균 씨와 통화 음성 파일이 '짜깁기'된 것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소리규명연구소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의 음성 중 ▷공천관리위에서 누가 왔었다는 말 ▷김영선 의원이 유세 기간 중에 수고했으니 해주라는 말 ▷충성 맹세한다는 말 등 3구간에서 음폭(音幅)이 상이(相異)하게 구분된다며 이는 "3구간이 편집 조작(造作)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한 번에 쭉 이어서 한 발언이라면 음폭이 일정해야 하는데, 음폭 차이가 큰 것으로 보아 여러 대화를 짜깁기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소리규명연구소는 또 "편집 조작을 가리기 위해 바람 소리와 같은 배경 잡음이 인위적으로 추가됐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녹음 파일을 공개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앞뒤 다 잘라서 맥락(脈絡)도 없는 녹음 파일을 틀었다"며 "편집하셨나 아니면 짜깁기를 하셨나 아니면 원본 그대로 하셨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내가 정부·여당이냐, 내게 질문하지 마라. 대통령실에 물어봐라"고 답했다. 황당하고 무책임하다. 원본 그대로인지, 짜깁기를 했는지, 당사자 간 녹음 파일을 제3자가 어떻게 확보했는지 밝히면 될 일이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 파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 당선인)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것은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공천 관련한 대화라기에는 분량이 매우 짧다. '당에서 말이 많다'는데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는 명 씨의 반응도 맥락이 닿지 않는다. 게다가 명 씨는 민주당이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한 후 윤 대통령의 발언 일부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 파일은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것으로 윤 당선인 발언이 끝난다. 하지만 명 씨 주장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말이 많네 당에서…자기들끼리 알아서 하겠다고…"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주당의 녹음 파일은 실제 대화 맥락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다. 이럼에도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생생한 육성을 전 국민이 들었다"는 식으로 둘러치는 것은 그야말로 맥락 없는 선동(煽動)일 뿐이다. 녹음 파일이 원본이라고 하더라도, 공개된 내용만으로 곧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라고 단정(斷定)할 수 없다. 김영선 의원은 공천이 거의 배제된 상태였는데 통화 후 공천됐다거나, 경쟁력이 약했는데 의외의 공천을 받았는지 등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통화 당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라 법적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명 씨와 국회의원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부적절했다. 선거 브로커들을 가려보지 못한 잘못은 있는 것이다. 물론 문제가 있지만 지금 심각한 것은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 파일의 '짜깁기 의혹'이다. 제기된 의혹대로 민주당이 녹음 파일을 짜깁기해 대화 맥락을 왜곡한 것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작(政治工作)이다. 사법 당국은 이 녹음 파일의 원본을 확보해 사실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이런 사건마저 국회의원 면책(免責) 특권 운운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2024-11-04 05:00:00

  • [사설] 당 대표 지키려 ‘대통령 탄핵’ 선동하는 민주당·조국혁신당

    지난 주말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선동(煽動)하는 장외 집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서울역 일대에서 '김건희 국정 농단 규탄 범국민대회'를 갖고, 검찰의 김건희 여사 불기소를 규탄하고 여권을 향해 '김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주창하는 '탄핵다방' 첫 행사를 대구에서 개최했다. 안보와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지만, 두 정당의 관심은 오로지 대통령 탄핵에만 쏠려 있다. 조국 대표는 2일 대구에서 열린 '탄핵다방' 1호점 행사에서 "보수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권은 조기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보수의 아성 대구에서 이 보수를 부끄럽게 만드는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을 심판해 달라"며 "대구가 결심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결심할 것"이라고 했다. 부끄러움과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발언(發言)이다. 조 대표는 위선적인 행동으로 청년들을 절망하게 했고, '진보'를 무참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검찰 수사 무마(撫摩)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기결(旣決) 형사피고인이다. 이런 정치인이 대구에서 '보수 품격'을 운운하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같은 날 민주당의 장외 집회에서는 탄핵 촉구 발언이 쏟아졌다. 최고위원들은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 "윤석열 정권을 내려야 한다"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무도함을 질타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며 "지금은 제1야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은 촛불집회를 환기(喚起)해 윤 대통령 탄핵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이달 15일, 25일로 각각 예정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및 위증 교사 사건 1심 판결을 앞두고 법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여론을 '대통령 탄핵'으로 돌리려는 정치적인 꼼수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의 장외 투쟁은 이 대표,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防彈用)'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야당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엄중한 한반도 안보나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겉으로는 안보와 민생을 외치지만, 내심은 지지층 결집을 통한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終熄)과 국정 흔들기에 집중돼 있다.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공격은 집요(執拗)하다. 헌법과 법률의 심각한 위반이라는 명백한 사유나 명확한 요건이 없는데도 대통령 탄핵 소추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싸움의 선봉에 서야 할 여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당론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항해야 하지만, 무기력하기만 하다. 야당의 칼끝이 정권의 심장을 겨누고 있는데도 내부 권력 투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저 사법부가 이 대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조 대표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란 기대만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안일(安逸)한 태도로 어떻게 대통령과 당을 지킬 수 있겠나.

