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에게 돌아갔다. 역시나 수상 소식 이후 그녀의 작품에 관심이 집중됐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이지만,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은 따로 있다. 오빠를 잃은 뒤 쓴 '녹스'다. 녹스는 라틴어로 '밤'이라는 뜻이다.
카슨의 오빠 마이클은 22년 동안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살았다. 그러다 2000년 덴마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남은 것은 사진과 편지 몇 장이었다. 카슨은 수첩에 그 사진과 편지를 하나하나 오려 붙였는데 그게 책이 됐다. 펼치면 병풍처럼 되는 아코디언 형태의 책이다. 책 내용 옆에 2천년 전 로마의 시인 카툴루스가 죽은 형제를 위해 쓴 시를 넣었다. 시의 단어를 하나씩 뜻풀이해 나갔다. 형제를 잃은 시인의 말을 한 단어씩 붙들고, 자신의 오빠를 이해해 보려 한 것이다. 카슨은 끝내 그 시를 원하는 번역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빠를 이해하는 일도 그랬을 것이다. 하나씩 짚어 가도 끝내 닿지 못한 일이다.
이 책에 한강 작가는 "밤을 들여다보는 책이 왜 이렇게 눈부신 걸까? 사무치게 진실한 것은 어둠을 꿰뚫는 빛이 되고 마는 것일까?"라는 추천사를 썼다. 그 물음은 한강 작가의 책 '흰'을 떠올리게 한다. '흰'은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책이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언니를 향해, 작가는 강보와 배내옷, 소금과 눈 같은 흰 것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간다.
두 작가는 가족을 잃었다. 죽은 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두 책은 슬픔을 하나의 이야기로 매끈하게 정리하지 않았다. '녹스'는 사진과 편지의 조각으로, '흰'은 짧은 단상들로 이뤄져 있다. 끝내 다 알 수 없는 사람을 억지로 완성하지 않고, 남은 조각들을 하나씩 곁에 놓아뒀다. 두 작가에게 애도란 빈자리를 메우는 일이 아니라 빈자리를 오래 들여다보는 일인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슬픔이 다가올 때, 우린 그것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슬퍼하는 사람에겐 그냥 얼른 잊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둘러 덮은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 있기 마련이다. 두 작가는 잊는 대신 들여다보고, 그 들여다봄을 기록했다. 그렇게 남긴 조각들 속에서 떠난 사람은 지워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는다.
카슨은 왜 이 책에 '밤'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우리에게도 서둘러 지나온 밤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이번 가을에는 그 밤을 조금 오래 들여다보면 어떨까. 빛바랜 사진 한 장, 편지 한 줄에서 시작해도 좋다. 한강 작가가 말했던 그 눈부심은 어쩌면 밤을 끝까지 바라본 사람에게만 보이는 빛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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