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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본에 '역전'했나…日교수 "한국이 더 부유" 발언에서 시작된 GDP·군사력·대중문화 비교 [시사뒷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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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 데쓰오(데츠오) 일본 와세다대학교 명예교수 X(엑스, 구 트위터) 한글 번역 캡처
아리마 데쓰오(데츠오) 일본 와세다대학교 명예교수 X(엑스, 구 트위터) 한글 번역 캡처

"한국은 이제 일본보다 부유해졌다."

최근 한국을 향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일본인이 보유했던 재산을 돌려달라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은 아리마 데쓰오(데츠오) 일본 와세다대학교 명예교수가 전제로 꺼낸 말이다.

아리마 교수는 지난 13일 자신의 X(엑스, 구 트위터)에 종전 뒤 일본과 일본인이 조선에서 소유했던 재산의 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며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해졌으므로 새로운 협정을 맺어 귀속재산을 일본과 일본인에게 반환해주길 바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등의 역사적·법적 맥락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19일 아리마 데쓰오 와세다대 명예교수의 주장을 두고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미군이 일본인 재산을 조선인 개인에게 무상으로 나눠준 것이 아니라 미군정을 거쳐 한국 정부로 이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와 별개로 눈에 띄는 표현이 하나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해졌다는 전제다.

일본의 명문대 교수 입에서도 이런 표현이 등장할 정도라면 실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과 일본, 서울과 도쿄.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과 일본, 서울과 도쿄.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인에게 물었더니…9개 분야 중 '한국 우위' 응답 5곳

마침 최근 한국인들이 실제로 그런 격차를 느끼는지 물은 결과가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29일 공개한 '2026 대일인식조사'에서는 경제영역 국제경쟁력, 군사력, 과학기술 발전 수준, 공산품 품질, 대중문화 수준, 시민의식, 정치 수준, 국제사회 리더십, 향후 국가 발전 잠재력 등 9개 분야를 놓고 한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나라가 앞선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한국 우위라는 응답이 일본 우위보다 많았던 분야는 5개였다.

▷대중문화 수준: 한국 52% > 일본 13%
▷향후 국가 발전 잠재력: 한국 45% > 일본 11%
▷군사력: 한국 39% > 일본 18%
▷과학기술 발전 수준: 한국 34% > 일본 27%
▷정치 수준: 한국 29% > 일본 20%

다만 이를 "한국이 5개 분야에서 일본을 확실히 앞선다"고 읽으면 과장이다. 한국리서치 역시 대중문화·국가 발전 잠재력·군사력 3개 분야정도만 한국 우위가 비교적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과학기술에서는 '양국이 비슷하다'는 응답이 30%였고, 정치 수준 역시 '비슷하다'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반대로 일본 우위 응답이 더 많았던 분야도 있다. 공산품 품질(일본 30% > 한국 21%)과 시민의식(일본 34% > 한국 26%)이 꼽혔다.

경제영역 국제경쟁력(일본 31% > 한국 27%)과 국제사회 리더십(일본 29% > 한국 28%)도 일본이 근소하게 우위에 있다는 응답이었다.

그런데 이 조사 시계열을 확장하면 '격차가 없어지는 과정'이 눈에 띈다.

2023년 조사에서는 경제영역 국제경쟁력에서 일본 우위라는 응답이 39%였지만 올해 31%로 낮아졌다. 국제사회 리더십에서도 일본 우위 응답은 과거 37%에서 29%까지 줄었다.

한국이 갑자기 압도적인 우위로 치고 올라갔다기보다 '일본이 당연히 앞선다'고 보던 인식이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상 테이블.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상 테이블. AI로 생성한 이미지

◆그런데 "누가 더 선진국?" 물으면 아직 일본 39% > 한국 18%

여기서 모순점도 도출된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나라가 더 선진국인가"라고 물었더니 일본이라는 응답이 39%였다. 한국이라는 응답은 18%에 그쳤고, 두 나라가 비슷하다는 응답은 34%였다.

즉 한국인들은 대중문화·군사력·발전 잠재력 등 상당수 개별 분야에서는 한국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국가 전체를 하나로 놓고 보면 여전히 일본을 더 선진국이라고 보는 사람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는 '한일 역전'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게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의 발전 정도는 GDP, 문화, 군사력 중 어느 하나로만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1인당 GDP는 이미 한국 우위…올해 韓 3만7412달러·日 3만5703달러

다른 것보다도 아리마 교수가 사용한 '부유해졌다'는 표현을 경제 수치로 보면 어떨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예상한 2026년 명목 1인당 GDP는 한국 3만7412달러, 일본 3만5703달러다. 1인당 GDP만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약 1700달러 높다.

IMF 전망에서는 2027년에도 한국 3만9012달러, 일본 3만7391달러로 한국의 우위가 이어지고, 2031년까지도 같은 흐름이 유지된다.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를 명목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미 일본보다 높은 시대에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여기엔 중요한 단서가 있다. 명목 1인당 GDP는 환율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의 달러 환산 GDP도 내려간다.