    2024-11-04 05:00:00

  • [관풍루] 장외집회 나선 민주당에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방탄과 대통령 탄핵 목적” 비판

    [관풍루] 장외집회 나선 민주당에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방탄과 대통령 탄핵 목적” 비판

    ○…장외집회 나선 민주당에 대해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방탄과 대통령 탄핵 목적" 비판. 민주당도 정국 전환용으로 전쟁 획책한다며 비난 목소리. 여야 모두 '민생 최우선' 이랍시고 돌팔매질하는데, 애꿎은 국민들만 죽어나네. ○…올해 국내 금(金) 거래대금 2조원 육박, 지난해 연간 총액 1조1천억여원 훌쩍 넘겨. 10월 일평균 거래대금 1월의 4배 수준, 23일 하루 거래액 역대 최대 기록. 시절이 하도 수상하니 믿을 건 역시 금 뿐인가. ○…여당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 추진에 정부도 취지 공감. 학생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도 한 몫. 미국‧영국‧프랑스까지 규제 나선 스마트폰 중독은 국가적 위기.

    2024-11-04 05:00:00

  • [날씨] 11월 4일(월)

    [날씨] 11월 4일(월) "구름 많음"

    2024-11-03 18:53:19

  • [기고] 북한 파병과 김병주의 혹세무민(惑世誣民)

    [기고] 북한 파병과 김병주의 혹세무민(惑世誣民)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자 국방위원회 위원인 김병주 의원의 언행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예비역 육군 대장이라는 사람이,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助長)하는가 하면, 엄중한 안보 상황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매달리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우리 정부의 참관단 파견과 관련, 국방부가 해외파병 업무훈령 제4조에 따라 그동안 '개인 파병'을 해왔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음에도 "국회 동의 없이 파병 시 국방부장관 탄핵 등 법적 조치" 운운하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현재 바레인에 소재한 연합해군사령부에도 국회 동의 없이 7명이 파병되어 있다. 개인 파병이다. 특히 김병주 의원 스스로가 소령 때 파병을 다녀왔는데 인도·파키스탄 PKO(평화유지군) 파병은 개인 파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국회 동의도 없었다. 그런데도 "모든 국군 파병은 한 명이라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김 의원이 이런 선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재명 방탄'과 '대통령 탄핵' 목적 외에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그때는 왜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으며 그때의 국방부장관은 왜 탄핵되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한 것이며 북한이 전범(戰犯) 국가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는 것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정'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북한의 파병이 우리도 러-우 전쟁의 직접 당사자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전훈분석반을 보내는 것은 군(軍)의 당연한 임무이고, 그러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파병이 문제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러시아의 첨단 국방 기술 이전 및 첨단 전투기, 방공 체계 등을 북한에 들여올 수 있다는 점, 둘째, 자국군을 전쟁터로 내몰아 외화벌이에 이용한다는 점, 셋째, 1만~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이 현대전을 실제로 경험하게 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 확대와 우리의 안보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파병은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살상무기 지원과 관련해서도 더 유연하게, 북한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도 김병주 의원은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살상무기 지원을 결정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꼼수 파병' 운운하며 국민을 선동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것은 결국 북한 정권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행태로 보일 수 있으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의 이런 선동적 언행 자체가 북한 정권의 오만을 불러올 수 있어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위기를 맞으면 정파를 떠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상정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미국·나토 등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도리어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보다도 군을 잘 안다면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을 퍼뜨리고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행위는 50만 군을 모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김 의원이 진정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재명 방탄'의 도구가 아니라 진정한 예비역 육군 대장 본연의 자세로 속히 돌아오길 바란다.

