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장터에서 흥정하다 보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수수료 아깝잖아요. 카톡 오픈채팅 열어서 안전거래 링크 보내드릴게요." 이 한마디가 사기의 시작이다. 사기범이 보낸 링크는 네이버페이 결제창을 그대로 베낀 가짜고, 거기 찍힌 계좌는 남의 통장이다. 경찰청이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직거래 사기 피해액은 8740억7000만원으로 2021년 대비 3.4배 늘었다.
◆ "수수료 빼드릴게요"로 시작한다
번개장터와 당근 등 주요 플랫폼의 안전결제 수수료는 거래액의 3.3~3.5%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 기준이다. 번개장터는 자체 안전결제인 번개페이를 의무화하면서 이 수수료를 판매자가 물게 했다. 그러자 수수료를 피하자며 거래를 외부 메신저로 옮기자는 요구가 늘었다.
플랫폼 안의 효과는 분명했다. 번개장터는 안전결제를 전면 도입한 지 500일 만에 하루 평균 사기 발생 건수가 95% 줄었다고 집계했다. 사기범이 노리는 곳은 바로 그 바깥이다. 플랫폼이 손쓸 수 없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다.
◆ 로고까지 똑같은 결제창, 그 다음은 '수수료 누락'
수법은 정해져 있다. 판매자가 오픈채팅으로 '안전거래 결제창' 링크를 보낸다. 포털 화면을 그대로 복제한 창이 뜨고 가상계좌와 입금 안내가 나온다. 구매자는 플랫폼 안전결제와 같다고 믿고 돈을 넣는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피해가 전형적이다. 구매자가 가짜 창에 50만원을 넣자 판매자는 수수료 1000원이 빠져 결제가 보류됐다며 전액을 다시 보내라고 했다. 다시 보내면 환불된다는 말에 또 보냈고 피해는 두 배가 됐다.
경찰에 접수된 다른 피해자는 수수료 800원이 빠졌다는 말에 다섯 차례 돈을 더 보내 900만원을 잃었다. 중고차 거래에서도 수백만원대 찻값을 넣은 구매자에게 같은 요구가 돌아갔다. 울산에서는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로 150명 넘게 끌어들여 1억원대를 챙긴 일당이 수사를 받았다.
◆ 3초 룰, 주소창 끝자리와 예금주 이름
구별법은 길지 않다. 첫째, 메신저로 온 결제 링크는 모두 의심한다. 네이버페이는 문자나 SNS, 메신저로 결제용 링크를 보내지 않는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문자 메시지나 SNS, 톡 등으로 별도 링크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피싱 사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주소창을 본다. 정상 네이버페이 결제창 주소는 'order.pay.' 형식이다. 도메인 끝이 ''이어야 한다. 가짜는 naver-safe, naverpay-safe처럼 'naver' 뒤에 줄표를 붙여 낯익게 꾸민다. 서울시가 2017년 소비자경보에서 지목한 수법이 지금도 그대로 쓰인다.
셋째, 예금주를 본다. 네이버페이 무통장입금 가상계좌의 예금주는 '네이버페이' 단독 명의다. 개인 이름이나 낯선 법인이 찍혀 있으면 창을 닫는다. 넷째, 수수료가 모자라니 다시 보내라는 말이 나오면 거래를 끊는다. 입금 전 경찰청 사이버캅에서 계좌번호를 조회하면 최근 3개월간 3회 이상 신고된 계좌인지 알 수 있다.
◆ 당했다면 은행이 아니라 경찰이다
가장 억울한 대목은 그 다음이다. 보이스피싱이면 은행에 전화해 상대 계좌를 바로 묶을 수 있지만 중고거래 사기는 그 길이 막혀 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재화의 공급을 가장한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뺐다. 물건을 판다고 속인 사기는 법이 보는 피싱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물품 사기는 재화의 공급을 가장한 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구제 절차가 아닌 수사기관에 구제 요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로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사기 유형만 생각하고 만든 법"이라며 "여기엔 중고거래 사기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 6월 30일부터 열린 구멍 하나, 다음 달 국회
올해 제도가 조금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6월 30일부터 물품 거래를 가장한 신종 피싱에 쓰인 의심 계좌를 특정금융정보법에 근거해 임시로 거래정지할 수 있게 했다. 금융회사가 자금세탁 의심 거래로 보고 입출금을 막는 방식이다.
8월부터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돼 간편송금을 악용한 사기도 신속 지급정지 대상이 됐다. 이달 1일부터는 가상자산으로 받은 피해금에도 지급정지와 환급 절차가 적용된다.
다만 한계는 남는다. 금융정보분석원은 물건을 안 보낸 단순 분쟁과 조직적 피싱을 가르기 어려운 경우 임시 거래정지 판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물품 사기를 보이스피싱처럼 즉시 정지 대상에 넣으면 단순 변심이나 분쟁에서 상대 계좌를 악의로 묶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품 거래를 가장한 피싱을 법 적용 대상에 넣는 개정안은 다음 달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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