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전국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14만4000동에서 우유팩과 두유팩을 종이류와 따로 버리는 제도가 시작됐다. 지금은 자율 시행이라 섞어 버려도 과태료는 없다. 2027년 1월 의무화 뒤에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최대 30만원까지 물릴 수 있다.
◆ 300세대 이상 아파트, 10월은 '연습 기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일부터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서 종이팩 별도 분리배출을 자율 시행에 들어갔다. 대상은 300세대 이상이거나 승강기가 있는 150세대 이상 단지로, 전국 공동주택 열 곳 중 여섯 곳 남짓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지난달 행정예고했다. 종이팩을 종이류 안의 세부 품목에서 떼어내 별도 품목으로 올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의견 수렴은 14일 끝나고, 법적 의무화는 2027년 1월부터다.
단독주택과 빌라는 이번 대상이 아니다. 이들 거주자는 종전처럼 동 주민센터의 우유팩 교환 창구를 이용하면 된다.
◆ 재활용률 14%, 열에 아홉은 쓰레기로
종이팩은 재활용 대상 소재 가운데 재활용률이 가장 낮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의 2024년 실적 집계에서 출고량 대비 재활용률은 14%였다. 10여 년 전만 해도 35%대였던 수치가 절반 넘게 떨어졌다.
이유는 버리는 방식에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월 내놓은 종합계획을 보면, 배출된 종이팩의 열에 여섯은 일반 폐지에 섞여 나가고 셋 가까이는 종량제봉투로 들어간다. 폐지와 섞인 종이팩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상온 보관용 멸균팩은 사정이 더 나쁘다. 안쪽에 알루미늄박이 입혀져 있어 재활용률이 2%를 밑돈다. 멸균팩은 한 해 종이팩 출고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소비가 늘고 있다.
같은 센터 집계에서 2024년 한 해 종이팩 출고량은 7만5847톤, 재활용된 양은 1만612톤이다. 우유팩 일곱 개 가운데 하나만 다시 종이로 돌아온 셈이다.
하락세는 최근 몇 해 사이 가팔라졌다. 지난 1월 종합계획에 실린 추이를 보면 종이팩 회수·재활용률은 2019년 19.9%였고 그 뒤 해마다 떨어졌다. 수거 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반등할 요인이 없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멸균팩 소비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해 9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밝힌 국내 멸균팩 연간 출고량은 3만5000톤이다. 종이팩 원료인 천연펄프는 전량 수입하는데, 정부는 2024년 6월 캠페인 자료에서 국내 출고 종이팩을 모두 재활용하면 해마다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 '살균팩'은 '일반팩'으로…말리지 않아도 된다
개정 지침은 종이팩을 일반팩과 멸균팩 두 종류로 나눴다. 기존의 '살균팩'이라는 이름은 '일반팩'으로 바꿨다. 냉장 우유팩이 일반팩, 알루미늄박이 들어간 상온 보관용 팩이 멸균팩이다.
배출 요령은 세 단계로 줄었다.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고, 펼치거나 납작하게 누른다. 바짝 말린 뒤 내놓으라는 기존 규정은 삭제됐다. 이렇게 손질한 팩은 단지의 전용 수거함이나 지자체가 나눠 준 전용 봉투에 담는다.
◆ 과태료는 조례가 먼저다
10월 자율 시행 기간에는 종이팩을 섞어 버려도 과태료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낸 질의응답집에 명시된 내용이다. 의무화 이후에도 곧바로 부과되지는 않는다. 각 지자체가 폐기물 관리 조례를 먼저 고쳐야 개별 가구에 물릴 수 있다.
조례가 갖춰지면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의 과태료 기준이 적용된다. 분리배출 기준 위반은 1차 적발 때 10만원, 세 번째는 30만원이다. 다만 일선 지자체 청소행정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개별 세대의 혼합 배출을 적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령 기준과 별도로 법률상 상한은 더 높다. 폐기물관리법 제68조는 분리보관·배출 기준을 어긴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고 정한다. 실제 금액은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므로 지역마다 달라질 수 있다.
◆ 수거함 없는 단지, 섞어 버리는 관행
제도는 출발했지만 현장은 고르지 않다. 경남 창원시는 의무관리 단지 368곳 가운데 별도 수거함을 갖춘 곳이 107곳에 그친다. 셋 중 하나가 안 된다. 인천 남동구·미추홀구 등에서도 전용 수거함이 없는 단지가 다수 확인됐다.
수거함이 없는 단지의 주민은 종전처럼 폐지함에 종이팩을 넣는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들은 수거함 부족에 더해 민간 수거업체가 종이팩 별도 수거를 꺼려 결국 폐지와 섞여 처리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단지별 분리수거함 규격을 강제하는 규정도 없다.
앞서 간 지자체도 있다. 경기 성남시는 전용 수거함과 공공수거를 지원해 종이팩 재활용량을 2018년의 다섯 배 가까이로 늘렸다. 경기 시흥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조례를 만들어 공공선별장 중심의 수거망을 꾸렸다. 서울 서초구는 80개 단지에 전용 수거함을 시범 설치했다.
정부가 준비한 배출 도구는 봉투가 먼저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지자체 지원 실적을 보면 전국에 사전 배포한 종이팩 전용 수거 봉투는 77만8650개다. 수거함 설치는 단지와 지자체 몫으로 남아 있다.
따로 모아도 선별장까지 가는 양은 적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지난 6월 조사한 서울시 공공선별장 반입 실태를 보면 25개 자치구가 한 해 선별한 종이팩은 481.67톤에 그쳤다. 이 가운데 6개 구는 선별량이 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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