    2024-11-03 16:17:35

  • [매일춘추] 삶과 죽음의 동행

    [매일춘추] 삶과 죽음의 동행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한정된 시간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고민하고 본능과 목적에 따라 개인적, 또는 사회적으로 타인과 연결돼 서로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고자 함은 죽음을 인지함으로써 삶의 유한성을 자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일상과 경험을 공유하며 애정을 주고받았던 대상의 죽음은 단절과 관계의 재정립이라는 새로운 현실과 직면해 깊고 복잡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국내에서는 배우 김수미의 사망 소식에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5주년, 가수 신해철 사망 10주년, 이태원 참사 2주년까지 사회 곳곳에서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소중한 존재를 기억하고 기리며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염원은 고인의 사회적 지위나 업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표현된다. 인류에게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심오한 주제인 죽음은 생과 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고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게 하며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작품의 성격과 표현의 방식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죽은 자를 위한 미사에 사용되는 가톨릭의 전례음악인 '레퀴엠(Requiem)'에서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뿜어내는 격렬한 힘과 압도적인 분위기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진노의 날(Dies irae)'을 통해 죄의 무게와 심판의 두려움, 구원에 대한 갈망을 죽음의 이미지로 묘사한 반면,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는 극적인 성격을 띤 '진노의 날'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작품 전체에 걸쳐 온화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유지하며 평화와 안식에 이르는 과정으로써 죽음을 해석하고 있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한 성찰과 자신의 신념을 작품에 담아냈으며 인간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접근으로 남겨진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큰 성공을 거둔 브람스의 레퀴엠은 가톨릭의 전례에 따라 라틴어로 된 통상문과 고유문을 가사로 사용하는 기존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종교개혁가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에서 자신이 직접 선별한 구절을 조합해 구성함으로써 전례음악이 아닌 연주회용 작품으로 분류되며 '독일 레퀴엠(Ein deutsches Requiem, Op. 45)'으로 불리게 된다. 삶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가치관과 정체성은 묘비에 기록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작곡가 시닛케(Alfred Schnitke, 1934~1998)의 묘비에는 음자리표, 조표, 박자표, 세로줄 등 마땅히 있어야 할 악보의 구성요소가 모조리 생략된 오선보에 늘임표와 포르티시시모(fff)로 지시된 온쉼표가 새겨져 있다. 마치 죽음으로 삶의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처음과 끝의 구분도 없이 길게, 그리고 최대한으로 온전한 휴식을 누리고 있음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듯하다. 생전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가수 신해철의 묘비에는 유족들의 뜻으로 사랑과 헌신의 마음을 담은 그의 노래 'Here, I Stand For You'의 가사가 새겨졌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개념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으로 이어진다.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생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겨 삶을 귀하게 가꿔야 한다. 죽음 뒤에도 우리는 생전의 모습으로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 속에서 다시 살아가기 때문이다.

    2024-11-03 12:56:51

  • [오늘의 역사] 1993년 11월 4일 성철 스님 입적

    [오늘의 역사] 1993년 11월 4일 성철 스님 입적

    조계종 종정에 오르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성철 큰스님이 열반에 들었다. 해인사에서만 57년 동안 칩거해 온 스님은 해인사 방장실인 퇴설당에서 가부좌한 채 제자 스님들에게 기대 입적했다. 퇴설당에 남겨진 스님의 유품은 평생 입었던 옷 한 벌, 지팡이, 대나무 삿갓, 검정 고무신, 공책 한 권, 몽당연필 한 자루였다. 그는 속세와 모든 관계를 끊고 오로지 구도에만 몰입한 승려였다.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estlight@naver.com

