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환헤지 ETF와 환노출 ETF 두 상품의 수익률이 한 달 사이 정반대로 갈렸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9월 초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에서 KODEX 미국S&P500 환헤지형은 2.94% 올랐고, 환노출형은 2.66% 떨어졌다. 격차는 5.60%포인트다. 미국 주가는 똑같이 움직였는데 원화가 강해지면서 환노출형 투자자의 달러 자산이 원화로 환산할 때 쪼그라든 결과다.
◆주가 올라도 마이너스, 환율이 만든 역전
역전은 S&P500 한 종목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집계에서 KODEX 미국나스닥100과 TIGER 미국S&P500도 헤지형이 노출형을 5.5%포인트 안팎 앞섰다. 채권형도 마찬가지다.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는 헤지형이 거의 제자리였지만 노출형은 5% 넘게 빠졌다. 금리 상품에서는 환율이 사실상 수익률의 전부가 된 셈이다.
이런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봄 환율이 급락했을 때도 TIGER 미국S&P500 헤지형이 노출형을 6%포인트 넘게 앞섰다. 반대로 원화가 약세였던 구간에서는 거꾸로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해 11월 비교한 환노출형 미국 ETF 열두 쌍은 헤지형보다 평균 5.7%포인트 높은 수익을 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결국 달러가 어디로 가느냐에 달려 있다.
◆수익률은 헤지형이 앞섰는데 돈은 노출형으로
그런데 투자자의 발길은 수익률과 거꾸로 갔다. 같은 한 달 동안 개인은 환노출형 TIGER 미국S&P500을 6천604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1위다. 반면 헤지형인 TIGER 미국S&P500(H)에서는 32억원이 빠져나갔다. 환노출형 KODEX 미국나스닥100에도 개인 자금이 네 자릿수 억 단위로 들어왔다.
흐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KODEX 미국S&P500(H) 순자산은 6월 말 9천169억원에서 9월 1조285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율로는 환노출형의 다섯 배다. 다만 환노출형 순자산이 10조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헤지형은 아직 십분의 일 규모다. 서학개미 대부분은 여전히 달러를 그대로 들고 있다.
그 규모 자체가 커졌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로 10월 초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천2억 달러, 원화로 약 268조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분석한 개인의 해외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비중은 90%를 넘는다. 환율이 10원 움직일 때마다 수조원의 평가액이 출렁이는 구조다.
◆총보수표에 안 보이는 연 2%
환헤지형으로 갈아타려는 투자자가 먼저 보는 것은 총보수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서 KODEX 미국S&P500은 환노출형 0.0062%, 환헤지형 0.0099%다. 차이는 1만분의 1%포인트도 안 된다. 일부 운용사는 두 상품의 보수를 아예 같게 매겼다. 이 숫자만 보면 헤지에 돈이 거의 안 드는 것처럼 보인다.
진짜 비용은 다른 데 있다. 환헤지형은 달러를 미리 팔기로 하는 선물환 계약을 맺는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게 형성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외환스왑시장 구조를 설명하며 짚은 '선물환 디스카운트'다. 이 차이가 매달 계약을 갈아탈 때마다 비용으로 빠진다.
얼마나 되나.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집계에서 지난해 5월 1년 만기 달러-원 외환 스와프포인트는 마이너스 29.10원이었다. 현물환율 대비 연 2.1%를 헤지 대가로 내는 셈이다. 올해 6월에는 마이너스 15.60원으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한국은행은 2024년 보고서에서 한미 기준금리 차이만큼 연 1~2% 수준의 스와프 비용이 발생한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은 이 비용이 총보수 공시표에 따로 산출되지 않고 순자산가치(NAV)에 직접 반영된다고 밝혔다. 장외파생 스와프를 쓰는 해외 ETF는 정산 비용 때문에 최종 분배금과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소비자 안내도 지난해 말 내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매년 깎이는 돈이다.
◆금리차가 바뀌면 비용도 바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3년 낸 보고서는 이 비용을 더 구체적으로 계산했다. 국내 상장 환헤지형 S&P500 ETF의 연간 순수 헤지 비용은 2.5%, 나스닥100은 비헤지 대비 2.8%포인트 차이였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기 전에는 스왑레이트가 플러스여서 헤지가 오히려 연 1.4% 이익을 줬다. 역전 이후에는 비용으로 돌아섰다.
갈아타기 기준은 여기서 나온다. 앞으로 1년 환율이 2% 넘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헤지 비용을 내고도 남는다. 반대로 환율이 제자리이거나 오른다면 헤지형은 비용만 내고 끝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율이 급락하는 구간에서는 연 1~2% 비용을 치르더라도 방어 효과가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반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비용이 장기 누적되면 복리 수익을 갉아먹는다고 경고한다.
한 자산운용사 ETF 운용 부서는 또 다른 변수를 든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할 때는 달러가 오르면서 환노출형이 주가 손실을 일부 메우는데, 헤지형은 이 완충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지난 4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환시장 변동성을 줄이려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최대 15%까지 한시 확대했을 뿐 전면 헤지로 가지는 않았다.
◆남은 변수는 금통위와 연준
결국 스와프 비용의 크기는 한미 금리차가 정한다.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한국은행이 버티면 금리차가 좁혀지고 헤지 비용은 줄어든다. 반대 경우라면 비용은 다시 커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미 연준도 이달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두 회의 뒤 스와프포인트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그리고 금리차가 역전 전처럼 되돌아갈지는 아직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헤지형 투자자가 내는 연 2% 안팎의 비용이 다시 이익으로 바뀌는 지점이 언제 오느냐가 다음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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