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엔 중앙정보부에 파견된 김기춘 검사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소설 '자칼의 날'을 읽었느냐고 묻는 부분이 있다. 이는 내가 1993년 4월호 '월간조선'에 쓴 장문의 문세광 기사가 처음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2005년 MBC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이를 인용해 엉뚱한 소설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원전'인 내 기사는 아예 보지도 않고 MBC만 참조해 더 많은 조작을 해놓았다.
김대중은 이철승-김영삼을 꺾고 급상승했지만 1971년 4월 27일 치른 7대 대선에서 박정희에 패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 남아 5월 25일의 8대 총선에선 '당선이 확정된' 전국구 2번 후보가 됐다. 그리고 전남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선거 전날인 5월 24일 무안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마주 오는 트럭을 피하려다 길 옆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그는 '후유증 치료'를 명목으로 일본을 들락거리다, 1972년 10월 유신이 선포되자 일본에 주저앉아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를 만들어 '반(反)박정희' 활동을 했다. 이를 본 이후락 중정부장이 윤진원 공작단장에게 '공작선' 용금호를 동원해 1973년 8월 8일 그를 잡아 오게 했다. 납치로 '강제 귀국'시킨 것이다.
이후락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은 박정희의 독재를 비난하고 김대중의 억울함에 주목했다. 그리고 1971년 교통사고도 박 정권의 사주에 의한 것이란 '거짓'을 만들었다. 민단계였지만 사회주의에 빠져 있던 문세광이 이에 동조했다. 독재 타도에 빠진 그는 조총련의 김호룡을 만나 '암살로 혁명을 하겠다'는 망상을 품었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누리면서 혁명을 노래한 '주사파'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박정희를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부르며 친일 독재자로 몰려고 한다. 그러나 김대중도 '도요타 다이주(豊田大中)'로 창씨개명을 했었고, 일본어가 유창했으며, 지레짐작으로 일본에 망명할 정도로 겁이 많고, 일본에 가까웠다는 것은 드러내지 않는다. 「월간조선」의 우종창 기자가 쓴 '트럭 운전사는 브레이크를 밟았다!'(2002년 2월호)와 '김대중 납치사건의 새로운 진실'(2001년 2월호) 기사는 아예 보지 않으려 한다. '김대중의 한(恨)'에만 주목한다.
나는 박정희를 김대중보다 한이 많았던 사람으로 본다. 박정희의 한은 숙명 같은 가난을 떨쳐내는 것이었고, 그 가난을 틈타 독버섯처럼 퍼지는 공산주의를 박멸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한풀이가 아니라 한을 해결하자는 비전을 품었다. 때문에 5·16을 일으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1·21사태를 당했을 땐 '총을 들고 건설하자'며 국민 설득을 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며 일본과 수교하고 독일과 베트남, 중동으로 국민을 보내 '종잣돈'을 만들었다.
그가 부인과 학생이 총을 맞아 쓰러져 엉망이 된 현장에서 "하던 얘기를 계속 하겠습니다"라며 연설을 이어간 것도 비전 달성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의 지하철 1호선 개통식에 불참하는 등 이후의 일은 하지 못했다. 부인이 죽은 것이 확인된 저녁에는 대성통곡을 하는 '우리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억울하다"나 "두렵다" 같은 '인간적인 소리'는 내지 않았다.
박정희보다 더 많은 나이를 살아보니 미래와 후손과 사회를 위해 헌신했다는 자부심도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많아지면서 '모은 돈이 아니라, 쓴 돈이 내 돈이다'란 말에 공감하게 된다. 그는 '쓴 돈이 내 돈'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그도 '격정'이 있었을 터인데 왜 대통령 역할에만 충실하려고 했을까.
2024년 오른쪽 귓불에 소총을 맞은 트럼프는 일어나 "싸우자"를 외쳤지만 연설을 이어가지 못하고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퇴장했다. 같은 해 가덕도에서 피습당한 이재명은 구급차가 올 때까지 바닥에 누워 있었고, 며칠 뒤엔 '기어코'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연설을 마친 박정희는 무방비인 중앙으로 나와 부인의 고무신을 주워 들고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어떤 경호원도 둘러싸지 못하게 했다.
이들은 정부지원금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쓴 돈이 내 돈이다'를 실행한 것이다. 이런 세력에게 "김대중의 한과 박정희의 한을 비교해본 적이 있느냐" "한풀이와 비전 세우기의 차이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는 우문(愚問)이 될까.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김부겸 밀었지만 대구시민들 진심 안 받아줘…지역감정, 더 당해봐야 알게 될는지"
이진숙, 李 부모 묘소 직접 찾아 "원상회복커녕 영구화 작업? 대통령 일가 법 위에"
"방금 봉화 다녀왔다"… 이 대통령 고향 안동서 터진 이진숙의 '직격탄'
유해진, 올해 '쌍천만' 배우 되나…'암살자(들)', 한글날에도 16만명 동원 '1위 굳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당 7%p 급락에 국민의힘 역전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