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내리면 채권값은 오른다. 이 공식 하나를 믿고 미국 30년 국채 ETF에 돈을 넣은 서학개미들이 올가을 반대 결과를 받아들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장중 연 5.6959%까지 올라 2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동안 장기채 값은 거꾸로 움직였다.
◆ 기준금리와 따로 노는 장기금리
연준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조정했다. 그런데 10년물 금리는 14일 장중 5.35%까지 올라 24년 만의 최고치를 썼다. 기준금리는 하루짜리 돈값이고, 30년물은 미국 정부가 앞으로 30년간 빚을 갚을 수 있느냐에 대한 값이다. 두 금리가 늘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장기금리를 밀어 올린 것은 국채 공급이다. 미국 재무부는 4분기 시장에서 6280억 달러를 빌리겠다고 제시했다. 빚이 많아질수록 투자자는 오래 돈을 묶어 두는 대가, 이른바 기간 프리미엄을 더 요구한다. 연준이 0.5%포인트 빅컷을 단행한 직후에도 미국 대표 장기채 ETF인 TLT가 7% 넘게 떨어진 이유다.
파장은 실물로 번졌다. 미국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9월 말 7% 선을 넘었다. 블룸버그가 채권 전문가 173명에게 물었더니 절반 넘게 30년물 금리가 연내 6%를 넘을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 설문에서도 10년물 연말 전망치 중간값은 5.1%로 종전보다 올라갔다.
◆ 듀레이션, 금리 1%포인트에 가격 16% 움직인다
채권 ETF의 위험을 재는 잣대가 듀레이션이다. 블랙록이 공시한 TLT의 듀레이션은 약 16.5년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16%대 빠진다는 뜻이다. 반년 만에 금리가 0.5%포인트만 튀어도 8% 넘게 잃는다.
이자를 떼어 낸 스트립형은 더 예민하다. 국내 상장된 미국 30년 국채 스트립 액티브 ETF의 듀레이션은 26.66년에 이른다. 3배 레버리지 TMF는 디렉시온 투자설명서상 실질 듀레이션이 48~50년이다. 30년짜리 채권을 사면서 사실상 50년짜리 금리 베팅을 하는 셈이다.
결과는 숫자로 남았다. TLT는 8월 역사적 고점 대비 50% 넘게 떨어져 2004년 이후 최저로 밀렸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국내 상장 미국 30년물 국채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4일 기준 15% 넘게 뒷걸음쳤다.
◆ 횡보장에서 원금 갉아먹는 음의 복리와 롤오버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의 3배를 좇는다. 오늘 3% 오르고 내일 3% 내리면 제자리가 아니라 손실이 남는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횡보장에서 변동성이 원금을 깎는 이 현상이 음의 복리다. 금융감독원은 6월 레버리지 상품의 괴리율 확대와 음의 복리 위험을 들어 소비자경보를 냈다.
비용도 보이는 것보다 크다. 국내 채권 ETF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단일 해외 채권 현물을 최대 30%까지만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상당수 상품이 선물이나 합성 방식으로 미국 국채를 복제한다. 선물은 만기마다 다음 물건으로 갈아타야 하고, 이때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미국 30년 국채 선물 레버리지 ETF 투자설명서를 보면 기본 총보수율은 연 0.25%다. 이 숫자에 롤오버 비용은 들어 있지 않다. CME 30년물 국채 선물 12월물의 1년 수익률은 15일 기준 마이너스 11.62%, 5년 누적으로는 3분의 1 넘게 빠졌다.
◆ TMF 열에 둘은 한국인 몫
한국예탁결제원 보관잔고를 보면 3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TMF 보관금액은 6억 2200만 달러다. TMF 전체 발행주식의 18.79%를 한국인이 들고 있다. 1배 상품인 TLT 보관잔고도 6억 7200만 달러에 달한다.
손실은 국회 자료로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최은석 의원실에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내 대형 증권사 10곳 개인투자자의 고위험 레버리지 ETP 확정 매매 손실은 2조 3242억원이다. 금융위원회는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올리고 사전 의무교육을 두 시간으로 늘렸다.
돈은 이미 짧은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서학개미는 9월 중순까지 한 달간 미국 초단기 국채 ETF인 SGOV를 2억 달러 넘게 순매수했다. 국내에서도 9월 개인 채권 순매수액이 4조225억원으로 전달보다 늘었다. 장기채를 피하되 채권 자체를 버리지는 않은 모양새다.
◆ 출구는 잔존만기 축소와 현금흐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출구 전략은 세 갈래다. 첫째는 잔존만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30년물의 듀레이션 역풍을 피해 중단기물이나 초단기물로 갈아타면 금리 민감도가 뚝 떨어진다. 둘째는 3배 레버리지를 1배 현물로 바꾸는 것이다. 음의 복리와 롤오버 비용에서 벗어나고 이자도 받는다.
셋째는 버티는 선택이다. 한 채권 전략가는 30년물 금리가 5.6%에 이른 지금은 시세차익이 없어도 연 5%대 확정 이자가 장기 원금 손실을 방어한다고 본다. 다만 이 논리는 이자를 지급하는 1배 현물에만 통하고, 하루 수익률을 좇는 레버리지 상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음 고비는 11월 초다. 미국 재무부는 4일 4분기 분기국채발행계획을 내놓고, 연준은 같은 주 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재무부는 8월 발표에서 30년물 발행을 250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줄이고 발행 문구를 '증액'에서 '변동'으로 바꿨다. 장기물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신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셧다운 종료 후 채권 금리 낙폭을 되돌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장기물 프리미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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