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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검찰 폐지의 최종 책임자,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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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시작된 검찰개혁은 '검수완박'을 거쳐 마침내 검찰 폐지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조직이 어떻게 바뀌든 그동안 검찰이 수행해 온 공익 수호자(public attorney) 기능은 유지되어야 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 부와 권력 앞에 희생되는 일이 생긴다면 이번 검찰 폐지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은 입만 열면 검찰의 조작 기소를 폐지의 이유로 들었다. 과연 그런가. 70년 검찰 역사에 조작 기소가 왜 없었겠나. 특히 민주주의가 공고화되기 전에는 권력에 의한 조작 기소가 적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많았어도 검찰이 수행한 공익 수호보다 많을 수는 없다. 조작 기소의 뒤에는 반드시 정치권력이 있었기에 조작의 주체는 권력이지 검찰이 아니었다. 또 조작에 가담한 극소수 검사들 때문에 검찰을 폐지해야 한다면, 조작 수사가 수없이 드러난 경찰은 폐지해도 진작에 폐지해야 했을 것이다.

조작의 대상이 오로지 대통령과 민주당 관련자들뿐이라는 것도 해괴한 일이다. 검찰의 조작이 왜 민주당 관련 사건과 관련자들로 한정됐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조작 주장 자체가 타당성을 잃는다. 백보를 양보해 조작됐다고 해도 그 진위는 결국 법원에서 판사에 의해 최종 판단되어야 한다. 만일 조작됐다면 당연히 공소는 기각될 것이다. 그것이 삼권분립을 보장한 근본 이유다. 그런데 검찰 폐지 과정에서 조작 여부의 판단은 대통령이 직접 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맞장구쳤다. 그것도 자기들이 기소된 사건들에 대해서만. 결국 형사 피고인들이 자신의 범죄를 기소한 검찰을 폐지한 것이다.

법원에서는 여러 특검이 기소한 사건들이 무죄 판결이 나고 있다. 판결은 판사의 몫이고, 특검이 만능은 아니니 그럴 수 있다. 대통령의 논리를 따르면 이것들도 모두 조작 기소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특검은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 대장동 사건의 1심 판결에 피고인의 이익을 따라야 한다면서 항소 포기를 강요한 대통령이 왜 1심 혹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윤석열을 비롯한 피고들의 사건은 항소 또는 상고하게 두는가. 왜 대통령과 민주당이 기소된 사건은 조작 기소이고, 전 대통령이나 그 가족, 오세훈, 추경호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기소된 사건은 정당한 기소인가. 이 질문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조작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검찰 폐지야말로 권력의 형사사법 체계 장악을 공식화한 최악의 결정이다.

검찰 폐지 후 열흘이 넘었어도 아직 조직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초대 공소청장과 중수청장(후보자 지명)도 임명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찰청장은 1년 넘게 공석이다. 조직의 안정화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건 수사와 국민 보호의 책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사 및 기소 지연의 피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대통령은 지난 10월 6일, 제43회 국무회의에 새로 출범한 공소청장·중수청장·경찰청장 직무대행들을 배석시켜 일장 훈시를 했다. 그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수사 및 기소를 책임진 기관의 장을 대행하는 사람들로서 대통령과 정치의 영향력은 마땅히 제한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국무회의에 배석시켜 받아쓰기를 시킨 대통령의 인식은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대통령이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과 다름이 없다.

검찰이 때때로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권력기관보다는 독립적이었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한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총장이라는 직책 때문이었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권력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서슬 퍼런 검찰에 의해 수사되고 기소된 부패 정치인들이 수없이 많았고, 그것이 곧 국민과 국익을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검찰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검찰을 폐지한 나라도 없다.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나라는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 폐지의 최종 책임은 그를 선택한 국민에게 있다. 두고 보자. 검찰 폐지가 최선이었는지, 아니면 최악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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