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두고 다른 도시에서 사는 1주택자에게 올해 가을은 셈법이 복잡한 계절이다. 정부가 8월 초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사는 집'과 '안 사는 집'의 종합부동산세를 처음으로 갈라놓았다. 실거주 1주택은 기본공제가 14억원으로 오르고, 비거주 1주택은 9억원으로 깎이는 안이었다. 한 달 뒤 비거주 공제는 현행 12억원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 70%로 오르면서 '종부세 실거주 차등'에 따른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지 않는다.
◆ 9억으로 깎였다 12억으로 돌아온 한 달
재정경제부는 8월 3일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명의는 인당 4억원으로 깎는 안이었다.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올리려 했다.
여당 내부에서부터 신중론이 먼저 나왔다. 직장 이전이나 질병, 부모 봉양처럼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운 실수요자에게 세금을 떠넘긴다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는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안을 고쳤다. 비거주 1주택 공제는 12억원 그대로, 공동명의는 각 6억원으로 합산 12억원을 유지했다. 세부담 상한도 150%로 남겼다.
◆ 실거주는 14억, 공동명의는 18억
실거주 쪽은 손대지 않았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오른다. 공시가 14억원은 시가로 20억원 안팎이다. 부부 공동명의 실거주자는 각 9억원씩 합산 18억원까지 공제받는다.
재정경제부는 이 조치로 12만명이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다고 추산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8월 12일 낸 분석 보고서를 보면 과세 대상에서 빠지는 주택 가운데 서울이 5만6천여 호에 달한다. 같은 분석에서 1주택 종부세 납부자 열에 여덟은 세 부담이 줄어든다.
재정경제부는 "사는 주택은 지원하고, 살지 않는 집에는 합당한 부담을 지우는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거주용 1주택은 시가 20억원에서 30억원까지 세액이 줄고, 40억원까지는 변동이 크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 공제보다 무서운 공정시장가액비율 70%
비거주 1주택자가 놓치기 쉬운 대목은 공제가 아니라 비율이다. 종부세 과표는 공시가에서 공제를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정한다. 이 비율이 내년부터 60%에서 70%로 오른다. 다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보유자는 2028년 80%까지 간다.
공제가 12억원으로 돌아왔어도 비율 인상은 모든 1주택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에 과표 6억~12억원 구간 세율이 1.0%에서 1.3%로 오르고, 12억~25억원 구간은 2028년 2.0%까지 단계적으로 뛴다.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에는 한도가 새로 생겨 2027년 800만원, 이듬해 600만원까지만 깎아 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 9일 이종욱 의원실에 제출한 추계 자료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의 무게를 보여 준다. 비율을 80%까지 올리면 1인당 평균 주택분 종부세는 324만원에서 624만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된다. 서울 주택분 보유세는 두 자릿수 비율로 는다.
◆ 반포자이 84㎡, 사느냐 안 사느냐
같은 집도 누가 어디 사느냐에 따라 고지서가 달라진다. 세무업계가 8월 하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 단독명의 1주택을 놓고 셈한 결과, 실거주자의 내년 종부세는 2천27만원이었다. 당초 9억원 공제안을 적용한 비거주자는 2천581만원으로 554만원 더 냈다. 세액공제를 적용하기 전 수치이고, 비거주 공제가 12억원으로 복귀한 뒤의 재계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든 사례도 방향은 같다. 공시가 20억원(시가 30억원) 아파트를 10년 보유한 60세 비거주자는 2028년 종부세가 91만원에서 424만7천원으로 네 배 넘게 뛴다. 시가 50억원 주택을 10년 가진 60세 1주택자는 실거주자가 980만원, 비거주자가 1천970만원으로 두 배 차이가 난다.
시가 20억원 안팎의 집은 갈림길 자체가 된다. 실거주면 공제 14억원에 걸려 종부세를 아예 내지 않지만, 비거주면 공제 12억원을 넘겨 과세 대상에 들어간다.
◆ 올해 11월 고지서는 현행대로
개편안은 2027년부터 적용된다. 올해 11월 날아오는 고지서는 현행 공제 12억원과 비율 60%로 계산된다. 실거주 여부를 묻지도 않는다. 바뀐 셈법은 내년 고지서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주택분 종부세 세수가 7천억~8천억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재정경제부는 "일정 가액 이상 주택은 과세 형평을 높이고, 비거주 다주택은 보유세를 정상화해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고 밝혔다.
◆ 국회로 넘어간 '어쩔 수 없는 비거주'
전문가 평가는 갈린다. 시중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위원은 "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를 전환한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종부세와 양도세 모두 실거주 여부로 혜택을 차등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 도시정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 세율은 통합했는데 결과적으로 세 덩어리로 다시 갈라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연도별로 달라져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11월 정기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방 발령이나 부모 봉양으로 집을 비운 1주택자를 실거주로 인정할지 여부는 국회 심사에 달렸다. 비거주 공제를 실거주 수준으로 맞출지도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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