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국내 유치에 성공한 세계통계대회가 무산되면서 정부가 준비 과정에서 집행한 예산 1억여원이 사실상 증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국제기구의 일방적인 개최 취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업무협약에 명시된 지원사업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이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27년 제66차 국제통계기구(ISI) 세계통계대회 준비에 집행한 예산은 총 1억2천670만원으로 나타났다. 정책성 등급조사 연구용역 4천500만원, 홍보물 제작 5천만원, 네덜란드 헤이그 세계통계대회 홍보부스 운영 2천만원, 영상장비 임차 1천만원 등이다. 대회 개최가 무산되면서 이 비용은 모두 매몰된 셈이다.
앞서 정부는 2023년 7월 세계통계대회 부산 유치에 성공한 뒤 지난해 10월 헤이그에서 열린 제65차 대회에서 2027년 부산 개최를 공식 선언했다. 2001년 서울 개최 이후 26년 만의 국내 유치였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인 지난해 12월 ISI가 개최 취소를 통보했고, 개최지는 아프리카 잠비아 루사카로 변경됐다.
문제는 정부가 대회 개최를 위해 약속한 지원사업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2024년 4월 국제통계기구(ISI)·부산시·한국통계학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개발도상국 통계교육 프로그램과 저개발국 참가자 초청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련 사업은 2026년도 정부 예산에서 빠졌다. 국가데이터처는 재정당국이 해당 사업을 대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대행사로 판단해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회 개최를 위해 지원하기로 한 사업을 정작 예산 편성 때는 대회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제외한 셈이다.
대회 개최를 위한 세부 협상도 매듭짓지 못했다. 한국 측은 30억원의 재정 기여를 고려해 국내 참가자 등록비 할인을 요구했지만 ISI는 이를 거부하고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 운영비와 참가자 항공료·체재비 등의 부담을 요구했다. 비용 분담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ISI는 지난해 12월 1일까지 합의를 촉구한 뒤 사흘 만에 개최 취소를 통보했다. 국가데이터처가 합의문 수정안을 전달한 것은 취소 통보 다음 날이었다.
개최 무산 이후 정부가 행사 위상을 달리 설명하면서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는 유치 당시 세계통계대회를 '통계인들의 올림픽'이라고 소개하며 국제적 위상을 강조했지만, 최근 국회 제출자료에서는 '민간 주도의 통계 학술대회'로 바꿔 표현했다.
김 의원은 "개최를 선언할 땐 '통계인들의 올림픽'이라더니, 무산되자 '민간주도의 학술대회'로 낮춰 부르는 것은 책임 회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MOU에 스스로 적은 개도국 지원조차 예산에 담지 못해 놓고 ISI 탓만 할 게 아니라, 취소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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