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을 거닐다 나무에서 떨어진 모과를 주워 연구실에 두려고 몸을 숙였다. 들풀 사이 개미와 벌레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또 다른 세상이다. 문득 다큐멘터리에서 본 쇠똥구리 영상이 뇌리를 스쳤다. 이 작은 생명체는 제 몸무게의 천 배나 되는 거대한 똥구슬을 굴리는데 머리를 땅으로 처박고 오직 뒷발로만 밀어낸다. 그렇기에 정작 나아갈 앞은 보지 못한다. 거꾸로 매달려 맹목적으로 전진하는 고독한 뒷모습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한 치 앞의 미래를 모른 채 걸어가는 우리 인간의 숙명이 겹쳐 보였다.
여정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미끄러지고, 거친 풀숲에 막혀 돌아서야 한다. 이 지독한 짐을 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쇠똥구리의 길은, 저마다의 상처와 수고를 지닌 인간의 삶이자 고독한 구도(求道)의 길과 다름없다.
이 미물의 걸음이 경외감을 주는 순간은 역설적으로 길을 완전히 잃었을 때이다. 앞을 보지 못해 방향을 잃으면, 쇠똥구리는 구슬 위로 훌쩍 올라선다. 그리고 제자리를 돌며 오직 하늘을 우러러본다. 낮에는 태양의 각도로, 밤에는 은하수의 미세한 별빛 띠를 나침반 삼아 목적지를 찾아낸다. 가장 낮은 진흙탕에서 오물을 굴리지만, 삶의 방향만큼은 가장 높은 곳의 빛에서 구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고난의 한복판에서 땅 위의 집착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삶의 근원적인 이정표를 구하는 성찰이자 영성의 발현이다.
화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쇠똥구리의 섭리는 또 다른 생명의 신비로 이어진다. 수묵화의 먹은 불에 타고 남은 '재'를 모아 만든 것이다. 시커멓게 탄 재는 인간이 지은 허물과 상처일지 모른다. 쇠똥구리가 배설물을 뭉쳐 새 생명을 키워낼 요람을 빚듯, 화가는 불에 탄 재를 별빛에 갈아내듯 먹을 갈아 화폭 위에 뜻을 담은 붓질을 한다. 소멸했던 재가 화가의 손길을 거쳐 생명으로 부활하는 예술적 구원의 순간이다. 게다가 땅속 깊이 묻힌 이 구슬은 숲의 뿌리인 균사체를 키워내며 대자연을 푸르게 이어주는 상생의 시작점이 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굴리며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존재들이다. 여정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목적지를 바로 앞에 둔 마지막 순간이다. 둥지로 짐을 밀어 넣기 직전의 그 가파르고 고독한 마지막 순간은 온 힘을 쥐어짜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고비다. 삶의 깊은 고난의 끝에서 마주하는 마지막 숨결처럼 말이다.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고 싶을 때 잠시 삶의 짐 위에 올라서서 밤하늘의 은하수와 태양을 바라보자. 가장 낮은 곳에서도 가장 높은 빛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있다면, 우리는 그 힘겨운 마지막 순간의 고개마저 넘어서게 된다. 고통의 재를 담아내어 저마다의 붓질로 생명의 궤적을 그려가는 삶의 주인이 되기를 축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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