    2024-11-01 20: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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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뉴스] 방사능 누출 대비 훈련…검사받는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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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01 08:11:29

  • [사설]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 딴지 거는 민주당, 도대체 이유가 뭔가

    우리 군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선 참관단 파견(派遣) 필요성을 내비치자 더불어민주당이 극렬히 반대하며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동의를 얻지 않으면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고도 한다. 억지에 가깝다. 북한의 전투병 파병이 여러 루트로 확인됐다. 우리 군의 참관단 파견은 북한군 전투 동향 등에 대한 실질적 정보 파악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다. 민주당은 그럼에도 참관단 파견 역시 파병이라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우긴다. 4성 장군 출신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병주 의원은 지난 31일 "동맹도 아니고 유엔의 어떤 결의도 아닌 상태에서 이렇게 가는 것은 규정 자체가 없고 헌법 위반"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안보 위기를 초래하고 법을 위배하면서 (파병을) 한다면 당연히 탄핵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과 다르다. 2009년 시행된 '국군의 해외파병 업무 훈령'에는 해외파병을 '부대 단위'와 '개인 단위'로 나누는데 개인 단위는 국회 동의 없이 장관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 군은 이라크전 등 전장에 참관단 등을 보낸 바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참관단은 1~2개월 정도로 단기간 활동했고 최대 15명 정도에 그쳤다. 김용현 장관은 참관단 등을 보내는 것이 "우리 군의 당연한 임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직무 유기"라고 했다. 맞는 소리다. 국가 안보 대비의 호기(好機)를 가로막는 듯한 민주당의 안보관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북한 관련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부의 발목을 건건이 잡아 왔다. 지난달 북한 당국이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와 전단 살포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자 민주당은 '진실을 밝히라'며 북한 역성을 들었다. 당시 박지원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우리 국방장관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 것은 결국 시인의 의미"라면서 "대북 전단과 확성기는 우리가 시작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극성이다"며 우리 군을 탓했다. 명백한 안보 자해(自害)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어느 나라 정당인지 헷갈린다.

    2024-11-01 05:00:00

  • [사설] 세수 부족에도 ‘이재명표 예산’ 증액하겠다는 민주당의 포퓰리즘

    국회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전쟁'을 선포했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677조4천억원)은 재정 건전성(健全性)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짠물 예산안"이라며, 지역화폐 같은 '이재명표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김건희 여사·검찰 특활비' 관련 3대 예산을 집중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예산안에 집어넣겠다고 했다. 예비비(豫備費) 2조원을 동원해 지역화폐 10조원을 추가 발행하자는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기반 확충 및 RE100 관련 예산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생토론회에서 공약한 사업, 김 여사가 관심을 기울였다고 판단한 '마음건강 지원사업' 및 개 식용 종식(終熄) 관련 예산은 삭감 대상에 올렸다. 민주당이 정부 주요 예산을 깎아 입맛대로 쓰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짠물 예산안'이라고 비판하지만, 긴축 재정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56조4천억원의 세수(稅收) 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에도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4조원 덜 걷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경기 부양 효과가 불분명한 지역화폐 발행은 혈세로 선심 쓰겠다는 포퓰리즘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줄곧 '이재명표 예산' 반영과 대통령실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때는 민주당이 원전 예산을 삭감하고, 재생에너지 예산을 신규로 반영하려고 했다. 정부·여당의 반발로 원전 예산을 손대지 않는 대신 재생에너지 예산을 일부 증액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올해도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운영위 소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예산안 심사 기간 초과 시 본회의 자동 부의(附議) 조항 폐지'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예산 주도권을 십분 활용해 국정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이 엄중한 국제 정세와 민생을 걱정한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

