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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한윤조] 명찰만 바뀐 '소방 국가직'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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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논설위원
한윤조 논설위원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흘렀다. 당시 정부와 여야는 지역 간 소방 인력·장비 격차를 해소하고 소방 서비스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부천 화재 현장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금, 현장 소방관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처참하기만 하다. "국가직이 됐어도 바뀐 것은 명찰 속 '지방'이라는 글자가 빠진 것뿐"이라는 그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는 국가가 소방관들에게 해온 약속이 얼마나 허울뿐이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비극과 현장의 파행은 신분만 국가직일 뿐, 재정 부담은 지자체에 덮어씌운 기형적인 예산 구조에서 비롯된 예고된 인재(人災)다. 올해 전국 소방 예산 8조5천967억원 중 지자체가 부담하는 몫은 무려 89.3%(7조6천728억원)에 달하는 반면, 국가 지원은 10.7%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전국 소방공무원 인건비 6조5천129억원 가운데 국비 지원액은 8.4%에 그쳐 급여의 91.6%를 지방정부가 메우고 있다. 2017년부터 정부 주도로 2만여 명을 충원했지만 인건비 폭증은 온전히 지자체의 짐으로 남았다. 학계 분석상 국가적 책임이 있는 사무가 66%에 달함에도 실제 국비 지원액은 2021년 9천947억원에서 올해 9천239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거꾸로 행정이 펼쳐지고 있다. 전체 예산이 국비로 충당되는 경찰과 달리, 소방은 여전히 지자체 재정 상태에 목을 매는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

그 결과는 지역 간 치명적인 소방 격차와 안전 공백(空白)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소방관 1인당 연간 출동 횟수가 99건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경기도의 경우, 올해 소방 예산 1조5천655억원 중 인건비 비중이 74%까지 치솟자 결국 재정난을 이유로 노후 소방차 교체 예산 26억5천만원과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비마저 전액 삭감했다. '민생 복지 사업'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국민과 소방관의 생명이 걸린 장비 예산을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어낸 것이다. 소방관 1인당 보호 장비 예산이 부산(40만원)과 인천(367만원) 간에 무려 9배 차이가 나는 현실은 "지역별로 소방관 목숨값이 다르냐"는 탄식(歎息)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현장의 여건 또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생명줄과 다름없는 랜턴은 예산 부족으로 교체 주기를 넘겨 불조차 들어오지 않고, 법정 사용 연한이 지나도 성능 검사만 통과하면 계속 쓰게 한 규정은 '바퀴가 빠질 때까지 타라'는 식의 절감 핑계로 악용된다. 기준 인원의 절반 수준으로 출동해 펌프차에 한두 명이 겨우 탑승하는 인력난 속에서 한 달 초과 근무가 80~90시간에 달하지만, 절차가 복잡해 인력 충원조차 쉽지 않다. 여기에 현장 경험이 부족한 지휘부의 비체계적인 대응과 악성 민원 폭주까지 더해져 대원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방관의 희생 앞에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미사여구(美辭麗句)만 되풀이하는 립서비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가 소방 재정을 책임지도록 예산 분담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처럼 국세의 일정 비율을 소방 재원으로 안배하거나, 인건비와 장비 구입비의 분담 체계를 개편하여 안정적인 국비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고 제대로 된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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