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빌라 한 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아파트 청약을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소형 저가주택 청약 제도는 일정 기준 아래의 주택 한 채를 무주택으로 본다. 기준은 두 차례 올랐고, 적용 범위는 민영주택 특별공급까지 넓어졌다. 빌라에서 아파트로 건너가는 사다리가 제도 안에 놓여 있는 셈이다.
◆ 1.6억에서 5억까지, 두 번 넓어진 문
국토교통부는 2023년 11월 소형·저가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을 수도권 1억6천만원, 지방 1억원 이하로 올렸다. 종전에는 각각 1억3천만원과 8천만원이었다. 면적 요건은 전용 60㎡ 이하 그대로다.
이듬해 12월에는 빌라·다세대 같은 비아파트의 기준이 따로 생겼다. 전용 85㎡ 이하에 공시가격 수도권 5억원, 지방 3억원 이하면 무주택으로 본다. 아파트는 종전 기준인 60㎡·1억6천만원을 그대로 둬 두 기준이 나란히 적용된다.
서울 전용 60㎡ 이하 다세대·연립의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3억8천만원 남짓이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매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소형 빌라 상당수가 비아파트 기준 안에 들어온다.
◆ 일반공급 넘어 특별공급까지
과거에는 이 특례가 민영주택 일반공급에만 적용됐다. 2023년 11월 개정으로 민영주택 특별공급까지 무주택으로 인정받게 됐다. 신혼부부 특공과 생애최초 특공 자격도 소형·저가주택 한 채를 갖고 있어도 유지된다.
예컨대 공시가격 1억4천만원짜리 전용 45㎡ 빌라를 한 채 가진 신혼부부는 무주택 자격으로 민영단지 신혼부부 특공에 넣을 수 있다. 이 집을 10년 보유했다면 무주택 기간 10년치 가점도 그대로 인정된다.
특공 확대 직후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경기 파주의 한 단지는 생애최초 특공에 951명이 몰려 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부산의 한 단지는 특공 475가구 모집에 접수가 150명에 그쳐 미달됐다. 제도는 같아도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는 달랐다.
◆ 가점 32점, 보유 기간이 끊기지 않는다
청약 가점 84점 가운데 무주택 기간 점수는 최대 32점이다. 만 30세 또는 혼인신고일부터 따져 15년 이상이면 만점이다. 소형·저가주택을 보유한 기간은 단절 없이 무주택 기간에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판정 시점이다. 입주자모집공고일에 가장 가까운 날 공시된 가격이 기준 이하면 과거에 기준을 넘긴 이력이 있어도 보유 기간 전체를 무주택으로 본다. 반대로 공고 직전 공시가격이 기준을 한 번이라도 넘으면 특례는 사라진다.
한국부동산원은 기준선을 조금이라도 넘긴 상태로 당첨되면 당첨이 취소되고 최대 1년간 청약이 제한된다고 안내한다. 빌라 가격이 오르는 지역이라면 매년 봄 공시가격 열람 때 자기 집 가격을 확인하는 일이 청약 준비의 출발점이다.
◆ 공공분양·대출·세금은 다른 잣대
이 특례는 민영주택에서만 통한다. 국민주택 공공분양과 공공임대주택의 일반·특별공급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LH나 S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에 넣으면 그대로 유주택자로 처리돼 탈락한다. 같은 세대 안에 소형·저가주택이 두 채 이상이면 민영주택에서도 유주택자다.
돈 문제는 더 복잡하다. 청약에서 무주택자로 인정받아도 디딤돌대출 같은 정책대출 심사에서는 유주택자로 분류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심사에서도 기존 주택이 잡혀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세법도 마찬가지다. 소형·저가주택 보유자는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의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취득세·양도세 판단에서도 유주택자여서 1주택 비과세 특례와 충돌할 수 있다. 신축 소형주택을 세금 산정 주택 수에서 빼 주는 특례는 2027년 말까지 연장됐지만, 청약 특례와는 별개 제도다.
◆ 아파트와 빌라, 벌어진 간격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가격 격차가 있다. 올해 공시에서 서울 공동주택의 가구당 평균 공시가격은 6억원을 넘겨 전국 평균의 세 배에 가까웠다. 서울 연립·다세대의 평균 매매가격은 아파트의 30%에 못 미친다.
지역별 온도 차도 크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달 새 1% 넘게 올랐지만 제주와 충남은 내렸다. 수도권에서 빌라를 디딤돌 삼아 아파트로 옮기려는 흐름과 지방 미달 단지가 공존하는 이유다.
다음 공시가격 열람은 내년 3월, 확정은 4월이다. 그때 나온 숫자가 이후 공고되는 단지의 청약 자격을 가른다. 한 분양 정보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규칙 개정에 대한 수요층의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이라 효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으나 점차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공급 접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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