    2024-11-01 05:00:00

  • [사설] 괜찮다는 말로만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8월 반짝 상승세였던 산업 생산과 소비가 9월에 다시 감소했다. 경기 예상 지표도 7개월째 반등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전(全) 산업 생산지수는 113.6으로 전달 대비 0.3% 줄었다. 8월 1.3% 상승하더니 힘을 잃었다. 소매판매는 8월 상승세여서 내수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역시 가라앉고 말았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로 당초 전망치 0.5%에 크게 못 미쳤는데, 산업 활동 동향 지표도 같은 흐름이다. 저성장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이창용 한은 총재는 29일 국감에서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소폭 떨어지겠지만 경기 침체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재정을 통한 전면적 경기 부양책(浮揚策)은 필요 없다"고 했다. 정부는 수출·제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끌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출도 여의치 않다. 당장 승용차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4.7% 줄었다. 2022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에 첫 감소다. 반면 3분기 승용차 수입액은 전년 대비 12% 이상 늘어난 30억달러에 달했다. 한은 총재가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이 불필요하다고 했는데, 사실 그럴 여력도 없다. 9월까지 국세 수입은 255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조3천억원 줄었다. 9월까지 본예산(367조3천억원) 대비 국세 수입 비율은 69.5%다. 최근 5년 평균 진도율(進度率) 78.3%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56조원, 올해 30조원 세수 결손이다. 시중의 돈줄은 더 조인다. 기준금리는 내렸지만 은행들이 일제히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대출 금리는 2개월 연속 뛰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은행들만 돈 잔치를 벌일 판이다. 수도권 부동산 잡으려다 온 나라에 돈이 마를 판이다. 증권시장은 외국인들의 이탈에 맥을 못 추고 있다. 과연 어떤 지표를 보고 경기 회복을 기대해야 하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달성할 것이라는 경제부총리의 표현 중 도대체 어디에 방점(傍點)을 찍으라는 말인가.

    2024-11-01 05:00:00

  • [관풍루] '이재명 무죄 호소 릴레이'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 '오버한다'는 반응

    [관풍루] '이재명 무죄 호소 릴레이'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 '오버한다'는 반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앞두고 '이재명 무죄 호소 릴레이'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 '오버한다'는 반응 나온다고. 무죄 확실하면 '오버'할 일도 없지. ○…대법원 2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윤관석 전 의원(64·수감 중)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 이로써 송영길 전 대표의 감방행도 피할 수 없게 되나?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는 등 국내에서 각종 추태를 부려 논란이 된 미국인 유튜버 조니 소말리를 폭행한 20대 남성, 매를 번 자를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

    2024-11-01 05:00:00

  • [날씨] 11월 1일(금)

    [날씨] 11월 1일(금) "흐리고 비"

    2024-10-31 18:49:57

  • [오늘의 역사] 1960년 11월 2일 소설 ‘채털리부인의 사랑’ 승소

    [오늘의 역사] 1960년 11월 2일 소설 ‘채털리부인의 사랑’ 승소

    영국의 펭귄출판사가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 소송에서 승소했다. 펭귄출판사가 소설 속 성애 장면을 삭제하지 않고 내기로 결정하자 외설물 검열관이 출판사를 고소했던 것. '채털리부인의 사랑'은 대담한 성행위 장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서 출판사들은 성묘사와 비속어를 삭제하면 책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작가는 삭제 요구를 거절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자비로 출판을 감행한다.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estlight@naver.com

    2024-10-31 16:15:28

  • [오늘의 역사] 1999년 11월 1일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사퇴

    [오늘의 역사] 1999년 11월 1일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사퇴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12개의 워크아웃 대상 계열사 사장단 14명과 함께 사퇴했다. 재계 순위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이 침몰하게 된 원인은 즉흥적이고 무모한 사업 확장과 1인 지배 체제의 불안정성, IMF 시기 600%에 이르렀던 부채비율 등이었다. 큰 기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법칙은 이로써 깨졌고 김우중 회장은 5년 반 동안의 도피 생활 끝에 귀국해 징역을 살다가 특별사면되었다.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estlight@naver.com