또한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는 여전히 일본이 훨씬 크다. IMF의 2026년 전망에서 일본의 명목 GDP는 약 4조3800억달러, 한국은 약 1조9300억달러다. 두 배 이상 차이다.

한미일 군사훈련.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미일 군사훈련. AI로 생성한 이미지

◆군사력은 한국 5위·일본 7위?…전문가들은 "그 순위부터 믿기 어렵다"

군사력 평가에서는 언뜻 '한일 역전'을 뒷받침하는 듯한 숫자도 나돈다. 미국의 민간 군사력 평가 사이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2026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145개국 가운데 5위, 일본은 7위로 평가됐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군사력은 한국이 일본보다 앞선다는 응답이 39%로, 일본 우위라는 응답 18%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의 군사력이 일본을 앞섰다는 결론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GFP 순위 자체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GFP는 병력과 육·해·공군 장비 수, 국방비, 물류, 천연자원, 지리적 조건 등 60개가 넘는 요소를 자체 산식으로 계산해 순위를 만든다. 그러나 핵무기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현대전에서 중요성이 커진 드론·사이버전 능력, 동맹 체계, 훈련 수준과 실전 경험 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GFP를 "공인되지 않은 사이트"라고 지적하며, 한국이 세계 5위이고 북한이 31위라는 결과만 보고 한국의 실제 전쟁수행 능력을 과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군사전문가들이 GFP 순위를 평가절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력과 전차·항공기·함정 같은 숫자를 하나의 지수로 합산할 수는 있지만 실제 전쟁에서는 무기의 질과 운용 능력, 지휘통제, 정보자산, 동맹군 지원, 보급 지속능력, 핵·미사일 전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일본은 군사력의 구조부터 상당히 다르다. 한국은 북한과 직접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 징병제와 대규모 육군을 유지해온 반면, 일본은 해·공군력과 해상교통로 방어,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전력을 발전시켜왔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는 어느 나라가 몇 위냐는 식의 단순 비교 자체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한일 양국의 군사력은 서로 다른 안보환경과 임무에 맞춰 발전해왔고, 실제 전쟁수행 능력을 민간 사이트의 한 줄짜리 세계 순위로 가르는 것부터가 지나친 단순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뮤지션들이 합동 공연을 펼치는 가상 상황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과 일본의 뮤지션들이 합동 공연을 펼치는 가상 상황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대중문화는 '한국 우위' 인식 가장 뚜렷…그러나 내수 규모는 일본

한국 우위 인식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분야는 대중문화였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보다 앞선다고 본 응답은 52%였다. 일본이 앞선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2035년을 전망하도록 하자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이 앞설 것이란 전망은 55%, 일본 우위 전망은 9%였다.

해외에서도 K팝과 한국 드라마·영화·웹툰·뷰티 등은 이미 주요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자의 69.7%가 한국 문화콘텐츠에 호감을 보였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을 개선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한국 대중문화가 꼽혀왔다.

그렇다고 이 분야를 단순히 "한국이 일본을 역전했다"고 정리하기도 어렵다. 일본은 애니메이션·만화·게임 등에서 오랫동안 세계적인 문화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고, 한국은 K팝·드라마·영화 등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인다. 두 나라가 강한 분야가 완전히 겹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대중문화 산업에서는 해외 영향력 못지않게 내수시장 규모가 중요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아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절대적인 내수 기반 자체가 크다. 그만큼 특정 장르와 작품에 깊게 몰입하는 마니아층의 규모도 크고, 음악·애니메이션·게임·아이돌·캐릭터 등 세부 시장이 촘촘하게 분화돼 있다. 한국 콘텐츠가 해외 확장성과 국제적 화제성에서 강점을 보인다면, 일본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장기간 축적된 장르별 팬덤을 바탕으로 다른 형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대중문화 역시 '누가 누구를 완전히 추월했느냐'보다 한국은 글로벌 확산력, 일본은 대규모 내수와 세분화된 팬덤이라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문화강국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2035년에는 9개 분야 모두 "한국이 앞설 것"

그럼에도 미래를 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상당히 분명하다. 한국리서치가 같은 9개 분야를 두고 2035년을 예상하게 하자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나을 것'이라는 응답이 '일본이 나을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경제영역 국제경쟁력은 한국 42% > 일본 17%, 과학기술은 한국 46% > 일본 17%였다. 현재 일본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은 공산품 품질도 2035년에는 한국 36% > 일본 18%, 시민의식도 한국 36% > 일본 21%로 뒤집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건 어디까지나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심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잘 드러낸다.

[한국리서치 조사 개요]
조사기간: 2026년 7월 10~13일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조사방법: 웹조사
표본추출: 지역·성·연령별 비례할당추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조사기관: ㈜한국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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