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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수사의 '조급함'과 기소의 '신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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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경찰 수사·공소청 출범, '수사·기소 분리 첫 시험대'
수사는 속도보다 증거, 안동시장 수사 원칙 돌아봐야 할때
안동시장 정책보좌관 구속영장신청 두고 '공소청' 신중함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형사사법 체계가 달라졌다. 지난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출범하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새로운 체계가 시행됐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는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담당하고, 공소청은 공소 제기와 유지·영장 청구 등의 업무를 맡는 구조로 재편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관의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 증거를 토대로 구속이나 기소의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는 안동시청을 둘러싼 경찰 수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사건 공조를 통해 피의자 신변확보가 일사천리로 진행됐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사건을 공소청이 별도의 검토를 거쳐 신변확보가 이뤄지게 된다. 이 때문에 공소청의 구속영장 청구도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동시청 공무원들의 당원 모집 관여 의혹과 관련해 여러 공무원이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시청 공무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이뤄졌고, 시장 정책보좌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신청도 알려졌다.

변화된 사법 체계속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개별 혐의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 관련자들의 행위가 누구의 지시나 의사에 따라 이뤄졌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지다.

더욱이 측근 인사들의 혐의와 시장 본인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주변 인사들이 어떤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구속됐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시장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한 마디로, 수사 경찰은 어느때보다 확실한 증거로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수사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공소청이 수사에 대해 신뢰할 수 있어야 기소와 공소 유지에 나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안동시장 정책보좌관에 대한 신변확보도 경찰과 공소청의 판단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안동시장을 둘러싼 측근인사들의 일사천리 구속영장 발부와 다른 양상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안동시장 정책보좌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소청은 12일까지도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전 사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중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변화된 사법체계의 현실 속에서 안동시장 관련 수사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살펴봐야 한다. 수사기관은 의혹을 해소할 책임이 있지만, 수사의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진술을 확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수사기관이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혐의를 뒷받침할 직접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면 수사 방향과 범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추측만으로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남은 의혹이 무엇인지, 어떤 증거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지, 이미 확보한 자료로 어디까지 입증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수사가 길어질수록 피의자와 참고인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가 받는 부담도 커진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와 관련한 수사에 연루되면 행정의 신뢰와 조직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사기관은 필요한 수사를 철저히 하되, 무관한 인물까지 불필요하게 압박하거나 특정 방향의 진술을 유도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더욱 엄격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

권기창 시장을 둘러싼 의혹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책임이 확인된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주변 인사들의 혐의와 시장을 직접 연결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 한계 역시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안동시청 수사는 이제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증거로 설명해야 하고, 공소청은 제출된 자료를 독립적으로 검토해 영장 청구와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법원은 법과 증거에 따라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수사는 강도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증거의 신뢰성과 절차의 정당성,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평가받는다. 혹시나 경찰이 여론에 떠민려 '조급함'이 앞서 있지는 않는지, 공소청이 '신중함'이 지나치지는 않는지 되새겨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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