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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무너져 가는 필수의료, 어떻게 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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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덕 대구예스병원 대표원장
서원덕 대구예스병원 대표원장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웃음을 나누고, 저마다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연휴 동안에도 불이 꺼지지 않던 곳이 있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과 분만실이다. 누군가는 가족과의 차례상 대신 환자의 침상 곁을 지켰고, 누군가는 명절 음식 대신 식어버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을 새웠다. 우리가 명절을 편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이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켰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필수의료는 위기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흔들리고 있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환자의 이야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신경외과·산부인과처럼 생명과 직결된 분야는 해마다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처럼 골든타임이 생사를 가르는 질환에서,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곧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잃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 의료체계가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은 제도의 힘만이 아니다. 새벽 세 시 걸려온 응급 호출에 주저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 의사, 연휴 내내 병동을 지키는 간호사, 쉴 틈 없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맞는 수많은 의료진의 사명감이 무너지는 둑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필수의료는 결국 사람이 지탱하고 있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법은 다양하다. 적정한 수가 보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지역 간 의료전달체계의 정비, 충분한 인력 확보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무엇보다 먼저 회복되어야 할 것이 '신뢰'라고 생각한다. 사명감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의료진에 대한 사회의 믿음, 그리고 그들을 믿고 기꺼이 자신의 몸을 맡기는 환자의 신뢰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돌아오는 것이 비난과 소송뿐이라면, 누가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환자 앞에 서려 하겠는가. 의료진이 방어진료가 아니라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의료의 질은 높아지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료진은 투명하고 성실한 진료로 믿음에 답하고, 사회는 그 헌신을 존중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미래 세대다.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의사들이 밤낮없이 생명을 지키는 선배들을 보며 "저 일이 정말 멋지다", "나도 저런 의사가 되고 싶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필수의료가 '고생은 많고 보람은 적은 길'로 비친다면 사명감만으로 젊은이들을 붙잡을 수는 없다. 헌신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전문성이 존중받으며, 무엇보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무다. 필수의료 의사가 존경받는 사회, 그것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지역의 병원을 이끌며 24시간 응급진료와 뇌혈관 질환 치료 현장을 지키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매일 동료들의 헌신을 가까이에서 본다. 그들은 대단한 칭찬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지키는 자리가 소중하다는 것을, 사회가 그 노고를 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연휴는 끝났지만 병원의 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다. 명절이든 평일이든, 낮이든 밤이든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가끔은 불 켜진 병원을 떠올리며, 그곳을 지키는 이들에게 마음속으로라도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를 건네주었으면 한다. 그 작은 감사와 신뢰가 모일 때, 무너져 가는 필수의료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서원덕 대구예스병원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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