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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학도시'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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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전 편집국 대구권본부장 겸 경산담당
박상전 편집국 대구권본부장 겸 경산담당

지난 달 경산시청 교육도시과 사무실. 주말임에도 사무실의 불빛은 늦도록 꺼지지 않았다. 서류 더미 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던 담당 공무원의 표정이 어두웠다. 책상 위에는 내년도 지방비 매칭 예산서와 대학별 사업 신청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당장 메꿔야 할 대학 매칭 지원금 수십억 원을 어디서 끌어와야 할지 몰라 난감해 했다.

경산시는 관내 13개 대학이 밀집한 전국 대표 대학도시다. 하지만 최근 경산시 행정을 짓눌러온 재정적·사회적 부담은 이미 기초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에 기초 지자체의 시비 매칭이 의무화되면서부터다. 경산시가 올해 대학 및 교육 사업에 직접 투입해야 하는 시비만 78억4천만원에 달한다. 글로컬대학에 70억원의 시비를 부담해야 하고, RISE 사업으로도 매년 8억~9억원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문제는 경산시의 재정 여건이 이를 받아낼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올해 총예산 약 1조4천억원 중 41.2%가 사회복지 분야에 집중돼 있고, 도로·환경·농업 등 필수 경직성 경비를 빼면 시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가뭄에 말라붙은 우물과 같다. 인구 27만명 대도시임에도 미래 성장 동력인 '과학기술' 예산은 단 한 푼도 없으며, 재난에 대비한 예비비 역시 0.5% 수준이다. 대학을 살리겠다는 국책 사업의 명분에 밀려, 지역의 기초 체력을 키우고 주민 복지를 확장할 예산이 깎여 나가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유학생으로 인한 사회 문제마저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온전히 떠안고 있는 현실도 모순이다. 관내 1만6천여명에 달하는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집단 거주 원룸촌을 중심으로 국가별 폐쇄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무단횡단, 쓰레기 무단 투기, 무면허 이륜차 운전 등 기초질서 위반과 치안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발생한 중국인 유학생 살인 사건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극으로 끌어올렸다. 문화적 차이와 현장 단속의 한계 속에서 경찰과 시청이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대학 정책의 부작용을 지방의 소도시가 아무런 안전망 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셈이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지자체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전향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지방을 살리겠다고 만든 국가 차원의 기금과 정책이라도 시급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각적인 재원으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꼽힌다. 경산시가 이 기금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재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엄격한 기준에 묶여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지난 4년간 전국에 배분된 지방소멸대응기금 3조5천380억원 가운데 8천590억원은 미집행됐다. 경산 같은 지자체는 시비를 짜내느라 자체 사업도 접고 있는 마당에, 수천억원의 정부 기금이 제때 쓰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도시 경산의 비명은 단순한 한 지자체의 재정 불평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정책의 짐은 지자체에 무겁게 넘겨주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과 재정 충격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는 구조적 경고다. 이제라도 정부는 대학 지원 사업의 무리한 시비 매칭 구조를 재검토하고, 대학도시로서 특수한 재정·사회적 부담을 지고 있는 지역에 실질적인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중앙 주도의 지원금 역시 경직된 틀을 깨고 지자체가 현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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