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말이 꼬이고 한쪽 팔에 힘이 빠졌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진다. 이런 경험을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의학은 이 상태를 일과성 허혈발작, 흔히 '미니 뇌졸중'이라 부른다. 뇌혈관이 잠깐 막혔다가 다시 뚫린 것으로, 증상은 하루 안에 완전히 사라진다. 문제는 그 뒤다.
◆ 일교차 10도, 혈관이 먼저 움츠러든다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10~11월은 뇌혈관에 가장 고된 계절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좁아지고 혈압이 오른다. 유럽심장학회의 2022년 코호트 연구에서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성인의 수축기 혈압은 1.3㎜Hg씩 올라갔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올 3월 낸 임상연구 보고서는 더 직접적이다. 고령층은 하루 일교차가 10도 넘게 벌어지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30% 높아진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열에 여덟 이상이 60대 이상이니, 이 계절에 누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지도 분명하다.
◆ 사라졌다고 끝난 게 아니다
증상이 가라앉았다고 혈관이 건강해진 건 아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갱신한 국가건강정보포털 뇌졸중 가이드라인을 보면 일과성 허혈발작 뒤 석 달 안에 실제 뇌경색이 올 위험은 최대 20%에 이른다. 열에 한둘은 '진짜'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더 무서운 건 시점이다. 대한신경과학회는 2024년 임상지침에서 석 달 안에 오는 뇌졸중의 절반이 발작 뒤 첫 48시간에 몰린다고 적었다. 뇌경색 환자 열에 넷은 본격 발병 전에 이런 전조를 겪고, 한 번 겪은 사람은 일반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다섯 배가량 높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뇌졸중이 저절로 치료됐다고 생각하며 적절한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를 해보면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뇌 손상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잠시라도 증상이 있었다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 두 번째 기회는 이틀 안에
한 대학병원이 공개한 사례가 그대로다. 편마비와 발음 이상이 30분 만에 사라져 집으로 돌아갔던 환자는 이틀 뒤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다른 대학병원의 60대 환자도 쓰러지기 이틀 전 10분간 왼팔 감각이 둔해지고 어지러웠지만, 나아졌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
환자만 탓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증상이 사라지면 신경학적 결손이 없어 CT 같은 기본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온다. 환자는 당장 입원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이때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행동을 경고한다. 손을 따거나 우황청심원을 먹으며 재발 위험이 높은 초기 48시간을 날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과학회도 영상에서 뇌 손상이 보이지 않더라도 혈관 내벽의 불안정성이 남을 수 있다고 짚었다. 재발을 막는 항혈전 약물 처방을 건너뛰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 골든타임 도착률, 10년째 36%
뇌혈관이 막히면 1분에 약 190만 개의 뇌신경세포가 죽는다. 되살릴 수 없다. 대한뇌졸중학회 진료지침은 혈전용해제 정맥 투여 시한을 발병 뒤 4.5시간으로 잡고, 병원 도착은 3시간 안에 하라고 권고한다.
현실은 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올 7월 국제학술지에 10개년 분석을 냈다. 이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가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은 36.6%였다. 10년 전 35.4%와 거의 같다. 2023년 한 해 뇌졸중이 11만 건 넘게 발생했고, 이들 다섯 명 중 한 명은 1년 안에 숨졌다. 급성 뇌경색 환자의 85%는 후유장애를 안고 퇴원한다.
차이를 가르는 건 이송 수단이다. 심평원이 7월 발표한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19 구급차를 탄 환자는 평균 2.3시간 만에 병원에 닿았다. 자가용 등으로 온 환자는 9.8시간이 걸렸다. 네 배 차이다.
◆ FAST, 그리고 차 키 대신 119
성인 열에 넷은 뇌졸중 조기증상을 모른다. 질병관리청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의 인지율이 60.7%에 머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한쪽으로 입이 돌아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실어증이나 복시, 심한 균형 장애가 동반되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외우기 쉽게 정리한 것이 FAST 수칙이다. 얼굴(Face)이 한쪽으로 처지는지, 팔(Arm)을 들었을 때 한쪽이 떨어지는지, 말(Speech)이 어눌한지 확인하고, 하나라도 해당하면 시간(Time)을 아껴 119를 부른다. 증상이 몇 분 만에 사라졌어도 수칙은 같다.
병원 쪽 체계는 빨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 1차년도 평가를 냈다. 환자를 의뢰한 뒤 다른 병원 전문의가 치료를 수락하기까지 평균 4분 36초가 걸렸다. 참여 환자의 93.9%가 적정 시간 안에 최종 치료를 시작했다. 복지부는 올 2월 심뇌혈관질환센터 다섯 곳을 추가 지정했고, 시범사업은 12월 말 2차년도를 마치고 본사업 전환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일과성 허혈발작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8만 8125명, 10년 사이 10% 늘었다.


































댓글 많은 뉴스
"방금 봉화 다녀왔다"… 이 대통령 고향 안동서 터진 이진숙의 '직격탄'
이진숙, 李 부모 묘소 직접 찾아 "원상회복커녕 영구화 작업? 대통령 일가 법 위에"
李대통령, "손 더러워 쑥스럽다"는 상인 손 잡았다…악수하고 사진까지
김민석, 낫 들고 '벼 베기' 체험…"농지 조사 걱정 마시라"
정청래, 또 미국 비자 막혔다…국감 앞두고 결국 '유럽행' 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