    2024-10-31 16:15:09

  • [매일춘추] 밥 한 공기

    [매일춘추] 밥 한 공기

    허기를 채운다는 건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이 포함된다. 멈추지 않는 지속을 위한 준비와도 같아서 육신의 에너지 외에 정신을 받쳐 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배고픔을 채운 후 든든하게 떠받드는 이 기분은 뭐랄까. 마치 양식을 비축해 두는 것처럼 안정감을 느끼게 하지만, 반대로 끼니를 거르면 온 기운이 빠져나가는 심정이 되곤 한다. 밥 한 끼로 심신을 채워 아침을 세운다. 변변찮은 찬이라도 뜨끈한 밥 한 공기면 온몸이 데워지는 마법의 불씨 같다. 어릴 적 솥단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밥 향은 식욕을 돋웠다. 새벽부터 어머니는 아궁이 앞에서 정성껏 불 조절하며 가족의 끼니를 준비하셨다. 밥 짓는 소리에 모두가 잠에서 깨면 밥 내음에 이끌려 밥상에 둘러앉았다. 마치 새날을 맞는 의식을 펼치듯 그렇게 하루를 열었다. 밥 한 그릇을 비우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의 작업화가 제일 먼저 자리를 뜨면 다음으로 오빠와 언니들 운동화가 서둘러 사라졌다. 그럴 때마다 막내였던 나는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돌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이 모든 상황을 할머니께서는 대청마루에 앉아서 속을 채워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환하게 동이 튼 후에야 할머니와 어머니 곁에 앉아 밥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 내게는 언제나 노릇하게 눌린 누룽지 한 뭉치가 덤으로 주어졌다. 집밥의 의미는 집을 나서는 이를 향한 응원이고 격려다. 식사로 자신을 성원하며 최고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과 같다. 어떤 면에서는 먹는다는 거 이상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내어준 사람의 정성이 힘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계절에 따라 식재료가 달라지고 음식 온도나 조리법을 바꿔 몸을 조절하기도 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하루 속에서 자신에게 바른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 역시 일상에서 나를 세워가는 방법의 하나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눈만 뜨면 세상을 향해 나가기에 급급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끼니를 챙겨야 하는데 간편식마저 스쳐 지날 때가 흔하다. 매일 걷고 또 걸으며 앞을 향하면서도 때론 생각지 못한 좌절에 밥맛을 잃기도 한다. 간혹 뜻한 일이 순조로울 때면 기분 좋게 밥 한 숟갈을 뜬다. 매일 섭취하는 밥심의 위력은 보이지 않는 내일을 위한 노력처럼 중요한 순간에 최선의 몰입을 높인다. 다음을 기약하려면 허기를 채워야 한다. 지난 아침의 의식에는 밥 한 공기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몇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던 부모님의 손길이 이제야 그립고 이해된다. 어쩌면 그 잔상이 지금껏 내 몸을 휘감으며 하루를 뜨겁게 타오르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침을 비우고 점심을 건너 저녁을 그냥 잠재우면 이대로 멈출 수 있다. 해가 지면 새날이 오듯, 지속하고 싶다면 속을 채워 움직여야 한다.

    2024-10-31 11:30:00

  • [사설] 득보다 실이 클 특별감찰관 후보 토론·표결 공개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는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공개 진행해 토론과 표결까지 이어가자고 한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그 명분이다. 그러나 이익보다 실(失)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친한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의 분란만 더 가중되고 문제가 더 꼬일 뿐이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당원과 국민들은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우리 의원들이 어떤 주장을 펴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공개 의총을 통해 토론과 표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나 민감한 현안을 논의하는 의총은 통상 비공개로 진행된다. 특별감찰관 문제로 싸우는 꼴을 굳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친한계 주장대로 특별감찰관 문제에 대해 표결까지 간다면 친한계와 친윤계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친윤계가 다수여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표결 자체가 분당(分黨)의 서곡(序曲)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의 골은 깊다. 이럴 때일수록 민감한 문제를 파열음이 새나가지 않게 물밑에서 해결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한동훈 대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할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다.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그것(특별감찰관)조차 머뭇거린다면 '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했다. 마치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8년째 거부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별개로 특별감찰관 문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와 협의도 없었다. 분열을 막고 당을 단결시켜야 할 대표가 분열을 조장하는 꼴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한 대표의 대표 자격과 자질을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4-10-3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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